때때로 living/동네 맛집

<창원>부드러운 면발이 생각날 땐 '의령소바'

노코미스 2010. 8. 1. 11:43

 

 

가끔 함께 식사할 사람 없이 혼자 점심을 해결해야 할 경우에는 난 주로 분식을 이용한다.  

내가 올리는 음식점들이 주로 분식집이 많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 가는 경우에는

아무리 소개하고픈 맛집을 가더라도 사진을 찍고 앉아있을수가 없다.

그래서 포스팅이 안된다.

 

혼자가면 혼자 대화하듯이 사진을 찍는다.

그러니, 자연스러이 혼자 주로 찾게 되는 분식점들이 리스트에 오른다.

 

그런 중에,  가끔 찾는 곳이 '의령소바'이다.

 

의령소바는 재료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메밀국수이다.

의령의 전통음식이라 하지만, 아마도 그 전통의 기원은 일제시대이지 싶다.

일제시대 식량은 부족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구황식물 메밀 재배를 장려하고

메밀로 만든 음식을 장려하기도 했다고 하니..

주로 장터를 중심으로 장돌뱅이나 서민들의 허기를 때우던 음식이지 싶다.

 

지금도 의령에 가면 과거 소시장 근처에 한 허름한 식당에서 소바를 팔고 있다.

그닥 고급스런 맛은 아니지만, 진한 양지국물에 짭조름한 시골 장맛나는 소바는

도시에서 끓여내는 세련된 맛보다 오히려 더 깔끔하기도 하다.

 

의령소바가 육수로 양지국물을 사용하게 된 기원도

그것이 우시장을 주변으로 발달한 음식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어쨋거나, 부드러운 면발이 생각나면 찾는 이 집 '의령소바'는 창원 사림동에 소재하는 집이다.

 

 도로변에 자리잡고 있어 찾기는 쉽다. 최근에 저렇게 집 분위기와는 언밸런스한 간판을 하나 달았다.

그건 아마도 주변에 새로생긴 동업자를 의식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오랜 세월동안

음식의 희소성으로 그리고 독특성으로 주변에서 독보적으로 운영해오다,

소바 인구가 늘어나니 ..

 

주변에 예쁘게 생긴 버섯집 하나가 생겨 소바 손님들을 유인해가고..

 

그러니, 이 집도 그에 대응하여 간판을 크게 키울 필요가 생긴 것이다.

 

 

 내가 이 집을 찾는 이유는 소바도 소바려니와 들어가는 입구의 이런 분위기가 좋다.

이 집은 가정주택을 그대로 살려 이웃집 손님맞는 분위기로 손을 맞는다. 손의 입장에서는 편안하다.

 

 

 들어가는 현관입구에 어지러이 놓여있는 이런 신발들도 마치 이웃집 현관을 들여다보는 기분을 줘서 편안하다.

 

 

 현관을 들어서면,거실에 테이블이 5-6개 놓여있고, 안방, 건넌방, 문간방 모두 손님들에게 오픈되어 있다.

그리고 거실에서 마주보이는 편에 개방식 주방이 보이고..모든것이 오픈되어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상징이다.

이 집의 메뉴는 온소바, 냉소바, 비빔소바..요 3가지뿐이다.

난, 주로 온소바를 즐기지만 이날은 날씨도 무지 덥고 식욕도 없고 해서

조금은 식욕을 자극하는데 도움이 될까해서 '비빔소바'를 신청한다.

 

 

 

 깍두기 한종지, 배추김치 한종지, 멸치국물 한 종지가 곁달린 '비빔소바'가 큰 대접에 먹음직스러운 모습으로 대령되었다

벌건 양념장주변에 고명으로 파란 상추와 주황색의 당근, 하얀배가 몇조각 올려지고

돼지편육 1편이 얌전하게 올려져 있다.

문제는 맛이다. 어떨까..?

 

 

 

양념이 면발 구석구석 슬며들도록 하기 위하여 젓가락으로 면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굴린다.

면발은 일반 밀가루 국수보다 굵은 편이다.

그리고 일식집에서 먹는 소바보다도 훨씬 굵다.

면의 맛도 이 집만의 독특한 맛이 있다. 메밀이 갖는 독특한 뒷맛 즉, 쌉쌀한 맛을 남기고 있다.

면의 이 맛은 온소바에도 남고 냉소바도 남고, 이번 비빔소바에도 남는다.

 

다 비비고 난 다음 한 젓갈 맛을 음미한다.

비빔소바에도 이 집만의 분위기가 있다.

이 집의 특징은 전체적으로 음식에 자극이 적다. 상당히 마일드하다.

비빔소바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비빔소바에서 강한 자극을 기대하는 사람은 살짝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 외에는 나쁜 것이 없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렇게 부드러운 맛을 좋아할 수도 있다.

 

양은 충분하다.

 

 

 

 드나드는 대문이다. 나오면서 보니 '매주일'은 쉰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