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선택의 여지없이 Burano를 가야한다. 베네치아 주변 섬들 중에서 그 중 Burano가 좀 먼 것 같다.
편도 1시간이 넘게 걸리므로 우선 편도 1시간권으로 되질 않는다. 이리되면 최소 12시간권을 끊어야 한다.
나는 오늘 밤 늦게 까지 돌아다닐 작정으로 24시간권(18유로)을 끊었더니..
욕심이 과했다..
하얀 화살표가 가르키는 곳이 Burano이다. 리도 바깥쪽이 '아드리아 해'이다.
산 자까리나 선착장에서 NL라인을 탄다. 부라노 직행노선이다.
8월 초 베네치아의 햇살은 아침부터 살갗을 파고들듯이 뜨겁더니만,
물살과 만나면 이렇게 아름답게 빛을 쏟아낸다. 우리 인간의 만남도 이러해야 할 진데..
서로 만나서 세상에 빛을 주는..
중간중간 수면을 표시해주는 말뚝들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배가 해안으로 들어가자 벌써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이 마을의 칼라플한 페인팅 유래가 어부들이 고기잡이 나갔다가 돌아올 때 빨리 내집을 알아보기
위해서 그랬다고 하더니..실제로 그럴듯하다.
선착장 근처로 가니 유럽의 선남선녀들은 요팅을 즐기고..
보는 나는 부러울뿐이고..
선착장에 내리자 일부여행객은 부라노는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또르첼로'발 선착장이 있는 오른쪽을 향하여 급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나도 괜히 그들을 따라간다.
가다보니, 멋진 목조다리가 보인다.
베네치아 무지개 다리의 원형인듯하다
난 배를 타지 않을 것이므로, 선착장을 지나서 오른쪽 운하 끝편에 보이는 목조다리를 타겟으로 계속 걷는다.
베네치아에서 보아왔던 레인보우 다리들은 거의 돌다리로 재건축된 것에 비하여
이곳에는 목조다리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신기하다.
저 건너편에 종탑도 보이고 해서, 무엇이 있나하고 다리를 건너본다.
건너편에도 마을이 있는데, 부라노 쪽보다는 다소 단조롭고 조용하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곳이 부라노의 쌍둥이 섬 'Mazzorbo'섬이구나 ~
어쨋거나 그날은 그 섬이 그 섬인지 알지도 못하고 재미가 없어 바로 부라노로 넘어온다.
다시 부라노로 돌아와서 마르첼로 거리로 들어간다.
선착장에서 왼쪽이다. 입구 공원에 아주 에로틱한 조각상이 숲에 묻혀있다.
선착장 맞은편으로 나 있는 광장입구의 옷가게와 가면가게 사이로 난 골목길로 들어서면 전형적인 부라노의 알록달록한 가옥들이 이방인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첫 골목을 빠져나오면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더 놀라운 것은 섬내에서는 하나의 땅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조그만 섬안에 또 조그만 운하들로 땅덩어리가 쪼개어져 있는 모습에 신기함을 감출수가 없다.
이것이 일부러 이렇게 운하를 만든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물길을 중심으로 조금이라도 땅을 다질 수 있는 돌출된 석호가 있으면 그 곳을 다져서 마을을 조성해 왔을거라는 생각을 해 보면, 인간의 생존을 위한 적응력에 다시한번 경외감을 느낀다.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하여 이 조그만 외딴 섬에 이른 아침부터 세계각국으로부터의 관광객들이 줄지어 몰려오는 것이다.
그러나,
긴장된 관광객들 사이에 이런 배불떼기 현지인들이 한두명 끼어져야 비로소 그림이 완성된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된 도시라 할지라도 그곳이 사람이 사는 땅 즉, 삶의 터가 아니면 재미가 없다.
그리고 마을을 걷다보면 그들의 삶의 공간이 바로 관광지가 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사생활이 노출될
수밖에 없어 보이다. 그것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이런 커턴을 이용하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이것도 하나의 관광거리에 기여하는 듯이 보인다.
얼른 보기에는 상품화되어 있는 아무 커턴이나 사다 건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전체적인 조화를 얼마나 생각하고 고려하여 색깔을 선택하는지 알 수 있다.
자기 집의 페인트 색깔과 절대 엇나가는 칼라는 없다.
톤인톤, 톤온톤, 아니면 콘트라스트 등등 색에 관한 한,
그들은 전문가들인 것 같다.
창가의 단순한 화초 하나일지라도..
그들에게 칼라는 정체성이다.
아이덴티티..
예사로운 것이 없다.
부라노는 이런 사소한 소품들이 모두 살아있다. 그래서 좋다.
걷다 보면 좀 더 아기자기한 골목도 나오고..
이 곳에선 골목이름을 외우면서 다니지는 못한다. 그냥 발길 닿는대로 가다가 보이는대로 눈도장찍고..
운하를 타고 한참 올라가면 palazzo del podesta와 S.Martion 성당이 있는 넓은 광장이 나온다.
광장 주변으로는 레이스 산업의 중심지답게 가게마다 레이스가게가 줄지어 서 있다.
여성들은 한번쯤은 기웃거려보고 싶은 아이템들이지만 가격은 환율적용하면 국내보다 싸진 않다. 해서 구경만하고는 통과~
다시 되돌아나오면서 들여다본 골목골목이 어느한 곳 정겹지 않은 곳이 없다.
이태리 들어온 지 하루, 이틀, 사흘째인 오늘..
드디어 나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햇빛과 색채가 만들어지는 그 아름다운 광채들 앞에서 어떻게 내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실핏줄처럼 연약한 노랑색의 위태로운 아름다움
빨강색이 만들어내는 그 도발적인 아름다움
은밀한 유혹같은 보라색의 아름다움
그 햇살속에 나부끼는 하얀 빨래감들..
생명이 살아있고, 살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곳..
분석적이기보다는 감각적인 나같은 사람에게 딱 좋은 곳이다.
Burano에서는 생각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그저 느끼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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