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2 . 목요일 날씨: 맑음
드디어 기대하고 고대하던 투스카니로 내려왔다.
첫날은 꽃의 도시 피렌체..
볼로냐에서 레지오 에밀리에까지 들렀다가 피렌체에 도착하니 오후 6시 반경이 되었다.
이태리에서는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지만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개인의 권리를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
역사내 인포센터 직원들도 퇴근은 칼 퇴근..
이번여행에서는 무슨 배짱인지 베네치아를 제외하곤 숙소예약을 전혀하지 않았다.
예약을 했다해서 그닥 편리하거나 유리했던 것도 없었던 점으로 보아,
하지 않았다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으나..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에 낯선 도시에서 그것도 첫날..
이 도시를 연결해 줄 유일한 끈이 인포센터인데..
두리번 거리고 있을 시간도 없이 바로 누군가 접근을 한다.
"방을 찾느냐..?"
'그렇다'
'우리집에 방있다. 가깝고 방도 크다'
'난 큰 방 필요없고, 방이 깨끗하고 친절하고 안전하면 된다'
하도 아스토리아에서 질려서 '깨끗과 친절'조건이 가장 먼저 튀어나온다.
'당연히 깨끗하고 친절하고 안전하다. 우리 아내가 운영한다. 영어도 잘한다'
'역에서 얼마나 걸리느냐?'
'5분도 안걸린다'
'가서 보고 결정하겠다'
'노프라블럼'
해서 따라나섰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 동쪽으로 주로 움직이는데,
이 양반은 서쪽 출입구로 날 데리고 간다.
그러면서 시타버스 정류소(그것도 지나고 나서야 알았지 그때야 몰랐고..) 앞을 지나서
음침한 뒷골목 같은 곳으로 끌고 가는 것이라..
이거 이렇게 음침해서야 밤에 조금이라도 늦게 귀가하게 되면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까..?
살짝 걱정도 되지만..
정말 5분정도 거리에서 거대한 문앞에 서더니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간다.
피아노 테레노를 지나서 프리모 피아노, 세콘도 피아노로 올라가니 숙소가 나온다.
일종의 민박형태의 숙소인가보다..
방이 완전 크고 좋다. 베네치아의 그 숙소에 비하면 이건 대궐이다.
천정도 높고 통풍환기 잘되고, 에어콘 빵빵하고 게다가 샤워실까지 해서 50유로면 횡재다.오홋..
이틀분 바로 예약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야간마실 나간다.
'
역앞을 지나서..
한블럭 끝에서 벽을 끼고 골목으로 돌아나오니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이 있다. 보니 숙소와 상당히 가깝다
그러고 보니 나의 숙소가 상당히 위치가 좋은 걸 이제야 알겠다.
피렌체에서 첫날 처음으로 조우하는 성당이라, 반갑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하지만
당일은 그냥 상견례하는 정도로만 만족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모든 건물들이 하루일과를 마친 시간이므로..
산타마리아 대성당 맞은편 광장주변에는 어느듯 하나 둘 불이 켜지기 시작하고..
첫날부터 어디가 어딘지 알수가 없으므로 군중의 흐름을 이정표삼아 걷는다. 어느 곳에 도달하니 '팔랄쪼 스트로찌'라는
마크가 붙어있는 거대한 돌집이 나온다. 단일 건물의 크기가 이건 뭐~
굳이 베네치아의 건물들과 비교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세계어느곳 어떤 건물과 비교해도 감히 비교되지 않을만한
대단한 규모에 대단한 위풍을 보여주는 건물이다. 외벽을 구성하고 있는 벽돌하나의 크기만 해도 엄청나다.
도대체 이집은 누가 살던 집인거지..?? 무슨 용도로 사용했던 건물인거지..?
돌아와서 자료를 찾아보니,
피렌체에는 메디치에 버금가는 몇개의 명문가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스트로치 가문이다.
유럽에서 손꼽히는 은행가인 스트로치가문은 재력에 있어서는 메디치가문을 앞지르는 대단한 권세를 가진 가문이었지만..
15t세기부터 메디치가에게 정치적 권력이 밀리면서 나중에는 베네치아로 망명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럼에도 훗날까지 끊임없이 조국의 공화제 복귀를 위하여 반메디치파 투쟁을 벌였던 가문이었다는 기록이..
다음날, 다시 방문했을 때 입구에 붙어있었던 '스트로치가의 과거, 현재, 미래'
입구에 붙어있는 설명에 의하면
이 건물은 필립 스트로치 공을 위하여 1489년에 베네디토라는 사람이 건축하기 시작하여
크로나카Cronaca(1457~1508, 골동품 연구가)에 의해서
1504년까지 계속했지만 여전히 완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1491년에 필리포 스트로치가 죽은지 한참 지난 1538년에야 완성되었단다
이 건축물은 르네상스 건축물의 대표적인 사례가 정교하게 남아있는 건물이란다.
1700년대부터 여행자들의 방문지로 개방되었고, 세계2차대전 이후부터는 피렌체에서 가장 큰 전시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단다
주요 전시물은 '피아노 노빌레(1층)'에 주로 보관되어 있고,
미켈란젤로에게 영감을 받아 Cronaca가 건축한 뒷정원도 매우 인상적인 주요 전시공간이란다.
난, 저 설명서만 읽고는 그냥 되돌아 나왔지 싶은데 그 이유는 기억나질 않는다
입장 시간이 안되었었는지..아님 공사중이었는지.. 영~ㅜ.ㅜ
여하튼 다시, 전날 밤으로 돌아와서..
스트로치 궁전을 지나자 비교적 근대에 조성된 듯한 세련된 명품거리가 나타나고..
그런데 어디선가 웅장하고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러퍼지고..
그 노랫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스트로치 거리에서 소리나는대로 따라가보니 큰 건물의 한쪽 코너에 사람들이 모여있고..
한 젊은 처자가 노래를 하고 있다.
처음에 내가 들었던 노래소리와 이 처자의 노래를 연결시키질 못했다.
설마 이 조그만 덩치의 처자에게서 저런 폭발적인 울림의 소리가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싶어서..
정말 이 아가씨에게서 나오는 소리는 그날밤 피렌체 시내 전역에 울려퍼질만큼 그 성량이 대단했다.
대단한 열광이다.
왠만한 공연장 분위기보다 더 숙연하고..더 폭발적이고..
가수의 실력이 대단하다.
노래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착하고 친절하기까지 하다.
멋쟁이 중년아줌마들이 슬그머니 나가서는 귓속말로 자신들의 신청곡을 귀띰해주니
어쨋거나 그 노래를 불러주려고 애를 쓴다~
가끔은 주책스런 아저씨가 따라부르면서 가수의 음정을 훼방하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야유를 받기도 하고..^^
이런 분위기가 여행자들의 밤을 풍요롭게 해준다.
그러고보니, 독일과 달리 이태리에서는 거리의 가수들이 모두 성악을 한다. 독일은 연주악인데 비해..
생각해보니, 이태리가 전통적으로 가곡이 유명했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연주악이 울려퍼지면 주변이 좀 더 리드미컬한 느낌이 드는가하면,
성악을 듣고 있노라면 연주악보다는 좀 더 로맨틱해지는 느낌이랄까..
아~ 아름다운 밤이다.
레프블리카 광장주변의 관광객과 밤풍경
거리의 화가, 밑그림도 없이 스프레이 라카를 이용하여 순식간에 작품하나를 만들어내건만은..
사람들은 작품보다는 그의 손놀림에 더 정신을 뺏기고 있고..
그나 저나 신나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평생 저것으로 작업을 하면 건강에는 지장이 없을지..그것이 더..
광장주변의 대형레스토랑들은 거의 라이브 뮤직을 제공하나보다..
베네치아에서도 산마르코 광장 주변의 까페들이 밤만되면 돌아가면서 제공해주는 라이브 뮤직덕분에
관광객들의 밤이 즐거웠었는데..
피렌체의 첫날은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채 발길 닿는대로 움직였다. 레프블리카 광장이 어디에 붙었는지도 모른체
무작정 들어온 것이라 내 숙소나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럽의 여름은 여행객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만 소심한 여행객은 그 기회마저도 두렵다.
피렌체의 첫날,
모든 것이 아쉽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
예쁘진 않으나 그래도 웅장함에 있어서는 부럽지 않은 대궐같은 숙소에서 오늘은 어떤 꿈이 내게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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