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08. 15. 일요일 날씨: 말금
조국에 있었다면 8.15 광복절이다...그래서 별 달라질 건 없지만..
밤새 거센 빗줄기가 또 한바탕 함석 지붕을 무섭게 때려대더니 아침에는 다행이 날씨가 맑다.
오늘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기대하고 고대했던 또 하나의 보물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목적지는 발도르챠..
지도상에 보면 행정 명칭으로는 나타나지 않고, 어느 특정 지역에 대한 관례적 용어인 모양이다(오르챠 계곡)
날 외롭게 만들었던 도시에서 이제 난 떠나갈거야
날 외롭게 하지 않을 곳으로..
자유여행을 선택하는 이유가 내 삶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책임지기 위해서일진데,,
이제 그것이 힘들어간다.
내 여행가방에 약봉지의 부피가 커져 가는 걸 보면서..
한 해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지쳐가는 내 몸을 보면서..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가길 염원하는 날 보면서..
나이들어가는 날 확인하고, 노쇠해져가는 이 몸과 마음을 난 아무 저항없이 받아들여야 하는가..
.
.
.
anyway~
오늘은 시에나로 가서, 낮에는 발도르챠를 갔다가 저녁에 산지미냐노로 들어가는 계획을 세웠으므로
아침일찍 움직여서 시간을 아껴야 한다. 피렌체 있는 동안 시간을 너무 루즈하게 보냈다.
8:10분 시에나 행 버스 탈거라고 6:00부터 일어나서 설쳤는데,
sita 버스 터미널로 나가보니 시에나행 버스가 9:10분에 있다.
시에나 발 시간표를 잘못 뫘던 모양이다. 버스 터미널 바깥의 까페에서 카푸치노와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면서
시간을 기다린다.
나는 오늘과 내일 일정에 대단한 기대를 하고 있다.
베네또의 돌로미티에서 내 상처를 치유했듯이..
투스카니에서의 외로움이 발도르챠에서 치유되기를 기대한다.
피렌체 내려와서 오락가락 했던 비가 전날밤에 폭우로 돌변하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아주 쾌청하다.
그것이 날 조금 위안해준다.
'투스카니의 태양'을 오늘 나는 볼 수 있을거나..
마침 버스에서는,
시에나의 '팔리오 축제'를 보러가는 현지인이 옆자리에 앉아서
이것저것 궁금한 거 물어가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시에나에 도착한다.
시에나까지는 1시간 15분이 소요되었다.
10:25분에 시에나 그람치 광장에
도착하여 지하에 있는 시타 버스 매표소로 가서 발도르챠 버스표를 달라했더니
여기서는 버스가 없단다. 기차역으로 가야한단다. 그래서 얼른 기차역으로 간다.
기차역으로 갔더니 그곳에서도 발도르챠 행 기차는 금방 떠났단다. 그래서 일정을 변경한다.
산 지미냐로 바로 갈까하다가 아니 아니..
어차피 산지미냐노는 오늘 오후에 들어가기로 했으니 발도르챠 대신에 시에나 근교 다른 한 곳을 더 가자..
그 곳이 체르탈도(Certaldo)이다.
체르탈도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학의 대가 보카치오가 묻힌 곳이다.
시에나에서 체르탈도를 가기위해서는 오로지 기차로만 갈 수 있으며,
중간에 포지본시(poggibonsi)에서 갈아타야한다.
포지본시는 피렌체와 시에나의 중간지점 정도에 있는 소도시로서 그닥 볼 것은 없으나
토스카나의 교통요충지이다. 버스와 기차 모두 이 곳에서 모두 갈아탈 수 있다.
체르탈도를 가기 위해서 이 곳에서 한 번 갈아탄다. 나중에 산지미냐노도 이 곳에서 갈아타야한다.
전형적인 토스카나의 맑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언덕 마다 하얀 은색으로 하늘 거리는 올리브 구릉을 스치면서
기차는 달린다. 포지본시에서 체르탈도까지는 13분가량만 가면 된다.
티켓 부스도 없는 조그만 간이역 같은 체르탈도 역에 내려서 방향을 잡아보려 해도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고
누군가에게 묻고자 해도 길거리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
역앞 광장으로 나와서 무작정 길 건너편 마을쪽으로 통해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본다.
길 막다른 곳에 도달하니 한 쪽에 보카치오 광장이 있고, 뭔가 안면이 있는 듯한 분위기의 동상이 서 있다.
보카치오 이다.
주변에 관광거리가 있겠다 싶어 주변을 둘러보나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언뜻 언덕위를 올려다보니 붉은 색 테라코트 성곽이 살짝 눈에 들어온다.
어라~ 저것은 무엇이라.. 캐슬인가..?? 올라가 봐~
어디로 올라가지..?
주변을 둘러보니 '알토 체르탈도'라는 표시가 있다.
아항~ 저 곳이 구도시로구나..
그래서, 이 아래쪽 도시에는 사람을 볼 수가 없구나..그렇다면 당연 올라가야지..
↑이 방향은 '도보길' 왼편(←)으로 가면 '푸니쿨라 타는 곳'
난, 걸어올라가보기로 한다.
한켠에 플라타나스 나무와 옆에 올리브 밭이 있는 조용한 산책길로 이어진다.
붉은 황토색 흙과 파란 하늘, 하얀 뭉게 구름, 그 아래 은색의 올리브 나무와 푸른 포도넝쿨..
완벽한 이탈리아의 전원풍경이다. 지금도 저 올리비나무 숲사이로 그날 들었던 새소리가 '지지재재' 들려오는 듯 하다.
저 위에 폐허같은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에는 사람 그림자라곤 나뿐이고..
괜히 헛걸음하는 건 아니겠지..
폐허가 된 체르탈도 옛 도시의 흔적만 남아있는 건 아니겠지..혼자 걱정하며 오른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길은 너무 아름답다.
올라가니 텅 빈듯한 마을이 나타난다. 마치 낮에는 고양이들만이 집을 지키는 '고양이 마을'마냥..
군데 군데 벽조각도 떨어져 나가고..
맞아..폐가만 남은 옛 도시의 흔적만 남아있을 거야..
혼자 지레짐작하며 맥빠진 모습으로 마을을 기웃거린다.
어어~ 근데 이건 뭐야~
이런 옛 도시에 이렇게 예쁜 레스토랑이..
그리고 거리에는 사람흔적 하나 없는데, 저 사람들은 어디서 나타난겨..
이 곳에도 사람이 사는가..??
마을의 정체를 궁금해하면서 마을을 기웃거려 감에 따라 조금씩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리고, 이 마을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을인지 알게 된다.
비록 오래된 벽돌의 귀퉁이는 떨어져 나갔을 망정 ..
그런 것에서 오랜 세월속의 풍상을 겪어낸 중년의 편안함이 녹아있고
황토색 벽돌계단위에 정갈하게 놓여있는 화분들은 이곳 토스카나의 뜨거운 태양에 반사되어 초록이 더욱 빛난다.
마을에 대한 희망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골목 골목에는 오클 칼라의 이태리 중세 가옥과 풍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21세기에 사는 동양여인이 15세기의 서양을 만나고 있다는 감동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한다.
구도심의 유일한 호텔..
약간은 다듬어진 것 같은 이런 건물도 원형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체르탈도의 porta al sole를 통하여 바라본 토스카나의 아름다운 전원풍경
포르탈솔레를 뒤로 하고는 가파르게 뻗어있는 'Via delle costa alberto' 를 따라 올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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