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9. 12. 월요일 날씨: 흐림, 비 오락가락
곧 가을이 온다는 소식
바람은 마음에도 숨어들고..
달빛 아래 놓고 간 그리움 한 아름 안고
바람의 이야기를 들으려
길을 떠나 봅니다.
그 동안 몇 번이나 가보고 싶었지만
거리의 문제나 시간의 문제로
언제나 후순위로 밀어낼 수 밖에 없었던 봉평.
이번 주는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는 주의 주말이라
김해집에 가지 않고 합천에서 편안하게 주말을 지내기로 하였다.
그러나
하루 집에 있어보니..
이틀을 집에서 뒹구는 것은 신체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그닥 이로울 것 같지 않아서 계획을 수정하기로 하였다.
몸은 피폐하고
마음은 삭막하고
계절은 더 삭막한 여름의 끝자락
가능하면 지금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강원도로.
기왕이면 꽃이 있는 곳으로.
찾아보니 '봉평 메밀꽃 축제기간'이다.
9월 2일부터 11일까지.
축제의 일정은 전날 끝났지만
먼길 찾아간 나그네에게는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꽃의 상태는 오히려 지금이 절정이다.
가산 이효석 문학관을 먼저 찾는다.
월요일은 휴관이란다.
그래도 입장은 가능하도록 개방을 해준다.
정원에 놓여있는 브론즈 조각상이다.
평소 거실에서 집필하는 모습을 재현하였다.
상당히 멋쟁이였고 서구적 생활을 지향하는 모던 보이였던 것 같다.
집필실 사진에는 외국 여배우의 사진과 메리크리스마스 가렌더, 트리, 축음기 등이 배치되어 있다.
작가는 1907년에 봉평에서 태어나
1942년에 결핵성 뇌막염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는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나 섬세한 예술가적 감각으로 창작활동을 하였으나
말년에는 아내와 어린 차남을 잃고 실의에 빠져 방황하고 자신도 병이 들어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한다.
본인은 35세, 부인은 27세에 세상을 떳으니 요절에 속한다.
'메밀꽃 필 무렵'은 1936년에 '모밀꽃 필 무렵'으로 발표한 그의 단편소설이다.
문학사상 창간호에 이 지역을 화보로 게재한 내용이다.
'여기가 그 곳이다'
사진속의 분위기가 소설에서 묘사하고 있는 분위기와 매우 흡사하다.
그 때 그시절의 정취를 그대로 느끼기는 어렵겠지만
소설속의 흔적을 찾아 마을로 내려가본다.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레 방앗간'
「풀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레방앗간으로 들어가질 않았겠나」
그 안에서
봉평마을에서는 한 인물한다는 성씨 처녀를 만나게 되고..
물레 방앗간을 나와서 메밀밭을 보러갑니다.
ㄴ남쪽마을에는 아직 여름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곳에는 벌써 가을이 와 있습니다.
코스모스, 구절초 등
낯익은 가을꽃들이 목각인형과 함께 우울한 길손을 환하게 맞아줍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라고 묘사한 풍경을 재현하기 위하여 꾸며 놓은 메밀밭으로 들어가본다.
꽃잎이 탱글탱글하다.
축제기간보다 오히려 지금꽃이 더 보기 좋은 것이 아닌가싶다.
좋은 시기에 갔다
메밀밭 중간쯤에
허생원과 조선달 그리고 동이가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를 들으며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이야기하며 흐뭇한 기분으로 밤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들의 스토리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내리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
현대인들이 자리를 대신합니다.
달빛은 없어도 소금을 뿌린듯한 흐뭇함은 여전하다.
'메밀꽃은 사랑이요 그리움이다'
문학관 앞 스탠딩 배너에 새겨진 문장이다.
한 밭떼기 밖에 되지 않는 메밀밭이지만..
달빛 교교한 정취는 없지만
여전히 사랑과 그리움은 남아있었다.
누군가와 한번 더 와도 좋겠고
혼자와도 괜찮겠다.
기왕 갔으니 메밀음식 하나정도는 먹어줘야 할 것이라 ..
배도 부르고
철 이른 가을바람도 만나고..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가오는 가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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