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책읽기

참된 무사의 주군은 과연 누구인가?, '칼에 지다'

노코미스 2019. 2. 2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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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예로부터 의를 가장 큰 덕으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본래 의미를 왜곡하여 의는 곧 충의라 규정하고 말았으니,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며 궤변이요 천하의 오류입니다.'


나라에 대한 충이 의가 아니라면,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한 의란 말인가?

 

일본의 역사 중에서 막부말기 꼬랑지 중에서 꼬랑지에 속하는 시기

하 수상한 시절 '불온세력'이 새 천왕을 등에 업고 막부시대에 대해 혁명을 시도하고자 하고

막부는 그런 불온세력으로부터 천왕을  보호하기 위하여 천왕 특수호위부대인 '신센구미(新選組)'를 조직하여

마지막 세를 과시하던 시절이었다.


철저한 신분사회였던 막부시대

재주는 뛰어나고 머리도 영민하고 뛰어난 무사라 할지라도

신분을 뛰어넘지 못하던 시절,

1년 연봉 쌀 14가마정도 되는 하급무사들에겐게 신센구미는 자신의 능력을 의롭게 과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였다.


그러나 신센구미는 겉으로는 존왕양이라는 근사한 명분으로 만들어진 특수경호부대이지만

사실은 뼈대있는 사무라이집단이라기보다는 오갈데 없는 미부낭사집단이었고, 당시 시민들에게 원망의 대상이었다한다.


이야기는

신센구미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신센구미 대원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라 보는 것이 좋겠다.


지금은 이와테현 북부지역에 속하는 지역,

모리오카의 난부번 하급무사 요시무라 간이치로의 행적을 통하여

그가 선택한 신센구미 입단이 과연

존왕양이 대의를 위한 행위였는지, 아니면 천왕에 맞선 역적행위였는지

아니면 또 다른 대의가 있는 것인지?


요시무라 간이치로는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말하기를

인성이 자애롭고 배려심이 많아 그를 따르지 않는이가 없고

하급무사라 할지라도 학문이 높아 후배를 잘 이끌고

검을 쓰는 능력은 왠만한 무사도 근접할 수 없는

정말 훌륭한 사무라이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그는 돈과 관련해서는 너무나 인색하고 수전노적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검소했다.

그가 신센구미에서 도맡아한 허드렛일들도 어쩌면

돈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돈과 관련해서는 계산이 철저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사람들의 기억속에 저장되어있는 이중적인 모습의 여러조각들을 이어붙이다보면

그가 왜 그토록 충성하는 난부번을 탈번하면서까지 신센구미에 입대하지 않았으면 아니되었고

왜 그렇게 돈에 연연하지 않으면 안되었는지가 밝혀지게 된다.


그의 모든 행적들 뒤에는 그의 가족이 있다.

일년에 쌀 14가마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4명의 사랑스런 처자식이 있다.

주가에 대한 충도 좋고 존왕양이도 좋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향에서 함께 살는 것도 좋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 처자식이 굶어죽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요시무라 간이치로가 신센구미에 입대하는 대의명분은 존왕양이였지만

실상 그가 자기목숨을 내어주면서까지 싸웠던 실제 명분은 가족이었고,

오히려 '사람이 걸어야 할 길을 불의로 만들고야 마는 더 큰 불의였다'

'더 큰 불의'란 빈천을 악으로 보는 세상, 부귀를 선으로 보는 세상이었다.


그 선비같은 가늘디가는 손가락으로

연하디 연한 가슴으로

수백의 목숨을 자기 칼로 칠 수 밖에 없는 세상,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아닌 일을 시키는 세상


요시무라 간이치로가 검을 휘두른 대상은

그런 불의의 세상이었다. 내 자녀들만은 그런 불의의 세상에서 살지 않기를 바라면서

열심히 돈을 붙였다. 고향으로.

자신은 한겨울에도 여름옷으로 지탱하더라도

수전노소리를 듣더라도

1푼이 모이면 모이는데로로, 2푼이 모이면 모이는데로

모두모두 고향으로 보냈다.

내 아들, 내 딸, 내 아내가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국가에 충신이냐 역적이냐 하는 것은

이기면 관군, 지면 반란군이 된다. 그것은 정치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처자식에 대한 책임이야말로 가장 본질적인 의거이다. 그 누가 요시무라 간이치로를 비난하고 모욕할 수 있을 것인가?


요시무라 간이치로를 뼈속까지 이해하는 오노 지로우에몬이 마지막으로 친구를 대신해 변명한다.

'사내 대장부가 신명을 아끼지 않고 처자식에 온 정성을 다하는 것은 결코 비천한 일이 아니며 단연코 의거올시다.

 그야말로 후세만민을 위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

참된 무사에 대한 아사도 지로의 새로운 정의이다.


먹고살기 힘든 오늘날

젊은 가장들에게 주는 메시지의 공명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