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화보는 방식은 일반 영화 매니아들과는 다소 다르다.
난 영화는 잘 모른다. 그저 재미있으면 좋고, 아니면 짜증나고..
그리고 평이란 것도 재미있다, 없다수준에서 약간 한 단계 위 수준?
왜냐하면 전문적이진 않지만 나만의 이유는 붙일줄 아니까~
아임 낫 데어는 순전히 히스 레저 때문에 봤다, 다크 나이트가 그랬듯이..
사실 밥 딜런은 우리시대의 우상이긴 하지만 어렸을 적 난 문화 결손 환경에서 자란 관계로
음악에는 통 조예가 부족하다. 물론 음악적 관심도 부족하기도 하고..
이유야 어떠하든,
밥 딜런의 영혼을 세상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토드 하이네 감독의 의도였다면, 나에게는 성공하였다.
지금부터 나는 밥 딜런에게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니 말이다. 그것도 무한한 관심을..
사실 난 영화를 두 번 보았다.
처음에는 영화 제작 노트에 대한 참고없이 봤더니 도저히 등장인물과 스토리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제작노트를 읽고 다시한번 더 보니 내용이 들어오고 영화의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영화는 캐릭터와 주제도 좋지만, 구성도 참 독특하고 재미있다,
밥딜런의 각각다른 6개의 영혼을 한올한올 날실로 잡고 시대적인 배경들을 적절히 씨실로 엮어서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주고 받고 그러면서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그의 삶을 모자이크처럼 연결하여 하나의 의미있는 전체로 완성하고 있다.
모자이크처리를 한 것은 밥 딜런의 삶이 독특하고 예술적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끈한 그림은 아님을 드러내고자 한 의도였다면
그것 또한 성공적인 전략이다.
각각의 영혼들은 자신들의 입을 통하여 밥 딜런의 정신세계를 전달한다.
벤 위쇼는 시인으로서의 밥 딜런을 표현한다.
상황으로 구체화되지 않는 그의 정신세계는 시인의 입을 통하여 전달된다.
예를 들면, "카오스는 나의 친구이다. 혼돈은 날 받아줄 지 모르겠지만.."
60년대는 미국의 베트남전 패전, 부패한 정치, 불타는 도시, 분기한 청춘 등,
이런 것들이 어쩌면 그의 창작의 원천이었는지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러했다.
뮤지션으로서 밥 딜런은 처음에는 통기타와 하모니카를 들고 나온다.
크리스챤 베일이 잭 롤린스라고 하는 포크 싱어를 연기하면서 초기 밥 딜런을 표현한다.
크리스챤 베일은 나중에 목사로 전환한 존이라는 뮤지션 역할도 함께 하면서 1인 2역을 하는데
참 잘한다. 베트맨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후에 음악적 성향을 바꾼후의 모습은 케이트 블랑켓이 연기한다.
처음에 난, 케이트 블랑켓이 캐스팅은 되었다는데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하고 얼마나 찾았는지 모른다.
케이트 블랑켓을 밥 딜런역으로 캐스팅하고자 한 발상은
야~ 대단한 역발상이다. 사람들이 모두 무릎을 쳤을 것이다.
섬세한 예술가의 표정과 손짓, 몸짓을 표현하기엔 선 굵은 남자 배우들보단
남장 여자 배우가 더 나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또한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라
감독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인데, 결과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밥 딜런이 세상을 향하여 하고 싶었던 말, 하였던 말의 대부분이 케이트 블랑켓이 분한 쥬드 퀸을 통하여 전달되는데,
말을 할 때나, 노래할 때, 그냥 널부러져 있을 때, 누군가를 향하여 표현할 때, 피곤하여 눈살을 찌푸리고 코끝을 문지르고 입술을 훓을 때의 섬세한 손끝처리, 눈빛 및 시선처리, 입꼬리의 움직임등등... 조용하면서 매우 강렬하다
과연 그녀 아닌 다른 어느 누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싶다!!!
밥 딜런은 초기에는 노래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으나
1963년 케네디를 묻으면서 정치가 끝났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면서 그의 음악세계도 바뀌고, 영적 세계도 시시각각 변화해 가는 듯 하다.
그같은 느낌은 마지막 그의 독백에서 드러나고 있다.
"나는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 내가 누군지 모를 때도 많다.
마치 한 공간에 어제, 오늘, 내일의 내가 있는 것 같아
무슨일이 일어날 지 예측할 수가 없다"
밥 딜런에게 있어, 음악적 성향이나 사상의 변화는 그 자체가 자신의 실체이지만
대중들은 그의 그런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수용하지 못한다.
대중들은 밥 딜런이 포크송의 순수성을 통하여 혼탁한 세상을 바꾸기 위하여 이 세상에 온 구원자로 이미 규정하고 있었고
전자기타로 대변되는 거대 상업주의에 편승하는 그의 음악적 변경은 대중들을 실망시키게 되고,
그를 비난하게 '유다, 배신자'라고 비난하게 만든다.
그리고 대중 매체까지도 대중들의 관심거리에 그가 관심을 가지기를 요구한다.
지상파는 지상파대로, 공중파는 공중파대로, 파파라치는 파파라치대로
인기스타를 그냥두지를 않는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을 지키고 타인으로부터 상처받지 않기 위한 온갖 수단과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난 구원자가 아닌 한 낫 이야기꾼에 불과해. 난 애초에 포크며 저항가요에 관심없었는데
어쩌다보니 한 것 뿐이라면 어쩌겠오...당신이 날 뭘 안다고.. 당신은 평생가도 날 알지 못할 걸.."
"아뭏든 난 포크싱어가 아니예요"
히스레저는 영화속의 영화에서 잭 롤린스의 역을 연기하는 연기자로 분하여,
인기스타로서 겪게 되는 밥 딜런의 어려움을 대변한다.
사랑과 섹스문제, 그도 평생 죽을 때까지 풀지 못할 숙제라고 말했다.
또한, 그를 통하여 밥 딜런이 상당히 쇼비니스트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여자는 시인이 될 수 없어." "여자 시인은 남자시인보다 못해"
"여자는 갈굴 사람이 필요해" 등등 상당히 성차별적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돈된 세상에 대한 관심은, 말로는 아니라지만,
결코 놓을 수 있는 끈이 아니었던 것 같다.
"케네디가 아니고서는 누구도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세상은 성경과 안정제에 취하게 한다" 등등,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그러고는 급기야 십자가 앞에서 외친다
"왜 하필 국가와 왕국이 힘들때, 절 당신의 증거로 삼으신거죠?"
신에 대해 회의적이던 밥 딜런이 어느날 여자친구와 성경학교에 등록을 하더니
6개월후에 신자가 되고, 이후 목사가 되어 음악으로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
너무 많은 영혼을 가졌으므로 어느누구도 그가 누구인지 알지못한다.
어떤 모습에도 그는 없다(I'm not there)
그러니, 나를 누구라고 규정하지도 말고, 나에게 무엇에 관심가지라고 또는 다른 사람과 같은 감정을 가지라고
요구도 하지도 말아라. 나는 내 방식으로 산다.
'인간은 모두 자유를 원한다. 자기 방식으로 사는 자유'...
2008. 10. 31. 늦은 밤
'어쩌다 reading > 영화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속스캔들 (0) | 2009.01.07 |
---|---|
화성아이, 지구아빠 (0) | 2008.11.22 |
포 미니츠 (0) | 2008.11.16 |
gone baby gone (0) | 2008.11.01 |
비몽 (0) | 2008.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