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8.2009(일)
샤또 두 시옹은 호숫가에서 살짝 떨어진 바위섬위에 세워져 있어서 마치 호수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평가받는 성이다.
성의 기원은 9세기이며, 12세기 이 지역에서 세력을 떨치던 savoi가문이 성을 사들여 개보수 및 증축을 반복하여 14세기에 이르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이 성이 유명하게 된 것은, 19세기에 이 성을 방문한 영국시인 Byron이 제네바의 수도원장 Bonivard가 이 성의 지하감옥에서 4년간 쇠사슬에 묶여 지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이야기를 '시옹의 죄수'라는 서사시로 엮어 발표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이 성의 입장은 여름에는 매일 09:00-18:00/겨울에는 10:00-16:00. 입장료는 12CHF(유레일 소지자 무료)
전날 삽질놀이로 하루를 탕진하였기에, 이 날은 일찍부터 서둘렀다.
이미 레만호수의 풍광이 어떠한지는 맛을 본 터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베른에서 9:04에 출발하는 ICE를 타고 제네바를 거쳐 다시 몽트뢰에 도착하니 10:50분.
이미 기차안에서 관광의 우선순위를 정하였다. 혹시 주변을 다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지도 모르므로..
그리하여 가장 우선 순위를 얻어낸 곳이 몽트뢰의 '시옹'성이다.
몽트뢰 역에서 시옹성을 가기 위해서는 버스 또는 호수정기선으로 15분이 소요되는데,
난 버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몽트뢰 역에서 역사바깥으로 나와서 왼편으로 100m정도 내려오면
오른편 골목으로 이런 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그랑 거리grand rue가 나오고..
길 건너편에 '인포메이션 센터'와 '시옹'가는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도로건너편 정류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 정류장 이름을 기억해둔다. 혹~ 돌아올 경우를 대비해서~
아마도 이 안쪽에 '선착장'이 있나보다~
'카지노 거리'를 타고 약 15분 정도 가니 저~쯤에 단정하게 생긴 성의 모습이 드러난다.
호반을 따라서 살살 걸어가도 얼마되지 않을 것 같은 거리이다.
버스는 성을 지나쳐서 내려준다.
앞의 스페인 아줌마가 엄청 급한지 무리를 앞질러 달려간다~
도로변에서 성벽쪽으로 이어지는 나무다리..
저 나무다리를 건너서 성벽쪽으로 들어오니 바다와 그리고
주변과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예쁜 성이 단아하게 앉아있다. 성은 육지에서 살짝 떨어져서 지어져 있다.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와 있고, 다들 표정들이 즐겁다. 이 날은 나도 왠지 즐겁고 행복했다. 아마도
레만호수가의 뜨거운 햇살때문이었을까..?
성입구 티켓팅 센터에서 유레일패스를 보여주니 'free'라고 그냥 들어가란다. 와우~
난 할인정도 생각하고 보여줬었는데.. 기분좋다♬
들어오니, 자그마한 첫번째 뜰이 나오고
관광객들이 바라보는 쪽에 안내구역이 있어서 성에 대한 정보와 오디오 가이드를 구할 수 있다.
설명서는 한국어로 된 것도 있다.
이번 여행에서 한국어 안내서가 비치되어 있는 관광지는 이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
성 내부관광은 각 구역마다 표시되어 있는 번호를 따라가면 흐름을 잃지않고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5번은 지하실들어가는 입구이다.
7번방은 옛날에 죄수들을 감금하던 감옥인데, 목을 조이는 기계도 있어서
장난기 많은 외국인은 그것을 목에 갔다대기도 하는 모션을..
여기 8번 뒤쪽으로 보이는 공간이 이 성을 유명하게 한 일화와 관련된 장소인, 일명 '보니바르의 감옥'이다.
이 공간은 원래 생활용품 및 무기 보급품을 보관하던 창고였으나 1290년경 감옥으로 개조되었고..
더 유명하게 되었던 것은, 16세기에 종교개혁을 추진하려고 했던 제네바의 수도원장 '보니바르'가
종교개혁을 반대하는 사보이 공국의 왕에게 잡혀
이 성의 지하감옥 입구에서 5번째 기둥에 사슬로 묶인채 4년을 수감되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
(위의 사진이 수감되어 있는 보니바르의 모습이다)
19세기에 이 성을 방문한 영국의 시인 바이런이 '보니바르'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것을 '시옹의 죄수'라는 이름으로 서사시를 지었다.
이를 계기로 시옹성은 세상밖으로 이름이 알려지게 되고..
지하감옥 3번째 기둥에 바이런은 자신이 다녀간 흔적을 남겨두고 있다.
관광객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저렇게 테두리를 해 놓고 있다.
나 역시, 사람들이 '거기가면 그것이 있다'라고 하는 것 중심으로 보는 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지라..
역시 바이런 이름이 있구나..그가 다녀갔나보다..하고는 지나쳤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보니바르'의 흔적을 찾고 있는 중에,
주변이 어수선해서 돌아다보니
한 무리의 노인들이 바이런 기둥을 중심으로 서서 뭔가를 하고 있다.
보니, 옆에 가이드 역할을 하는 중년남자가 지켜보고 있고,
그 중에 연세가 있는 할머니가 뭔가를 읽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경청하고 있다.
들어보니..'시옹의 죄수'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역사적인 장소를 방문하면서, '아 그런게 있었구나~'하는 정도로 지나치는 여행이 아니라,
그 당시 그 주인공이 느꼈을 감정을 함께 공유하는 여행..
그것도 '가이드 투어'로..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저런 이벤트에 참여하는 노인들의 저 진지한 태도..모습
시를 읽고 있는 할머니는
내가 보건데,
무리속에서 가장 연로한 분으로 보였다.
그래도 목소리는 창창하다.
아주 자랑스럽게
그리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낭독하시는지..
그 옆에 귀를 기울여 듣고 있는 일행들..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낭송후에는 또 다른 대 토론이 벌어지고..
가이드가 일행에게 '느낌이 어떠세요?' 한마디 물었더니..
각자 자기의 느낀바를 한마디씩 하는데 얼마나 진지하게들 임하는지..
낭송한 할머니의 소감..
"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이런 느낌을 느꼈다
...
인적이 모두 끊어진 한 밤중..
파도소리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어둠과 정적만이 감도는 이 지하감옥에서
보니바르가 느꼈을 그 적막감과 고뇌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저 사람들은 오늘 보니바르와 바이런의 바이러스에 푹 빠져서
더 이상 다른 투어를 하지 않아도 참 행복하지 않았을까..
나 역시 늦었지만,
그 시대 그곳에 있었던 사람이 느꼈을 그 느낌이 무엇이었는지..
늦게라도 알고 싶어서(공감까지는 아닐지라도~)
'시옹의 죄수'를 아무리 검색해도 한국에서는 관련정보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난간을 통해서 2층, 3층으로 계속 올라갈 수 있다. 각각의 공간에는 식당, 연회장, 침실, 대기실, 접견실,
살롱, 예배당, 고문실, 변소, 전시실 등이 재현되어 있어서 당시의 생활상들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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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옹성에는 창이 참 많다. 지하성의 조금만 창에서부터, 성주의 식당에 있는 우아한 창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창들이 비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창앞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창을 좋아한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왜??
시옹성에서 바라본 레만호수..
성에서 나와서 몽트뢰로 나가기 위하여 오전에 내렸던 버스정류장으로 가려하다가 보니..
여기서 호수 정기선을 이용해서 몽트뢰나 브베로 갈수가 있단다.
이번 여행에서 여객선을 한번도 타지 않았음을 떠올리면서
오늘 그 즐거움을 누리려고 다시 성곽아래쪽으로 내려온다.
버스 정류장은 성곽에서 나와서 완편 오르막길로 나가야 하지만,
정기선 선착장은 성곽 오른편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호수 정기선 선착장에서 바라보니 성의 아름다운 전체 모습이 다 들어온다.
너무 가까이에서는 부분밖에 볼 수 없어서 안타까웠었는데..
저 정기선을 탈려고 한시간이 넘는 시간을 하릴없이 기다렸지만,
그렇다고 꼭 하릴없이 기다린 것만은 아니다.
레만호수의 물빛과 하늘빛..그리고 그들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시옹성의 자태에 빠져있는 한
결코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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