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제주 기행

제주도 중산간 지역 간 보기

노코미스 2010. 5. 30. 22:22

 

2010. 05. 29. 토요일 날씨: 맑음

 

27-28 일 제주에서 학회가 있었다. 제주에는 처음이다.

그렇게 말하니,

한 방에 묵었던 선배와 다른 학교 교수가 놀라운 표정으로 묻는다. 왜~ ???

 

큰 이유는 없다.. 단지 기회가 없었을 뿐이고..ㅎ

그리고 남한테는 대 놓고 말하진 못하지만, 나 나름대로의 암묵적인 이유가 한 가지 있긴 했다.

그것은 '제주도는 신혼여행지다~"라고 하는 내 나름대로의 편견 때문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신혼여행지로 30여년 전부터 키핑을 해 두었었는데..

 

운좋게도 첫번 결혼을 늦게 하는 바람에

그 당시 신혼여행지의 붐은 '일본'이라, 우리도 일본으로 가게 되었고..

그리하여 제주도를 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

 

그러고는 한동안 정신없이 사느라 여행을 다니지도 못했고,

최근에는 시간만 나면,

먼 곳으로 튈 생각만 하니, 제주도는 내 여행지의 사각지대였다고나  할까~ㅎ

 

이번역시 주중이라.. 작정하고 나서지 않으면 참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컨퍼런스 주제가 민감한 주제일뿐만 아니라, 마침 제주에서 개최한다 하니 마음이 더 동한다.

게다가, 학회가 끝나는 뒷날은 주말이다. 우훗~~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치고 게잡고.. 늘 시간에 쫓기는 나같은 사람에겐 하늘이 주신 기회이다.

얼른 수업을 이리저리 돌리고 빼고 넣고, 공구고 해서 대책을 마련해두고는 참석을 신청하였다.

 

학회가 끝난 후 모두들 떠나 보내고, 혼자 중문으로 들어왔다.

중문의 분위기는 제주시와는 사뭇 다르구먼.. 차에서 내리니 냄새도 다르다. 흠..

중문 관광단지 주변에 높이 높이 솟아있는 종려나무들이 아열대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고,

차에서 내리면서 호흡하게 되는 이 달콤한듯하면서 약간 비릿한 듯한 이 냄새는..?

아뭏든,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제주시의 분위기와는 무척 다르다. 기대가 된다.

 

제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일단, 정보를 줏어들을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로 찾아 들어간다.

역시, 밤에 '게스트를 위한 막걸리 파티'가 열리고,

그곳에서 나름 여행의 고수라 하는 젊은이들의 조언을 경청한다.

 

여유있는 시간이 하루뿐이라면, '우도'를 추천한다고 한다.

 

내가 중문으로 온 이유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7, 8 올레길 중에 한 곳을 트렉킹할까 하고 왔는데..

 

그렇게 말했더니, 제주도만 10여번 정도 드나들었다고 하는 제주 전문가 삘이 나는 젊은 친구가

자신있게 '우도'를 추천한다. 자전거를 탈 줄 알면 '자전거 타고 우도 일주'를 하고 나면

그 추억은 정말 눈물 날 만큼 아름다울 것이라고..

 

그이말을 듣고, 우도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내 베드가 얼마나 명당자리인지, 아침에 눈을 뜨니 베드 위에서 중문단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여미지 식물원의 건물이 우뚝 솟아있고, 그 건너편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고..

 

 

왼편으로 살짝 눈을 돌리니 한눈에 봐도 뭔가 사연이 있어보이는 거대한 다리가 허공중에 떠 있다. 

중국삘이 난다. 무슨 다리인지..

 

나중에 알고 봤더니 천제연 폭포 입구의 다리란다. 하늘의 천제를 모시는 선녀들이 내려와서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단다.

 다리에는 날개옷을 입은 선녀들이 하강하고 있다. 신비로움이 없다.  

 

 

 

 

더 왼쪽으로 눈을 돌리니 서귀포 가는 방향의 중문 단지 거리가 보인다.

 

사진 중간쯤 하얀 벽에 검은 지붕이 얹어진 조그만 건물 맞은편에 버스 정류소가 있다.

우도를 가기위해서는 그곳에서 서귀포행 버스를 타야한다. 그리고 서귀포에서 다시 성산항가는 버스로 갈아타야한단다.

게스트 촌장이 창가로 데리고 가서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게스트 하우스 뜰에 피어있는 '접시꽃 당신',

시골 농가 담벼락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꽃이라

도시인들에게는 생소한 꽃이다. 나도 무척 오랜만에 본다

 

 

성산항으로 가기 위하여 대로로 내려가지 천제교 너머로 천제폭포 다리가 건너다 보인다.

천제교도 약간 중국삘이 난다~^^ 

 

우리나라 관광단지의 미적 감각 수준에 대해서 또한번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면서

혼자 조용히 삭히려 노력중이다. 

 

 

 아래쪽의 숲과 계곡 등..자연적인 모습들은 참 좋다.

그것들을 꼭 저런 이상하게 튀는 조형물들로 균형감을 깨어버려야 했을까..?

 

 

  

 하지만, 주변의 이렇게 싱그럽고 아름다운 꽃들 덕택에 심호흡을 할 수 있다~

 

 

공원입구에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택시 한대가 오더니 꼬드긴다.

여기서 성산항까지 버스를 타면 2시간 가량 걸리고..

게다가 우도를 들어갔다고 저녁 비행기를 탈려면 여기서 버스를 타고 갔다가는 비행기 놓치기 십상이라고..

 

원래 귀가 팔랑귀에다, 버스를 갈아타야하는 일이 번거로와서, 택시기사의 말에 귀가 솔깃하다.

얼마면 갈 수 있느냐니까 3-4만원 정도 나오고 1시간 정도 걸린단다. 잠시 고민좀 해볼까하는데 기사아저씨가 틈을 안준다.

그러다가 오늘 집에 못간다고..

그닥 바쁜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그 말을 들으니 정말 그런것 같기도 하고..해서, 결국 택시에 올라탄다.  

 

잠시가더니, 해안 일주도로 이정표가 나오니, 기사아저씨가 양해를 구한다.

저쪽으로 가면 해안은 볼 수 있지만 많이 돌아서 간다고..

그래서 가장 단거리 코스인 내륙 직선코스로 가고자 하는데 그래도 되겠냐고..?

 

나야, 부산이 고향인 사람인데.. 그까짓 해변이야 원하면 언제든지 보는 사람..상관없다 동의하니,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내륙으로 방향을 돌린다.

 

 

 잠시가니, 시야를 가로막고 누워있는 큰 산을 하나 본다. 한라산이다.

 

어젯밤에 자칭 제주도 전문 여행가들로부터 이미 들은바가 있다.

한라산은 '아름다운 여성이 긴 머리를 뒤로 풀어 헤치고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그래 딱 그 모습이다. 신기하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봤을 때는 잘 느끼지 못하겠더니, 직접 보니 영락없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 모습이 우아하기 그지 없다.

 

이렇게 우아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성격은 매우 까탈 스럽단다. 왜냐하면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그래서 한라산 정상위의 날씨는 기분에 따라 하루에 열두번도 더 바뀌고, 그 변화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아름다운 여성들이 그러하듯이~(그 형색을 보니 이런 설명이 이해가 된다~)

 

그래서, 제주도에는 한라여신의 기운으로 여성이 많고 그 영향력이 강한게 아닌가~하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음양의 조화를 위해서 '남근'모양의 돌하르방으로 양의 기운을 북돋우는 문화가 생긴 것도~^^

한라산을 보니 제주도의 많은 것이 눈에 보인다.

 

 

 

 잠시 가니, 중산간 고원지역으로 들어서는 것 같다. 하늘은 쾌청하고 갓길에 피어있는 꽃들은

자기색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내륙과는 그 분위기나 느낌이 다른다.

 

 

 

 일본이나 유럽 등 고원지대에서 만나는 느낌을 공유한다

 쾌청한 하늘, 하얀구름, 맑은 공기, 함초롬한 꽃 등..

 

  

 

 

  

  

 

 바람에 하늘거리는 야생화와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듯한 연한 코발트 블루의 하늘이 제법 잘 어울리고..

 

 

가는 중간중간에 삼나무 숲길이나 자금자금한 오름들, 산굼부리, 제주마 방목지 등의 팻말들을 스쳐지나온다.

어마나~ 많은 사람들의 여행기에서 봤던 곳들..저런 곳들은 어떤 곳일까..?

 

다음에 이 지역을 위해서 반드시 한번 더 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개인적인 견해로, 제주도는 해안지역보다 중산간지역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는 생각이다.  

특히, 돌아와서 돌이켜 생각하니 그 생각이 더 옳은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차를 가지고 갔더라면, 아마도 나는 목적지를 바로 바꾸어버렸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곤란하다.

 

내 생각과는 달리, 기사 아저씨는 외지 손님이 제주도의 택시기사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하기 위하여 

우도를 향하여 얼마나 열심히 악셀을 밟고 있는지.. 

 

그래도 우도가 얼마나 먼지 도대체 나타날 생각을 하질 않는다. 그런 이유로,

우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기사아저씨에 대해서 몇번의 의심을 해야 했다. 이 아저씨가 혹시 일부러 먼길을 돌아온건 아닐까..?

왜냐하면 3-4만이면 갈 수 있고,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다했는데, 도대체 1시간이 지나도 성산항의 이정표는 나타날 줄 모르고,

요금계량기는 현재 4만원을 넘어선지 오래고 곧 5만원, 도착하면 아마도 6만원도 더 나올 것 같고..

 

그러니, 어째 의심하는 마음이 안들겠어~?

 

그런 의심이 들면서 초기에 화기애애했던 기사아저씨와의 대화가 어느 순간부터 단절되기 시작한다.

 

이런 느낌을 아저씨도 느끼는지 말수가 줄어들고..

그런 분위기에서, 겉으로는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내 속에서 의심과 불쾌감이 고조되기 시작한다.

하는 수없이 물어본다. 아직도 멀었냐고..아저씨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인가보다..

불안해 하시면서, "요금이 오르기전에는 3-4만이면 갈수 있었는데, 요금이 오른 후부터는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거짓부렁하는 것 같아보이진 않는다.

어쩔 수 없어, 아저씨를 무조건 의심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혼자 다 부담하기는 너무 과하고 해서..

'아저씨 좀 깍아주셔야겠어요~?"했더니, 아저씨도 상황상 어쩔 수없는가보다

"그래야지요~"하시더니, 그때부터 요금계량기를 꺾어버린다. 그러고 나니 서로가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러고 나서도 15분여를 더 가서야 성산항에 도착한다. 들어가는 길에 외지 손님의 나갈 길까지 걱정하면서

"꼭 4시전에는 나와서 버스를 타야 비행기를 놓치지 않는다'고 신신 당부를 하시면서,

'버스는 선착장에서 나와서 이곳에서 타니 기억해두라'는 둥 아버지 같은 걱정어린 잔소리를 해 준 후, 선착장에 내려준다.

그러고는 '37,000원만 내라'고 한다.

오는 길에 좋은 길  구경잘하고, 고맙게 잘 왔다. 흔쾌히 지불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으로 아저씨게 정중히 인사를 전하고는 우도로 넘어간다.

 

 

 

 

성산항 여객선 선착장

 

 

 성산 일출봉이 뒤로 보인다. 저 곳을 보고 갈 수 있을까..?

 

 

곧 떠날 '우도 도항선'에 오른다.

 

 

 

 거의 많은 사람들이 차를 가지고 들어간다. 두명이상만 되어도 여행하기가 편리할 것 같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2-3명이상만 되어도 택시나 렌트카를 이용하면 효율적이겠고..

혼자서는 그 방법이 지불비용이 과하므로 오히려 느긋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제주도에 가보니 도로를 걷거나 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오히려 외국인들이 많고..

한국인들은 거의가 택시나 렌트카를 이용하는 것 같다.  

 

한국인들의 여행패턴은 어쨋던 좀 다르다.

차를 타고 한 바퀴 휭~

 

그런 여행으로,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또는

"그 시간, 그 곳에 내가 있었네~"

 

  

 

 

우도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싣고, 도항선은 출발한다.

 

 

                갑판위의 여행자들은 그 위로 휘몰아쳐 오는 바람으로 기대를 더 부풀린다.

 

 

 혼자하는 여행객은 짧아져 가는 자신의 그림자와 셀카놀이로 시간의 한 부분을 메꾸고..

 

 

 그러는 사이에, 섬속의 섬 '우도'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