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0-08 베네토

베네치아 아침산책

노코미스 2010. 9. 10. 21:46

 

베네치아에 온 이틑날 아침, 지난날 오후부터 밤까지 지속되었던 악몽을 떨쳐내고 이태리와의

새로운 친밀관계를 베네치아로부터 시작하기 위하여, 아침 일찍 카메라를 들고 나왔었다.

 

첫날 아침, 아직은 관광객들이 그닥많이 보이지 않는 적막한 베네치아의 하늘은 더 없이 넓고..

 

 

고요하다..  7시밖에 되지 않은 시간임에도 벌써 관광에 나선 여행자들이 보이는 것은

다른 여행지와는 분명 다른 점이다. 

 

이 넓은 광장도 1-2시간 후면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인파들에 의하여 점령당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없을 때 본인이 원하는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고..

베네치아를 일찍 둘러보고 아침기차로 다른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람들이 없는 관광지는 크게 재미없다. 그래서 난, 다시 저 시계탑아래로 난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

저 골목 안쪽에 나의 숙소가 있다. 그닥 기억하고 싶지 않은..

 

 

 

좁은 골목길처럼 보이지만, 베네치아에서는 이 길이 대로이고 번화가이다. 

 

이 길을 중심으로하여 양쪽으로 수많은 샵들이 즐비하게 도열해 있다.

 

 

이런 인형이나..

 

가면등과 같은 슈비니어 샵뿐만 아니라..

 

구찌나 D&G 같은 고급브랜드들도 줄지어 있다.

 

화려한 네온이나 현대적 상품으로 진열되어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건물만 남게 되니 그들의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당시, 여행을 하는동안 베네치아는 왜 이렇게 좁은 골목으로 되어 있나 철없는 생각을 했더랬다.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읽은 후에야 그들의 주거공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야만족의 공격을 피해 들어온 갯벌은 일반 땅에 집을 짓는것과는 완전 다르다. 그들에게 땅이란

제한된 자원이다. 한 뼘의 땅이 아쉬웠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들은 교구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를 조성했는데 제일먼저, 교회가 들어와야 하고

그 앞에 캄포라고하는 광장이 만들어지고, 캄포에서는 다른 캄포나 피아차로 통하는 2개의 골목길을

만들고 이 골목길을 중심으로 거주지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교구가 남겨두어야 하는 면적은

운하를 위한 면적이었다. 그러니 사람이 다니는 길은 최소의 면적으로만 남길수 밖에 없었겠다.

 

 

 

 

그나마 이런 골목은 대로에 속한다.

작은 광장 피아차에서 출발하는 골목은 정말 두 사람이 서로 비껴가기도 힘들정도로

좁게 되어있기도 하다. 그러나 베네치아에서 막힌 골목은 없다. 모든 골목이 어디에선가는

만나도록 되어 있다.

 

대신, 한정된 토지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하여 건물을 4~5층 높이로 지어야 했단다. 

 

 

 

아하~

 

골목안 노랑불빛이 반짝이는 건물이 내 숙소이다.

이렇게 골목안에 붙어있는 호텔을 한밤중에..

그것도 베네치아라곤 처음 도착한 사람이 어떻게 찾아내었겠냐고~

그런데, 그들에게 이 골목은 상당히 번화가에 속해서 못 찾아오는 내가 이상한 것이다. 

 

베네치아에는 아침저녁으로 가게마다 수송되어야하는 물품들이 많은데, 섬안에는 자동차, 자전거,

오토바이 등과 같은 바퀴달린 운송기관이 없으며,  바퀴달린 유일한 운송기관이

저 바퀴달린 구루마이다.

 

첫날, 저것을 보는 순간, 이 깔딱진 계단을 어떻게 저렇게 오르내릴 수 있을까..궁금하다기

보다는, 순전히 힘으로 하는 줄 알고는..저 인부들이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봤더니,

앞뒤바퀴의 크기를 달리하여 힘의 분배를 적절하게 하여 힘들이지 않고 오르내릴 수 있도록

그들의 지형에 맞춤한 적응기제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혼자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돌아서 다른 골목으로 들어서 보니..여전히 이른 아침인지라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일정이 바쁜 여행객들은 이른 아침에도 길을 나선다.

 

 

그들이 올라온 골목 왼편으로 나 있는 골목을 들여다보니 저쪽 맞은편 골목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베네치아는 모든 골목과 골목이 연결되어 있다.

 

 

 

그 건물옆으로 흐르는 운하와 정박되어 있는 곤돌라..

사진에 보이지는 않지만..지금 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 다리위에서는

곤돌라 주인과 관광객이 흥정을 하고 있다.

 

 

 

흥정이 끝났나보다... 곤돌라는 관광객을 태우고 하루를 출발할 준비를 하고..

 

맞은편에는 가게 점원이 레스토랑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고 있다. 

운하가장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주택이나 건물들은 출입구가 두 곳이다. 

운하에 면한 쪽과 골목이 면한 쪽으로..

 

운하쪽 출입구는 배로 상품을 조달할 때 쉽게 하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이다.

 

 

 

푸른 넝쿨과 물과 그리고 황금색 레스토랑 간판이 참 잘 어울리는 풍경..

 

 

이쯤에서 다시 골목을 빠져나가려 돌아선다.

나오는 길은 여전히 상점들이 도열해있고..

 

 

 

 

카메라에.. 

잡화점에..

 

한 골목안에 같은 종류의 상품을 파는 집을 볼 수가 없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다시 산마르코 광장으로 나오게 되고..

벌써 대성당 앞에는 줄이 이만큼 길어져 있고, 인내심부족한 난 이 줄을 기다리지 못하고 주변섬부터

보고자 선착장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