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0-08 베네토

뜨레치메 디 라바레토

노코미스 2010. 9. 21. 00:25

 

 

라바레또 산장앞에 인근산장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에 대한 안내도가 붙어있다.

나는 지금 안내도상의 가장 왼편에 있는 오론소 산장으로부터 출발하여 진한 빨강색으로 이어져 있는

두번째 동그라미가 있는 '라바레또 산장'까지 왔다.

 

도보 여행가 김남희에 의해서 많이 알려져 있는 '로까델리산장'은 '트레치메 디 라바레또' 뒷편에 있는

윗쪽 동그라미 위치에 있다.

 

볼짜노에서 출발해서 오면 '로까델리 산장'에 먼저 도착하게 되겠지..

그리고 그 방향에서 보는 모습을 정면으로 치는 모양이다. 그래서 정면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라바레또 산장'에서 '로카델리산장'쪽 산등성이를 넘어야 할 것 같다

 

 

 저 위로 보이는 저 고개만 넘어가면 된다. 길은 '뜨레치메'허리를 관통하는 방법과

완전 뜨레치메 발치에서 올라가는 방법이 있는데, 난 다소 완만한 아래쪽 길을 선택한다.

 

 

특히, 이 아래쪽 길은 야생화가 비단결처럼 깔려있어서 더 좋다.

 

 

하얀 석회암 바위를 배경으로 싱그럽게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야생화꽃밭은 마치, 본적은 없지만..

'신의 정원'이 있다면 이럴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석회암석 속에 외로이 펴있는 노란 야생화..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분재가 있다면..

이만큼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인간의 손길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아름다움에 한동안 정신을 빼앗겨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드디어, 산등성이까지 올라왔다.

 

 

가까이서 보는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       가까이서 보니 그 분위기가 더 장엄하다.

 

 

'로까델리 산장'에서 올려다봤을 때, 가장 왼쪽의 산을 치마 피콜로, 중간의 가장 큰 봉오리를 치마 그란데,

오른쪽에 있는 봉오리는 동쪽에 있다해서 치마 오베스트라 불리운단다.

 

 

 

그 허리 능선으로 그를 향한 순례객들의 행렬은 여전히 계속되고..

 

 

아래쪽길로 올라온 이, 능선으로 올라온 이들이 이 고개마루에서 만난다.

 

 

 고개마루에 올라서서 오른쪽으로 향하니 저쪽 끝에 겹겹으로 둘러쳐진 돌로미테군이 피안의 세계처럼

펼쳐져 있고..

 

 

 

정면으로 바라보니, 그 곳에도 하얀 능선들이..

 

 

많은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움직인다. 저 끝에 '산장 로카텔리'를 거쳐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돌로미테지역을 행군해나가겠지..

 

돌로미테 코스 중에서도 특히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와 '로카델리 산장'에 유독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까닭은 김남희의 '유럽의 걷고 싶은 길'에서 잘 설명하고 있으니 참고할 수 있다.

 

 

 

나도 행렬의 일부가 되어 '로카델리'까지는 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한다.

산악지대의 날씨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람막이 점퍼 내지는 방수점퍼들을 하나씩 챙겨와서는

그것을 꺼내 입는다.

 

나는 지금, 한국에서 가져온 바람막이 점퍼마저 호텔에 두고 오는 어리석은 결정으로 인하여

혼자서 비속에서 덜덜 떨고 있다.

산악마을의 소나기는 그 특성상 금방 지나가기도 하겠지만, 언제 또 다시 퍼부을지도 알수 없는 일..

갑자기 저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올 일이 걱정으로 다가온다.

 

다른 이들처럼 저 길로 계속갈 것이 아니라 나는 되돌아와야 하는 사람이므로..

이쯤에서 돌로미테 트레킹을 끝내기로 결정한다.

 

 

 

 

 

되돌아 내려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 지점에서 

홀로 다른 사람들과는 반대방향으로 역행해야 하는 외로움도 어쩔 수 없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포기해야 하는 것을 빨리 포기하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길이라는

어린 여행자의 말을 상기하면서..미련없이 내려오는 길을 선택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내려오는 길에 좋은 인연을 만나기도 했으니까..아쉬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