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영남 기행

광안대교와 해운대야경

노코미스 2010. 9. 26. 08:33

  2010. 09. 22일  날씨: 비

 

추석날 저녁..정말 무료하다.

큰동생은 거실에서 티브이 보고 있고, 작은 동생은 안방에서 대자로 뻗어서 자고..

지금 시간, 이제 8시인데..

일반적으로 내가 잠드는 시간인 12시 내지 1시까지 이런식으로 시간을 보내려니, 미칠 것만 같다.

 

가방을 주섬주섬 들고 나온다.

조카가 어디가냐~고 묻는다.

고모 광안대교 야경구경갈텐데 갈래~? 하니 따라 나선다.

 

역시 큰 조카가 살갑다.

둘이서 연인마냥 즐겁다. 동서고가로를 타고 쌩~하니 갔다오면 되겠다고 나섰는데..

추석날 저녁이 무료한 사람이 나뿐이 아닌가보다..

동서고가로가 진양램프까지 거북이 걸음이다. 그 곳을 통과하니 다소 속도가 붙는다.

 

먼저, 황령산 전망대로 올라간다.

부산 살면서 그동안 이런 곳이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불과 2개월전에 어느 님의 안내로 이곳을 알게 되었다.

나름대로 추억이 깃든 곳..

 

조카를 데리고 광안대교가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로 갔더니..

그날따라 날씨는 왜 그리 추운지..기운이 뚝 떨어졌다.

둘다, 바람막이 잠바를 챙겨입었는데 마치 사시나무 떨듯이 덜덜 떨린다.

길다방에서 헤이즐럿과 따끈한 핫초코 한잔씩 들고는 각자의 감상에 젖어든다.

 

나는 이 곳을 안내했던 그리운 님을 추억하고..

조카 놈은 얼른 빨리 대학입학하여 고모아닌 아릿따운 여친 데리고 이런 무드 있는 여행을 해야지..

뭐 그런..

 

 

 

 

 

날씨가 흐려 주변이 안개에 휩싸여 다소 흐린 느낌은 있지만, 그 나름대로의 글루미한 느낌이 좋다.

조카놈은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다른 사람들은 다 즐기는 명절연휴조차도 쉬지 못하고 내일이면 또 독서실로 가야하는

자신의 고3 신세가 처량한 모양이다.

 

해서 위로랍시고 하는 말이..

세상이 아무리 아름답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세상같지만..

이것역시 10대, 20대때 자신의 삶을 미리 준비해놓지 않은 사람에게는 즐길 순서가 돌아오지 않는다 어쩌구 저쩌구..

불필요한 사설을 잠시 풀어놓다가 그게 뭔 소용일까 싶어 입을 다물어버린다. 

 

광안대교위를 달리고 싶어하는 조카 바램에 따라, 부산의 밤바다바람을 느끼며 저위를 통과하여 해운대로 향한다.

 

해운대 대로변의 가로등은 세상의 어느도시보다 아름답게 그리고 밝게 빛나고 있다.

옛날의 어두침침하던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이리돌고 저리돌아 들어갔더니, 마침 그곳이 '팔레 드 시즈'앞이다.

차를 파킹하고는 해변가로 나가본다.

 

 

 

  

추석날 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모든 악조건을 갖춘 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거리를 헤메고 있다. 가족끼리 나온 사람도 있고, 커플끼리, 친구들과 함께..또는 강쥐한마리 데리고 혼자서..

나는 조카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밤바다에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함께 찍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동백섬과 그랜드호텔 방향의 야경..

 

 

 달맞이 고개와 미포쪽 야경..

 

역시 비를 맞으며 밤바람을 쐬고 있으려니 또 다시 몸이 추워지기 시작한다.

주변에서 고기굽는 냄새가 미각을 강하게 자극한다.

 

 

몸을 돌리니 야끼도리집이 바로 코앞에 있다.

팔레드시즈 1층, 수변공원 바로 앞..

상호가 '야기야끼'  일본 정통 야끼도리집 흉내를 내고 있는데, 분위기 괜찮다

 

 

아마 엄마와 딸이 함께 운영하나 보다. 모녀가 무척 미인이다. 젊은 여인은 아직 처자인 것 같은..

더 좋은 것은 젊은 처자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친절하기까지 하다.

 

 

 키친 안쪽으로 테이블이 있고, 바깥쪽으로는 간편 바가 있다.

 

 

분위기는 깔끔하다. 술친구만 있었다면 사케 한잔도 좋았으련만..

파트너가 미성년인 관계로 꼬지만 몇개 맛보고..

 

 

맘 맞는 술친구 생기면 다시 가보고 싶은 예쁜 곳..

 

광안리, 해운대 라인이 많이 좋아진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밤의 정취가 이렇게 좋은 줄까진 예전엔 잘 몰랐더랬다.

 

비오는 날, 해운대 밤바다 괜찮고..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부산오면 반드시 해운대 밤바다는 한번쯤 경험하시길..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