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광장앞에 있는 민박집에 짐을 맡기고는 도시 투어에 나선다.
이미 해가 기웃기웃 서산으로 넘어가려 하니..빨리 서두르는게 낫겠다.
산지미냐노는 한 때는 자유도시로 자치행정권을 가졌던만큼
자기들만의 독특한 색깔과 예술문화를 가지고 있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정보도 없었던 난, 단지 석벽으로 솟아있는 조용한 탑의 도시를 생각하며 이곳을 찾았던 것이다.
그래서,
반나절 간단하게 산책삼아 구도시 산책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하룻밤 자고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왔던 곳이다.
새들이 집을 찾아 도시로 들어오는 시간이 되자 내 숙소앞 광장 레스토랑에는
하룻동안 관광으로 지친 몸을 쉬어주기 위하여 모여든 여행자들로 가득찬다.
나는 역시나 시간을 아끼기 위하여 그들을 모른 채 하고는 레스토랑 뒤로 나 있는 담벼락을 끼고는 언덕으로 올라간다.
언덕 입구에 들어서니, 눈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종탑
그 위로 비상하는 해그름의 새 한마리..
두오모 광장을 통과해서 산죠바니 거리와 반대편 방향으로 나있는 '성마태오 거리 Via San Matteo'로 내려가본다.
거리가 여행자들로 빈틈없이 가득찼다.
성 죠바니 거리에는 기념품가게가 주류라면, 성 마태오 거리에는 레스토랑이나 바bar가 더 우세하다.
내려오다 뒤돌아보니, 역시 도시의 심볼인 종탑이 언덕 꼭대기에 우뚝 솟아 있다.
세템브레 골목 쪽에서 올려다 본 산지미냐노의 '타워시티'
이 도시에 아직 14개의 탑이 남아있다고는 하나
내 눈에는 저 정도밖에 보이질 않는다.
성야곱의 문porta San Jacopo까지 내려갔다가..
그 지역은 다소 한산한 관계로 다시 중심가인 두오모쪽으로 올라온다.
어느덧 해는 높은 빌딩 뒤로 숨기시작하고..
산타 마리아 두오모 계단 아래쪽으로는 벌써 어둠이 기어내려와 자리잡고 앉았다.
두오모 광장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또 다른 조그만 광장이 나온다. Erbe광장이다.
산 지미냐노 중심가에는 3개의 광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성 죠바니 거리에서 올라오면 성 치스테르나 광장을 만나게 되고,
그 윗골목에 두오모 광장이 그리고 두오모 광장 뒤편으로 성에르베광장이 있다.
중세에 이 도시나름의 자체적인 화가들이 예술활동을 많이 했다고 하더니..
이 조그만 도시에 갤러리가 상대적으로 많다.
엘베 광장 근처에 낡은 세례당이 하나 있는데, 이 건물의 입구에 보물이 하나 있다.
피렌체 대표 화가인 도메니코 기를란다요Domenico Ghirlandaio가
그의 처남 Sebastiano Mainardi과 함께 그린 '수태고지'이다.
벽장식용으로 그려진 그림은 토스카나의 언덕과 그 위에 높게 뻗은 플라타너스 나무를 배경으로,
단아하게 그려져 있다.
엘베 광장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본다. 건물옆으로 석탑 4개가 우뚝 솟아있다.
이 뒤편으로 계속 올라가면 도시의 가장 꼭대기 언덕에 전망대가 있다.
엘사 계곡을 배경으로 우뚝우뚝 솟아 있는 도시의 탑들이 보기 좋다.
탑을 볼 수 있는 도시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보면 먼쪽으로 언덕이 보이고, 그 언덕 너머로 해가 이울어져가고 있다
햇살이 꼬리를 감추자, 마을의 분위기도 따라서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마지막 남은 햇살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고..
어둠만이 남은 공간에 도시를 밝히는 램프빛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다.
주변이 완전히 어둠에 잦아들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내려가고 주변이 순간 고요해진다.
늦은 시간에 올라온 젊은 연인들이 둘이서 서로 따로 사진찍기를 하고 있길래
둘이 함께 있는 사진을 한장 찍어줬더니, 나에게도 답례사진을 찍어준다.
저녁이 되자 날씨가 쌀쌀해진다.
램프가 하나둘 켜지는 어둑어둑한 골목안에
단테의 '신곡'을 외는 시인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다른 지역에서는 주로 뮤지션들이 거리예술가를 대표하는데
산지미냐노에서는 '시인'이 거리의 예술을 대표하나보다.
전망대 내려오는 길, 공원어귀에
남루하게 생겼지만 눈에서 맑은 빛이 나는 왠 중년남성이
스탠딩 책꽂이에 단테의 '신곡'을 펼쳐놓고는 그 내용을 완전히 외워서 낭송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목소리와 언어의 리듬이 해저문 골목길에 가득찬다.
신기하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한, 낯선경험이다.
다시 두오모 광장에서 마테오 광장쪽으로 내려가니
온 거리가 음식 냄새와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 그리고 자각자각 나이프와 포크소리로 가득차 있다.
난, 이날 뭘 먹었지..?
혼자 먹기 부담스럽지 않은 피자리아에서 피자 한 조각으로 저녁 요기를 하고는
주변 광장을 한 바퀴돌다 숙소로 들어갔을게다.
산지미냐노는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거보다
훨씬 크고 활기찬 그리고 조직화되어 있는 관광도시이다.
그리고 한 때 자유도시였던 관계로 자체적으로 성장시켜온 역사와 문화들이 많이 있다.
이곳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오던지 아니면 일찍 들어와서 오전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든지..
즉, 산지미냐노에는 타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안에 더 많은 것들이 있으므로..
나는 내일 아침에는 오늘가지 못했던 발도르시아를 가야하므로
이번 산지미냐노 기행은 여기서 끝내야하겠지만..
다음에 한번 더 올 기회가 있다면 뮤지움 방문은 꼭 포함시켜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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