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한시간 반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서 아우라지를 완전히 아는데 충부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감정적으로는 충분했다는 느낌이 들만큼 아우라지에 몰입하여 돌아보고는
뿌듯한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다.
돌아올 때는,
올라갈 때의 목적지에 대한 끊임없는 결정되지 않은 유동성 때문에 불안정했던 마음과는 달리..
편안한 마음으로 풍경을 즐긴다.
정오경이 되면 눈이 그치고 다시 햇살에 눈이 녹지 않을까..그러면 이 아름다움도 신기루처럼
내 눈앞에서 또 사라지진 않을까..했던 걱정이 다행히도 기우가 되었다.
눈은 하루종일 내려주었다.
먼 산 아래 외딴 마을에조차도 축복처럼 눈은 내려, 멀리서도 평화롭다.
차창을 통하여 내다보는 눈송이들은 잡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점에서 어린날의 추억같은 거라고나 할까..
한번 더, 정선에서 내리고 싶다는 마음을 바로 집으로 가자는 마음이 덮어버린다
민둥산역에서 역시 환승을 해야 한다. 다시 찾은 민둥산역은 전날 저녁 내가 처음 이곳에 내렸던 그 시간과 오늘 아침 이곳을
떠날 때의 분위기와는 달리 다른 지역에서 눈을 찾아온 관광객들로 승강장이 북적인다.
역사 입구로 나와서 어제처럼 증산시내를 내려다보니..증산시내도 어제 저녁 내가 이곳에 처믐 도착했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순백의 나라가 되어 있다.
밝고 깨끗한 눈의 나라가 한번 스쳐지나가는 나그네에게는 좋으나
이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쌓이는 눈은 하나의 고역이다.
눈이 쌓이니, 역무원들이 직접 삽을 들고 계단의 눈을 치우거나
염화제를 뿌려서 눈이 얼지 않도록 제설작업에 열심이다.
민둥산역을 지나서 사북에 도착하였다. 사북역아래쪽으로 보이는 마을은
사북이라는 태백산골짜기의 탄광촌으로서의 이미지가 가득담긴 이름을 걸고는
산촌도 아니고 도시도 아닌..모호한 모습의 도시가 다른 마을들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앉아 있다.
사북역을 출발하여 고한으로 향하고 있을 때, 차창밖으로 뭔가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 온다
차창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냇물의 색깔이 왜 저런가..?
저것은 아우라지에서 보던 냇물과는 색깔이 다르다. 진한 황토색 냇물이 흘러내린다.
무엇이 문제지..? 윗 지역에서 공사를 하나..??
나중에 태백에 가니 黃池연못이 있던데..혹 그것과 상관이 있나..??
그래, 통리에서 철암까지 흐르는 개천을 '황지천'이라 했던 것도 어쩌면 이 물색깔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지..
석탄이 묻힌 땅이 황색인가..??
혼자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지만 답은 끝내 찾지 못한다.
그나마, 사북을 지나니 다시 시골의 정겨운 모습들이 펼쳐진다.
이 곳이 아마 한 때 석탄산업으로 유명했던 고한 근처인것 같다.
사북에서 고한, 태백, 도계 이 지역이 7-80년대 우리나라 탄광산업의 메카였던 곳이라는데..
이 지역이 한창 탄광산업으로 호황을 누릴때는
돈을 따라 들어온 부나비같은 남녀 인생들로 마을이 밤낮없이 북적되었던 곳이라하기도..
고한을 지나니 조금 규모가 있어보이는 도시가 나타난다.
태백이다. 크게 흰 도시, 太白..
아마도 눈이 오면 다른 지역에 비해서 폭설이 많은 도시라더니, 그래서 붙은 이름일까..
아뭏든, 이 강릉행 열차는 이 곳에 정차한 후, 바로 동해로 넌스탑으로 달릴 것이므로 난 이곳에서 내려야 한다.
이곳에서 통리까지는 버스로 약 20분이면 갈 수 있으므로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통리에서 부산행 기차가 14:48분에 있으므로 그 시간까지만 가면된다.
기차가 눈길에 연착을 하여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아직 1시간 30분정도의 여유는 있다.
이 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야겠다.
태백역 건물 바로 옆에 관광정보센터가 있어서 '곤드레 나물밥'먹을수 있는 곳을 소개해 달랬더니,
KB은행 샛길로 난 '먹거리 골목'안의 '한밭 식당'을 자신있게 소개해준다.
KB은행을 끼고 들어서니, 30m정도 전방 왼편에 '한밭 식당'간판이 보인다.
들어서면서, '곤드레 나물밥~'하고 올라서려니
오늘은 재료가 없어서 안된단다. 아~ 아쉽다. 그래..오늘이 새해 1월 1일이라서 그런가..
정보센터 아가씨가 아주 자신있게 소개해 준 집에다가,
태백에서는 곤드레 밥을 하는 집이 이 집뿐이기도해서, 더욱 아쉬웠다.
아쉬워 하면서 나올려하니,
만약 다음에 또 올려면 오기전에 전화를 해 달라면서 전번을 적어준다.
곤드레밥은 미리 재료를 준비해뒀다가 주문받으면 밥을 해준단다. 그래서 시간 여유를 좀 가지고 와야 하고..
그리고 한사람에게는 안해준단다. 밥을 별도로 해야하기 때문에 2명이상만 주문을 받는단다.
그래도 먹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결국, 나오는 입구에서 혼자먹기에 가장 만만한 국밥으로 요기를 하였는데
오~ 맛이 좋다.
따끈한 국물이 한 가득 들어가니 온 몸이 훈훈하다.
훈훈한 몸과 마음으로 무작정 태백시내를 무단횡단한다.
다른 마을과는 달리 차량통행량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태백은 눈이 왔다해서 깨끗하지는 않다.
그래도 골목 골목을 들여다 보는 재미는 다른 지역보다 못하진 않다.
골목안을 빼꼼~ 들여다보니
뭔가 다 스러져가는 폐허같은 분위기의 ..
마치 누군가의 잃어버린 시간이 갇혀있는듯한 그런 느낌이다.
도시 한복판에..
과거 7-80년대 도시 뒷골목에 가면 여측없이 있었던 골목 주점같은 것인가..
대충 얽어놓은 함석지붕에, 엉성한 알미늄 여닫이문의 폼새가 그다지 여유있는 신사들의 쉼터는 아니었던 거 같고..
어떤이에게는 현재일지 모르겠으나, 낯선 여행자의 눈에는 영락없는 과거의 공간이다.
그것도 쇠락해가는..아니, 잊혀져가는..스산스러움
그래도..쇠락해가든, 잊혀져가든..존재한다는 것은 아름답다. 왜냐하면, 그 곳에도 눈은 내리니까..
옆으로 빠져나오니 조금 너른 터가..마치 시골 장터같은..
나와서 보니, '행운의 시장'..
재래장터인 모양이다. 규모가 참 소박하다. 이 곳 역시 쇠락의 징조가 역력하고..
'행운의시장'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제일먼저, 2010년 3월 20일 밤에 발생한 화재기사가 뜬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던 과거에 상가 1동이 전소되었다.
4개동 92칸 중 점포 20칸이 전소되었단다. 지금 보는 모습보단 규모가 꽤 컸던 모양이다.
하지만, 태백시에서는 지금껏 아무런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있어서
현재는 화재 잔해로 악취가 생기고 흉물이 되어 오가는 손님발길조차 끊겨버린 상태란다.
원래, 행운시장은 도시가로정비사업으로 노점상하시던 분들을 집단 이주시키기위하여
1989년에 태백시가 임시로 조성한 시설이란다.
건물은 목재로 지어진 무허가 가건물이며, 정통시장으로 인가도 받지 못했고...
무허가 건축물이다보니, 화재가 발생했어도 재래시장 활성화 자금으로 소실된 건축을 복구할 근거가 없어
지금은 저런 흉물로 방치될 수 밖에 없단다.
태백시는 현재 이 시장을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주민들은 끊임없이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고..
...
그리고 그 옆의 주점 골목의 역사에 대해서는 모 블로그에서 상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대충 퍼 와서 요약해보면..
이곳은 70년대 옛광산촌이 호황일무렵 광부들이 자주 드나들던 주점 골목이었단다.
그러나, 80년대 중반부터 석탄산업이 사양화로 접어들면서 이곳 주점 골목도 하나둘 문을 닫기시작하고
지금은 거의 쇠락한 모습으로 근근히 하루하루를 연명해가고 있는..역시 과거의 공간이다.
..과거는 아픔이다.
바닥이 아스팔트가 아니었던가..??
태백시라고는 하지만..80년대의 면소재지 분위기가 남아있다.
이런 분위기가 도시에서 온 여행자에게는 오히려 편안하건만,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퇴보의 상징이겠지..
그래도 그날 하늘에서 내려온 눈부신 하얀 눈발들은 인간들의 이런 저런 욕심까지도 모두 덮어주고 감싸버린다.
이리저리 태백역을 중심으로 시가지 외곽 잠깐 돌고나니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강설량이 많은지라 기차도 약 20여분 연착을 하는데..
버스야 더하겠지..싶어 좀 더 일찍 출발하기로 한다.
태백역으로 향하니 역을 마주보며 아취문이 서 있다.
그 위에 '인간중심, 자연중심, 산소도시 태백'이라는 슬로건이 붙어있고..
'산소도시 태백'이라는 단어에 눈이 머물긴 하는데..
어쩐지 아리까리하다. 그럴듯하면서도 아닌것 같기도 하고..
태백산을 생각하면 산소도시가 맞을 것 같고, 태백시를 생각하면 석탄가루가 연상되어서 산소보다는 탄소가 생각나고..
어쨋거나 미래에는, 탄광개발로 황폐해진 태백에 다시 태백산의 정기가 가득한 깨끗한 산소도시로 거듭나길 기원해본다.
역 아래에 있는 태백시 버스터미널로 갔더니..통리가려면 4번 버스를 타란다.
태백에서 통리까지는 매 15분 단위로 운행하는 버스가 있고, 통리까지는 20분이면 간다. 버스요금은 1,000원이다
버스를 타니, 기차길과는 다른 구불구불한 고갯길의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찻길 옆의 정경만 볼 수 있었던 기차여행과는 달리
정면으로 달려오는 풍경을 마주보며 달릴 수 있다는 것 역시 버스여행의 묘미이다.
아름다운 길이다.
※현재 글에 포스팅된 사진들은 주로 태백역 주변의 외곽 풍경이고, 황지연못이 있는 좀 더 시내 안쪽으로 들어가면
태백시도 제법 진보되고 번화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혹여, 이 글만 보고 태백시를 아주 낙후된 도시로 생각하는 오해가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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