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영남 기행

불국사의 특별한 하루

노코미스 2011. 2. 14. 00:07

 

2011. 2. 13 (일)

 

오늘은 미국에서 귀한 손님이 오셔서 우리나라의 트래디셔널한 어떤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경주투어에 나섰다.  

전날 초청 강연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몇몇 관심있는 사람들이 따라 나서기로 하였다.

7명이 한팀이 되어 한차로 움직이니 단출하니 딱 좋다.

 

원래는 통도사를 계획했으나,

전문라이더를 자처하고 나선 선생님 한분이 계셔서,

운전만 잘하면 시간이 단축될 것 같아 아예 경주까지 가기로 하였다.

경주 석굴암을 일차적으로 갔다가 경주에서 점심을 먹고 넘어오면서 통도사로 가기로 하였다.

 

 

 

여행길에, 날씨 좋고, 트래픽 잼 없고..그 정도만 해도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 달리는데..

 

 

 

언양을 지나고 경주로 들어서니 이게 웬일이니..

 

논밭에 눈이 하얗게 쌓여있는데, 그 량이 장난이 아니다.

1월달에 폭설이 왔다할 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지난 주말, 서울 출장가 있는동안 남부 지역에 눈이 왔다더니 경주에는 폭설이 내렸다보다..

 

 

 

눈이 많으면 길이 미끄러워 운전하기 힘들거라는 걱정은 뒷전이고, 눈없는 삭막한 겨울풍경을 예상하고 왔다가..

하얀눈으로 뒤덮힌 대지를 보니 차 안에 있는 모든 멤버들이 어린애 마냥 좋아서 어쩌지를 못한다. 

특히 부산에서 나고 자란 어린 친구들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석굴암방향으로 올라가다 불국사 주차장 입구정도에 이르니 석굴암방향의 입구에 출입통제를 하고 있다.

거대한 포크레인으로 제설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매스컴에서 폭설 및 대설주의보를 아무리 떠들어도..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니 실감이 나질 않더만서도

실제로 보니 이번 폭설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하긴, 눈보기 어려운 창원지역에서도 지난 주말에 진눈깨비가 내렸다고 했으니..

 

그렇다하더라도,  

경상남도와 경상북도간의 경계선하나에 따라 그 기후적 차이가 엄청나다..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제 1목적지는 불국사가 되었다.

불국사 주차장으로 들어서니..ㅎ

이렇게 중무장한 아저씨들이 주차정리를 하고 있다.  난 무슨 변신 로보트인줄 알았다ㅎ..

 

허긴, 하루종일 바깥에서 칼바람에 맞서야하니, 이정도 무장은 해줘야 할 것이라..

 

 

 

주차장 위쪽으로 나 있는 공원을 올려다보니..와~

짧은 언어를 가진 사람은 다른 묘사할 말을 찾지 못한다.

 

 

설경을 알고 찾은 것인지..

아님 그냥 주말이라서 나선 사람들인지..

 

한겨울 관광인파가 상당히 많다.

 

 

 

어떤 곳은 녹은 눈이 얼어서 빙판길이 되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조심스럽게 지나가야 한다. 자칫하면 엉덩방아 찧기가 십상이다.

 

내려오는 길에 중년아저씨 한분 제대로 자빠졌는데..

오늘 저녁에 그분 괜찮을지 걱정된다.

 

 

 

조심조심 걸어 올라오니 '세계유산 불국사'를 안내하는 표지석이 기다리고 있고..

 

 

 

표지석에 의하면,

불국사는 통일신라시대 경덕왕 10년(서기 751년)에 기공되어 혜공왕 10년(774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니 무려 23년에 걸쳐 완성된 절이다.

1995년 12월 9일에는 인류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천문을 들어서니, 사천왕상의 의미에 대해 매우 궁금해 한다.

 

이 분은 현재 미 동부 메릴랜드 대학의 제 3세계 교육 전문가이신데.. 나뿐만 아니라 여기 참석한 다른 한 사람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분이라 이번에 고베와 서울 학술 컨퍼런스에 참가차 오신김에 우리가 토일요일 모시기로 하였다.

 

그래서 토욜에 우리 대학에서 '초청 강연회'형식의 세미나를 청하고, 오늘은 관광길에 나섰는데..

오늘 이 코스를 너무너무 좋아하신다.

 

 

 

그동안 1990년대 초부터 국제학술대회참석차 한국에 몇차례다녀가신 모양인데..

그 동안은 일정에 쫓기어 관광은 그닥 즐기지 못하신 모양이다.

 

이번에도 한쪽에서는 해운대로 가자는 걸 내가 제안해서 이곳을 선택한 거였는데..예상대로 너무 좋아하신다.

 

 

 

게다가 날씨는 오늘의 관광을 한층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데 일조를 해주고..

 

 

 

눈없는 겨울여행은..

아무리 우리 전통사찰이 아름답다할지라도, 만약 이 눈이 없었다면 삭막하기 그지 없었으리라..

 

물한방울 없는 연못과 계곡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눈밖에 없다.

 

 

 

드디어 자하문 입구까지 들어왔다

백운교앞에서 관광가이드가 내국인을 대상으로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일행중에 초등학교 교사인 이 선생이 거의 전문 가이드 역할을 한다.

 

 

 

문화재는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 간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

 

설명을 해주니, Dr. Ginsburg는 외국인이라 그렇다치더라도..

따라간 통역사와 어린 학생들까지도 새로운 걸 알았다며 무지 좋아한다.

 

그들은 셋다~ 불국사가 처음이란다...;;

젊은이들에게 우리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내가 영어를 글로 배웠듯이, 그들은 국사를 글로만 배웠으니..ㅎ

 

 

 

눈으로 덮여있으니 덧칠해 놓은 시멘트 자국이 더러나지 않아서 좋다.

 

 

 

대웅전쪽으로 올라가니..

절 뒤편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장이 아이들에게 눈놀이의 즐거움을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고..

 

 

 

본당 안으로 들어서니 왠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지..

다행히 젊은 친구들이 상당히 많다. 좋은 현상이다..

 

 

 

 

 

 

 장식적 건축미를 가진 '다보탑'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이 슬픈 석가탑, 일명 '무영탑'

 

 

불국사 투어를 마치고 경주시내에 있는 고기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더니, 식당 근처의 빌딩 벽에

'아사달과 아사녀'의 벽화가 돋을새김으로 새겨져 있어서 하나 찍어왔다.

그들의 전설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한 것은 처음본다.

 

하..

근데 아사녀 옷은 왜 벗겼을까..?????

 

 

 

 

아마도 저 가이드 양반이 지금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이야기도 위의 '아사달과 아사녀'이야기겠지..

 

 

 

처마와 처마로 이어지는 공간미..

 

 

 

대웅전 뒤채로 나가는 문..

 

 

 

관음전으로 오르는 가파른 '낙가교'

 

 

 

'관음전'에서 '비로전'으로 내려오는 길..

오늘은 모두들 자세가 '엉거주춤'이다.

 

 

 

'비로전' 내의 '사리탑' 전각 주변의 풍경

 

 

 

'나한전'

가는곳마다 설명과 통역이 열심히 이루어지고..

Dr. Ginsburg는

'뷰리플~' '베리 나이스' '베리 인트레스팅' '쏘 스펙터클~'을 끊임없이 연발한다.

 

나는 열심히 찍사를 하고 있다.

 

 

 

눈이 소복히 쌓여있는 돌담이 참 예쁩니다~

 

 

 

드디어 1시간 반만에 출발점으로 되돌아 나왔다.

 

 

 

아직 볼 것이 많은 이국의 학자에게는 아쉽지만..

끼니를 놓치면 죽는줄 아는 한 사람이 끊임없이 재촉을 한다. 점심 먹으러가자고..

 

1시간 30분 정도 돌았으니 섭섭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 아름다운 곳을 두고 떠나려하니 아쉬움은 여전히 남나보다..

출구를 나가는 순간까지도 '뷰티플~' '스펙터클~'을 되뇌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신다.

 

출발직전까지 통도사냐 경주냐로 계속 신갱이를 하다가 결국 경주로 낙찰되어,

통도사를 못 들런 것에 대한 미련이 다소 남아있었지만..

 

오늘 불국사의 이 모습은 거의 '아름다움의 종결자'라해도 누가 뭐라겠는가..

우리가 살면서 이런 특별한 풍경을 가진 불국사를 얼마나 볼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언제 또 볼 수 있겠는가..

그러니 못가본 곳에 대한 미련이 많이 상쇄되었다.

 

아마도 오늘 하루가 Dr.Ginsburg에게는 매우 특별한 일정이었겠지만..

사실은, 함께 대동한 우리에게도 매우 특별한 하루였다.  

 

p.s: 사진을 더블클릭하여 좀 더 큰 화면으로 보니 훨씬 예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