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내 마지막 인연은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케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노코미스 2011. 8. 6. 23:27

 

 

 

 

 

 


그대를 사랑합니다 (2011)

I Love You 
9.6
감독
추창민
출연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오달수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18 분 | 201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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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계획도 없는 휴가를 보낸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시간이 많을 수록 내속의 온갖 탐욕과 번뇌가 그러잖아도 어지러운 마음속으로 슬금슬금 기어올라온다.

 

번뇌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이것 저것 가볍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본다

 

이 영화 저 영화 .. 영화채널들을 돌려도 보고.,

이 책 저 책..책장을 넘겨보기도 하지만..

단박에 시선을 끌고 관심을 유도할만한 꺼리가 쉬 눈에 들어오질 않더니..

 

어머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 영화는 워낙 개봉이 될 때부터 많은 사람들 입에 회자되기도 했지만,

스틸컷에 나와있는 주인공들의 편안한 미소가 아름다워서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하지만, 시간 맞추는 것이 여의치 않아 놓쳐버렸었는데 잘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소박한 영화여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건만

결과는 완전 기대이상이다.

 

그러잖아도 어느 누군가로 인해서 마음이 살짝 꼬여있었던 참이었었는데

따뜻한 영화 한편으로 사람에 대한 미움, 원망, 분노 등 모든 앙금이 녹아내리고

여러모로 불편했던 마음도 풀려나면서 마음이 한결 정화된다

 

영화에는 잘 만든 영화, 열심히 만든 영화, 좋은 영화, 선한 영화, 리얼한 영화, 재밌는 영화 등등 다양한 결과를 주는 영화들이 있지만

아마 그 중 가장 좋은 영화가 '감동적인 영화'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가 그 범주에 속한다 '감동적인 영화'

 

남보다 가진것도 없고, 남가진 것조차 가지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의 따뜻한..아니 애틋한 마음 나눔 이야기..

 

혹,

많이 가지거나 남이 가진 만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스스로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 때,

누군가가 나에게 못해 준다고 섭섭하거나 화가 나거나 할 때,

그럴 때  이 영화를 본다면 나를 다치지 않으면서 나를 위로해주지 않을까..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외롭고 소외된 4명의 가난한 달동네 노인네들..

 

그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그들에게도 희망이 있을까?

애틋한 무엇인가가 있을까?

 

남들은 아들딸 부양받으면서 편안하게 따뜻한 밥 받아먹을 나이에

북풍한설 몰아치는 한겨울 새벽녁 달동네 골목길에서 만나게 되는 4명의 남녀노인들..

 

모두들 젊은 시절에는

부모를 배신하고 따라나설만큼 사랑하는 사람과의 꿈이 있었고..

행복한 가족이 있었지만..

 

그러나 지금은

그들과의 관계에 배신과 후회와 서글픔만이 남아있다.  

 

사랑하는 남편이 떠난 이후로 한번도 행복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을만큼 힘들게 살아온 이름없이 성만 있는  '송씨'할머니

괴팍하고 깐깐한 성품때문에 친구하나 없이 일요일에도 텔레비젼하고만 친구먹고 지내는 '김만석 영감'

'자주찾아뵙겠다'는 말뿐인 인사가 된지 오래인 자식들 대신에 치매걸린 아내 뒷바라지를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주차관리인으로 일하는 '장군봉'노인

노년에 치매에 걸려 옷에다 똥오줌 지리며 하루종일 방안에 갇혀서 살아가야하는 치매노인'조순이'여사..

 

내가 보기엔 희망이라곤 없어보인다.

 

 

 

 

 

전혀 희망이라고는 없어보이던 그들의 삶에 언젠가부터 따뜻한 햇살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어느 차가운 새벽바람 거센 언덕받이에서 주고받은 찬 우유 한통으로 시작하여 외로운 사람들간에 따뜻한 인연이 엮여져 가기 시작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잔잔하고..그리고 간혹 미소지어지게..

영화의 다른 미적 소품들없이 순전히 연기자들의 연기내공으로 만들어가는 영화이다.

 

 

 

인연이란 무엇일까?

 

이름을 지어주고, 생일을 챙겨주고, 내가 모르는 나의 아름다운 부분을 찾아주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주고..

주는 사람은 정말 마음을 담아서 주고, 받는 사람은 정말 수줍고 고마운 마음으로 받고..

 

그러면서도 서로 욕심내지 않고..

그만큼만..딱 그만큼만..

죽기전에 가지고 갈 좋은 추억정도로만..

 

내 생애 마지막으로 찾아온 귀한 감정을 죽는 순간까지 영원히 간직하고파서

가장 아름다울 때 떠나고자 하는 조심스러운 노년의 사랑

그리고

그 마음을 지켜주고자하는 마음..

 

그런 사랑이 있는가하면..

 

 

 

서로 의지해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서  

혼자서는 보내지 못하는 의리..

 

그래서 죽음조차도 함께 만들어가는 의리..그런 인연도 있었다.

 

그것이 만약 인연이라면 그것은 잔인한 인연인가, 아름다운 인연인가..?

비록 그것이 잔인한 인연이라 할지라도 나는 그것이 부러웠다. 마지막까지 나와 함께 해 줄 인연을 만난다는 것..

 

그런 인연을 가지지 못한..

비록 치매에 걸려서 자식도 못 알아보고 남의 영감을 보고 '여봉~'으로 부르는 '조순이'여사라 칠지라도

나는 그녀가 부러웠다. 그리고 내가 가지지 못한 거에 대한 서러움이 더 컸고..더 슬펐다. 그리고..

 

물론, 나의 울음은 자신에 대한 자기연민이지만

영화는 나의 사적 감정을 빼 버린다치더라도 훌륭한 영화이고 충분히 감동적인 영화이다.

나는 단지, 자괴감에 빠져있던 참에..

영화의 감동에 얹혀서 내 감정을 표출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