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보는 내내 많은 생각하게 만든 '생명의 나무'

노코미스 2011. 12. 4. 10:08

아마도 2학기 들어 처음 본 영화인가..

그동안 머하니라 그렇게 바빴을까요?

오늘도 사실 영화보러 갈 상황이 아니건만, 딸냄 올만에 와 있는데 혼자 일하러 간다고 나설수도 없고..

에라~ 어차피 땡때이 치는 것, 영화나 보자하고는  국도극장 검색하니 첫시간 상영이 '트리 오브 라이프'입니다.

 

오~ 이전부터 대충 눈팅해뒀던 영화입니다. 일단 출연진으로 브래드 피트와 숀펜.

브래드 피트는 걍 좋고,

숀펜은 '데드 워킹'이후 자기 이름을 나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 준 배우..연기력 좋고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다른 거 볼거없고 둘이 나오니 뭔가 보여줘도 보여줄 거 같고..

딸냄한테도 빵오빠..하니 먹힙니다. "또 국도극장 가자고..?" 그러고 있던 중이었거든용~

 

아침먹은 설겆이 그릇 대충 싱크대에 밀어놓고는 입고 있던 추리닝차림으로 거실에 뒹굴고 있던 가방끈 둘러메고는 얼른 나섭니다.

10시 상영시간인데, 지금 9시입니다. 가열차게 달려줘야 합니다. 머리 빗을 시간같은거 없습니다.

 

딸냄 "다음날 보면 안돼냐"고 묻는데, "엄마한테 내일은 없다"

네~, 요즘은 내일이 없는 삶을 삽니다. 지금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 젤 잘 사는 방법입니다. 요즘 제 삶이 그렇습니다.ㅠㅠ

 

그렇게 달렸더니 그래도 10여분의 여유가 있습니다. 커피한잔씩 들고는 여유있게 자리잡고 앉습니다.

아무리 소극장이고 첫시간 상영이라 하지만 200좌석은 되어 보이는 공간에 달랑 내 딸이랑 저, 둘 뿐입니다.

웬지 분위기 쎄~합니다.

그래도 속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 참 영화보는 수준 낮아~ ,왜 예술극장에서 하는 영화는 다 외면하는지 몰라~" 시건방 떨면서

고상하게 앉아 기다립니다.

 

시작쯤에 4명 더 들어옵니다. 다행입니다.

 

6명을 뛰엄뛰엄 앉혀놓고 영상기가 돌아갑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 (2011)

The Tree of Life 
6.5
감독
테렌스 맬릭
출연
브래드 피트, 숀 펜, 제시카 차스테인, 피오나 쇼, 조아나 고잉
정보
드라마 | 미국 | 137 분 | 201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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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아주 조심스럽게 시작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듯한 작고 작은 불빛 하나로부터..

 

그러더니 '욥기'의 일부가 인용됩니다.

"내가  이 땅의 터전을 닦을 때, 너희는 어디에 있었느냐"

 

그리고는 아직은 덜 자란 듯한 청소년의 목소리로 나레이션이 시작됩니다.

"세상에는 두가지 형태의 삶이 있다. 하나는 세속적인 삶이고, 다른 하나는 자비와 은혜를 받으며 사는 삶 즉, 절제의 삶이다"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홍보리플렛이나 스틸컷의 분위기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 같은데..어쩐지 '종교영화'같은 느낌이..

아무려면 종교영화라도 상관은 없지만 '교리강좌'만은 아니길..

 

 

 

나레이션동안 주인공(잭, 숀펜 분)의 어린시절 엄마 아빠와 동생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들이 꿈결처럼 출렁이며 흘러갑니다.

 

아마도 그것은 주인공(숀펜)의 꿈이었나봅니다~ 늘 그 시절의 꿈을 꾼답니다. 그리고는 '신앙고백'같은 것이 이어집니다.

 

'신이시여, 당신이 나에게 어떻게 오셨나이까..?'

 

그냥 쉽게, '내가 어떻게 태어났을까요?'로 시작해도 될 것을..

 

 

 

 

한 생명의 탄생은 일상적이고 세속적인 이야기하듯이 그렇게 쉽고 가볍게 할 이야기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줄려는 의도는 알겠으니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너무 거창하고 너무 영적이거나 종교적인 분위기로 끌고 갑니다. 나의 신이여~, 나의 영혼이여~, 나의 아들이여~..

 

물론, 이 때 주인공이 끊임없이 내면서부터 불러올리는 'God'는 특정 종교에서 추구하는 신이 아닌 '우주의 섭리'를 말하고자 함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느니..

그런 신비주의적 의식이 너무 지나치다보니 보는 사람이 무겁고 지칩니다.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아무런 나레이션 없이 아름다운 천지창조의 이미지들이 끝도없이 펼쳐집니다.

아직 어둠만이 존재하던 세상에 갑자기 활화산같은 불기둥이 솟아오르면서 우주가 갈라지면서 뜨거운 대륙이 탄생하고

세상에는 하얀 뭉게구름, 힘차게 흘러내리는 폭포수, 그것이 바다가 되고, 그 속에 새로운 생명체들이 잉태되고

그렇게 생명의 나무가 하나씩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개체 발생은 이렇게 천지가 열리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천사의 소리처럼 울려퍼지는 배경음악과 잘 조화된 그 장면들은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으리만큼 아름답게 경건하지만..

나는 불안합니다. 이걸 두시간 이상 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옆의 관객들도 서서히 들락날락합니다.

 

그러고 있는데 또 한번 경악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타납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빙하기의 공룡~

이거 뭐~ '종의 기원'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도 아니고..도대체 이 영화의 정체가 뭐니?? 하는 의문이 내속을 가득 채웁니다.

몇 사람 되지도 않는 관객이 번갈아 가면서 들락거립니다. 우~

 

폰을 꺼내어 시간을 봅니다. 시작한지 30분이 지났습니다. 이 장면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괜히 나도 화장실을 가고 싶어집니다. ㅠㅠ

 

 

 

그렇게 몰입도가 분산되고 있을 즈음 다행히 어린 잭의 탄생으로 장면이 전환됩니다. 

 

장면을 연결해보니..

말하자면 잭이라는 개체의 탄생은 먼 우주로부터 종이 진화해 온 과정을 포함하는 길고도 먼 여정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었나보다.

그래서 너의 생명은 너무나 소중하고, 아빠 엄마는 그래서 너희를 그렇게 사랑하고, 그래서 자비와 은혜로 너희를 기르고 싶었고..

그것은 세속적인 삶이 아닌 절제의 삶을 가르치는 것..

어린 아들 잭은 그것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고..

 

이제 감독의 의도는 대충 이해가 됩니다마는, 그래도 여전히 뭔가 2%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영화를 보러 갈 때, 일반론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일반론속의 구체성을 보러 갑니다.

 

"어린시절 저는 당신이 미웠습니다"

엄격한 청교도같은 아빠가 늘 절제와 예의를 강요하는 것은 잭이나 아래 동생 모두에게 요구되는 사항이었음에도

왜 잭만 유독 아버지가 미웠는지..

 

"나를 당신에게로 인도한 것은 동생과 어머니였습니다"

동생과 엄마가 그나마 아버지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 나에게 완충지대 역할을 해 주는 존재였다는 것은 영화를 보는 우리도 캐릭터 상 알 수는 있으나

그들 내면에 있는 사랑속으로 들어가게 된 구체적 계기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참조체제가 보이질 않습니다. 뭔가 스토리가 중간에 뚝 뚝 끊어지는

느낌입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도 감독의 잘못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다지도 이미지와 음악에 많은 열정을 쏟고 신경을 쓴 영화가 스토리를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리는 없을 터인데..

배급과정에 국내 사정에 따라 많은 편집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리플렛을 보니 '2011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 적혀있습니다.

이 말을 들으니..더더욱 가위질에 대해 수상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쨋거나, 궁극은 이것이 목적입니다.

온 가족이 하나 되는 것.. 사랑으로 하나 되는 것

그러나, 세속의 이야기를 너~~무 신성하게 풀어나가셨습니다. 세속의 이야기는 세속의 언어로 풀어나가는 것이 좀 더 쉽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만약, 논리성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 많이 짜증스러울 것이고..

느낌을 선호하거나 직관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이미지 중심의 영화가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소감을 정리하자면,

스토리부분이 조금만 보완되었더라면

이 영화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그 신비주의적이고 아름다운 사진과 경건한 음악소리가 더없이 돋보였을 것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제 딸이 그랬습니다 "엄마는 왜 꼭 영화를 예술극장에서 볼려고 해요~?"

그 말에 대한 대답

"엄마는 예술극장이나 독립극장에서 하는 영화들은 도대체 이야기를 어떻게 풀길래 사람들이 외면하는지 그것이 궁금해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