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가진건 없지만 마음만큼은 넉넉한 한 싱글맘의 유쾌발랄한 고군분투기 '헤어드레서~'

노코미스 2012. 3. 31. 01:10

 

독일 영화라서 무조건 보게 된 영화 '헤어 드레서'

작년 연말경 국도극장에서 한번 본적 있었고, 그 당시에도 재미있게는 봤지만 뭔가 2%가 부족함을 느꼈었다.

그래서 관람후기도 쓰지를 못했고..

 

이번에 EBS에서 주말극장으로 한번 더 보고나서야

국도극장 관람에서 밍밍한 느낌을 받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많은 부분이 삭제되어 있었다.

완본으로 보고나니 주인공의 캐릭터가 더 사랑스럽고

영화의 주제가 명확하게 들어온다.

 

 


헤어드레서 (2011)

The Hairdresser 
8.4
감독
도리스 되리
출연
가브리엘라 마리아 슈마이더, 나타샤 라비주스, 김일영, 크리스티나 그로세, 롤프 자커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독일 | 106 분 | 201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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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80년대 통독 직후 동베를린의 저소득지역에 사는 한 싱글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대와 공간적 배경을 통독직후 동베를린 빈민 거주지역으로 한 것은

정치적 의도라기 보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기 위한 장치이다.

 

에피소드와 캐릭터는 시대와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볼 때,

지금과 같은 풍족한 독일의 상황에서는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에피소드와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뭏든, 여주인공 카티는 친구에게 남편을 빼앗기고는 딸하나를 안고 사는 가난한 싱글맘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황이 참 막막하지만 늘 꿈과 희망을 놓지 않는 아주 매력있는 아줌마이다.

 

 

일거리를 찾고 있던 카티는 백화점 내 미용실에서 스타일리스트를 구한다는 말을 듣고는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만들어서는 면점을 보러간다.

 

미를 다루는 미용실 사장님 답게 나이는 들었지만 자기 관리가 잘 되어 보이는 세련된 사장님은

의자에 앉히기조차 힘든 카티의 엉덩이를 보고는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자기 미용실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아주 세련되게 퇴짜를 놓으신다.

 

 

비록 몸은 뚱뚱하지만 마음만은 '홀~쭉한' 꿈쟁이 카티는

 자신의 세련된 기술을 한번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채 내쫓기다시피 쫓겨나온 것에 좌절하지만..

 

그 때 카티의 눈앞에 나타나주는 '폐업신고'중인 차이니스 레스토랑..

오아시스에서 신기루를 만났다면 이렇게 반가울까..

 

카티의 눈빛이 빛난다.

 

'나 이제 사업을 해볼까 해~'

딸에게 선언을 하였지만, 신랑도 연줄도 부자 부모도 없는 가난한 싱글맘에게 임대료 2500유로는 쉬운 돈이 아니다.

이제부터 임대료 2500유로를 만들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카티의 종횡무진 투쟁기가 펼쳐진다.

 

 

 

직업소개소에서 처음 전직 미용사를 친구로 구워삼아 그의 미용기구를 이용해서

노인복지시설의 실버고객들을 대상으로 불법 영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불법시술도중 생긴 사고로 그것조차 못하게 된 카티는 길거리 마술사의 어줍짢은 실험대상이 되어 푼돈 벌이에 나서기도 한다.

그것조차 부실한 도구덕분인지 자신의 몸무게 덕분인지 공중부양에서 떨어져 몸만 망가지고..

 

결국에는 기한내에 임대료를 마련할 길이 없던 카티는

미국유학을 위해서 한푼 두푼 모으고 있는 딸내미의 저금통을 훔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임대료는 이래저래 메꾸어 넣기는 했으나 딸내미가 알기전에 다시 딸내미의 저금통을 채워넣어야 하는데..

 

마침 그 때 돌팔이 마술사가 좋은 돈벌이 제안을 해 온다.

폴란드를 통해 들어오는 베트남 난민들의 가디언 역할을 제안해온다.

경찰에 적발되는 날은 완전 범법자 되는 것이긴 하지만 카티는 거절할 처지가 아니다.

 

한 밤에 뻐꾹새소리로 서로 신호를 보내어 접선을 하여 제2의 장소로 데리고 오긴 했는데..

이 사람들을 인계 받을 사람이 나타나질 않는다. 아마도 단속반이 눈치를 챘나보다..큰일 났다.

 

중간 브로커는 상황을 알아본다며, 말도 통하지 않는 이 떼거리들을 카티에게 맡겨놓고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다.

 

그렇다고 갈 곳도 없는 이 머나먼 이국에서 온 난민들을 길거리에 내치지도 못하고

비록 나의 상황도 그닥 누군가를 수용할 상황은 아니지만 뭐 어떠리..

그래도 나에겐 그들을 먹고 재울만한 좁은 공간이라도 있으니 내 집으로 데리고 갈 수 밖에..

 

그리하여 생전 처음보는 이방인들과 이 좁은 거실에서 원치않는 동거에 들어가게 된다.

 

 

 

어떠한 상황이던 수용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인 카티는

그 복잡한 상황속에서도 베트남 난민을 인솔해 온 재독 베트남 지식인 티엔과  잠시 사랑에 빠지면서 베트남 문화를  즐기기도 한다.

 

사실 베트남 지식인 티엔 역을 맡은 이 배우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오잉~본명이 '김 일영'..한국이름이잖아~ 아우, 멋쟁이~

 

그러나 국적은 독일로 되어있는 걸 보니 재독 한국인 2세거나 3세거나..

 

앞으로 좋은 배우로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어쨋거나 이런 우여곡절끝에 그들도 안전한 지역으로 다시 떠나고

카티는 그들로 인해 목돈을 만질 수 있게 되었다.

 

 

 

티엔의 도움으로 내 꿈을 실은 가게를 리모델링하고..

드디어 오늘 인가청에서 나와서 인가규정에 통과만 하면 이제 내 가게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멋진 헤어 디자이너가 아닌 헤어 드레서가 될 것이다.

 

카티는 하루하루가 행복하기만 하다.

 

 

그러나~

원하는 걸 그렇게 쉽게 손에 쥘 수 있다면 그것은 인생이 아니다. 

 

인가청에서 규정을 점검하러 나오는 날,

의기양양해 하는 카티와는 달리 인가청 직원이 난감해한다. 바닥재 두께가 미끄럼 방지 규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니 그걸 그냥 외관상으로 어떻게 알아낸단 말인가..?

이는 분명 누군가의 밀고가 없으면 알 수 없는 일..

 

인간 사는 세상에는 항상 착한 편이 있으면 나쁜 편도 있는 법

옆 가게의 밀고로 바닥재의 두께가 규정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된 카티는

또 다시 실의에 빠지게 된다.

 

규정을 지키지 않았으니 어디가서 하소연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닥재 공사를 다시 하자니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은 더더욱 아니고..ㅜ.ㅜ

 

 

그렇다해서 그 상황에 백기를 들고 주저앉을 카티는 또 아니다.

 

일자리가 대도시 한가운데만 있는 것도아니고  백화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만 돌리면 부딪히는 곳이 미용실이고..

 

그리고 반드시 내 가게를 내어야만 사람들의 머리를 아름답게 가꾸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골 변두리의 한 미용실에 취직한 그녀는

 오늘도 미국으로 유학간 딸 자랑과 자신의 인생사를 즐거운 간식거리로 들려주며

헤어 디자이너가 아닌 헤어드레서로서 열심히 사람들의 머리에 색을 입히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참 따뜻한 영화이다.

 

이 외에도

이 영화에서는 통독직후 남아있던 과거 동독 사회 시스템이나 그 시대적 상황등 을 군데 군데 배치하고 보여주어서

나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사족 

이 영화를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된 것 중 하나가, 이 영화를 만든 사람 즉 감독 '도리스 되리'이다. 

누가 이렇게 따뜻한 영화를 만들었을까..?

찾아보니..

 

이미 이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사랑후에 남은 것들'을 만든 감독과 동일인다. 이 영화도 참 슬프면서도 따뜻하게 봤던 영화중 하나였다.

오~ 그러고 보니, 더 오래전의 '내 남자의 유통기한'도 이 사람이 만든 작품이다.

생각보다 우리에게 가까이 있었던 감독이다.

 

'도리스 되리'

그녀는 독일의 몇 안되는 작가 겸 감독으로서 흥행성과 작품성에 있어 모두 성공을 거둔 몇 안되는 여감독 중 한 사람이란다.

 

이전의 영화들과 이번 영화를 보면서 이 감독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한다.

 

첫째, 그녀는 칼라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은 몸은 뚱뚱하지만 절대 무채색으로 자신을 죽이지 않는다.

빨강색, 파랑색, 초록색, 노랑색 등 원색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도리스 되일 자신이 밝은 성격의 소유자인지도 모른다.

 

둘째, 인간의 고통을 깊이있게 통찰한다.

이번 영화에선 돈없고 뻭없고 거기다 인물까지 없는 한 힘없는 이혼여성이 우리사회를 살아가면서 안아야 하는 고통

'사랑후에 남는 것'에서는 부부가 행복하게 살아가다가 혼자 되었을 때 겪게 되는 고통

이런 저런 고통이 있겠지만 인생사에서 개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그런 고통들의 핵심을 잘 짚어내는 듯하다.

그리고 그런 고통을 서글프지 않고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세번째는 타문화 특히 동양권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인 환타지가 있다.

'내 남자의 유통기한'과 '사랑후에 남는 것들'에서는 그 대상이 일본이었고,

이번영화에서는 베트남이 그 대상이다.

 

영화를 보는 독일인들은 그녀를 통해서 동양문화를 즐기고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일본에 대한 감독의 절대적 환상이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허지만 그것 또한 개인의 취향이므로 뭐라고 할 수는 없겠다만서도..

 

어쨋거나, 그녀가 내 관심권으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