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0-08 내몽고

낙타와 말, 그리고 별똥별에 속은 '내몽고'여행기 1탄

노코미스 2011. 10. 7. 13:34

요 며칠 학부 축제기간이라 잠시 한가로운 틈을 이용하여

작난 여름 다녀온 내몽고 자치구 여행기를 정리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정리해 봅니다.

뜬금없는 여름 여행기라 읽는 분들이 '왠 쌩뚱~' 하실것 같아..도입말을 적습니다.

 

 

 

작년 여름

이태리 여행을 마치고 괜히 직장으로 일찍 복귀하고 싶지 않아 한주를 더 휴가를 얻어서 내몽고 자치구를 들렀었다.

 

펙여행이 가지고 있는 건성여행의 특징을 아는지라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중국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내몽고지구에 대해서는 도저히 자유여행이 자신이 없는지라

모 여행사의 홍보사진을 보고는 단체여행에 신청을 하였다.

 

가는 날은 내몽고 자치구의 수도인 '후허하우터'까지 비행기로

오는 날은 북경까지 야간열차를 타고 나와서 부산까지 비행기로 나오는 일정이었다.

 

첫날 일정은 한국에서 내몽고까지 들어가는 일정으로 채워졌다.

밤늦게 도착한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호텔로 직행하여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둘째 날은  황금사막에서 '낙타 체험'과 '모래미끄럼'을 타는 날이다.

 

'황금사막' 목적지는 3시간 이상이 걸린다니까, 버스에 올라서는 아예 편안한 자세로 자리를 잡는다.

 

몇 십분 지나지 않아 도시를 빠져나오니 군데군데 시골 마을이 보이고, 

 차창을 통해서 내다보이는 시골풍경은 주도 '후허하우터'에서 보았던 분위기보다는 확실히 을씨년스럽다.

 

후허하우터는 내몽고 자치구의 주도로서 상당히 현대적 면모를 갖추고 있을뿐 아니라

특히, 우리가 묵은 호텔 주변으로는 규모가 큰 건물들이 큼직큼직 들어차 있어서

원시적 소수민족 집단촌을 상상했던 여행객의 편견을 여지없이 깨어주기도 했었지만,

도시적 분위기가 그리 넓게 퍼져있는 거 같지는 않다.

 

 

 

 

 30분도 지나지 않으면 이런 시골말을이 나타난다.

말라붙은 황하의 황사에 의하여 천지가 뿌옇게 내려앉아 있고 집들은 사람이 사는지 어떤지..

 

이미 폐허가 된듯 싶기도 한 누런 황토로 찍은 네모 반듯반듯한 벽돌집들이 군데군데 펼쳐져 있다.

이들의 유목민적 특성으로 인해서 주변의 초원이 황폐해지면

살던 집을 그대로 두고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비어있는듯한..그리고 군데군데 무너진 집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도 재료가 흙인지라 무너지더라도 다시 흙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생태보존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보인다.

 

 

 

가끔은 이런 해바라기밭이 펼쳐지면시 안구를 다소 정화시켜주기도 하지만,

어쩌면 똑 같은 꽃인데도 불구하고, 지중해 주변의 유럽에서 보는 해바라기와 이곳에서 보는 해바라기의 느낌이 왜 이다지도 다른가..?

 

무늬는 꽃인데

황사에 뒤덮인 꽃송이로부터 꽃이 갖는 특유의 화사함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

 

 

 

 

3시간을 걸쳐서 달려와서는 '황금사막'까지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막배'를 타고 조금 더 들어가야 한단다.

멋지다, '사막배'..어떻게 생겼을까..?

마냥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요것이 '사막배'이다.

폐기된 대형 트럭의 뚜껑을 없애고 모터만 살린 이상한 형태의 고철 덩어리..보트형 자동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운전석 뒤편으로 2인식 좌석들을 양편으로 몇 줄 놓아서 승객들을 앉게 한다.

타니, '모래버선'을 신으라고 한다. 하나에 5원..

'모래버선'은 선택이라 하지만, 신지 않으면 안되도록 설득한다ㅎ..

 

어쨋거나, 사막의 초입에는 황금사막의 기미는 보이질 않고,딱딱한 모래밭에 조성한지 오래되지 않은 

가녀린 방풍림만 보일뿐이다.

 

이곳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황하를 건너서

봄철 우리동네까지 날아오는 것이 황사이리라..

 

 

 

 

이 길로 좀 더 들어가니 아까보다는 다소..아주 쬐금 더 결 고운 모래사막이 나오고..

드디어 조금 더 가니, 낙타부대가 진을 치고 있다가 손님을 맞이해준다.

 

와~ 낙타다!!

드디어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사막에서 낙타타기' 를 할 수 있겠다~  ㅎㅎ

 

그러나..

 

그 기쁨도 한 순간..

낙타 옆으로 다가가는 순간..

난 내속에서 뭔가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낙타들은 아마도 인간으로 치면 70살도 넘었을 듯 싶은..

온 몸은 탈모로 인하여 거의 무모증 환자같은 느낌에..

등어리에 붙은 쌍봉은 스스로 지탱할 힘이 없어 맥빠진 소세시 마냥 한쪽옆으로 자빠져 있질 않나..

 

마치 저승사자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을법한 연배의 낙타들이 지 한몸 지탱하기도 힘들어

숨을 헐뜩거리며 서 있는 불쌍한 모양새를 보고 있으려니

사막의 낭만을 즐기러 왔다기 보다는 동물 학대를 하러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안탈 수는 없고..;;

 

 

그렇게 해서 타긴 탔는데..

지금부터 '30분 정도'를 타고 가겠단다.

'에게~ 30분..?? 낙타 탈거라고 3시간이나 달려와서 정작 낙타타기는 고작 30분~?"

 

처음에는 기가 찻었는데..

흐미~ 

30분을 타고 나니..

 더 타라고 해도 못 타겠다. 엉덩이쪽이 내려앉는 것 같다.

 

사진에서 보는 투어용 낙타들은 보무도 당당하고 안장도 든든하더만..

여기는 안장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는지..

낙타의 등뼈와 나의 엉덩이 뼈가 바로 밀착되면서 ..

이건 말로는 설명이 안되는 고통이 따른다.

 

 다시는 내가 낙타를 타나봐라..ㅠㅠ

 

그렇게 낙타타기를 끝내고 나니..

 

그 다음은

볼것도 없는 모래무덤위에 올라가서 사막구경을 하란다.

 

그래도 3시간을 걸려서 왔다가 다시 3시간을 걸려서 돌아가야 하는데, 즉 왔다갔다 6시간을 소모하고 왔는데..

 쓰러져가는 낙타 꼴난 30분타고 가면 억울하니까 사막 구경이라도 하라는 건데..

뭘 볼게 있어야 보든지 말든지 하지..우씨~

(이럴 때는 할 수 있는 욕이라도 많으면 좋겠구먼, 뭘 할 줄 아는게 '우씨~' 밖에 없다)

 

카메라도 못챙긴 날이라

할일이 없어, 멀~리 텅빈 하늘만 바라면서 빈둥대고 있으니

그늘 밑에서 혼자 놀고 있던 가이드가 슬그머니 일어나더니 이제 '모래 미끄럼' 타러 가잔다.

 

와~ '모래 미끄럼!!'

높은 사구를 이용하여 아래로 미끌어져 내리면 상당히 재밌겠다 싶어..

지금까지의 부실했던 경험들은 금새 잊어버리고,

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헤벌쭉해서 또 쫄레 쫄레 따라간다.

 

근데..역시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 안 새겄냐..;;

낙타 몰골 보면 다른 경험의 수준도 짐작해야 되는 걸..

 

사구위에 올라가서

준비~ 땅~!! 하고 내려오는데..

 

..30초면 끝난다;;

 

아쉬움에,

'한번 더 탈래~" 했더니

 

그럴려면 니가 타고 내려간 미끄럼틀(스틸로 만들어진..20kg는 넘을 듯한)을 끌고 올라오란다.

이런~

 

됐고..;;

 

 

이 무더운 사막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달랑 이 세가지..

'낙타타기 30분, 먼 하늘 구경하기 30분, 모래 미끄럼 타기 30초'

넉넉잡고 합이 1시간하고 30초..

 

오늘 수행해야 할 미션은 이미 다 끝났건만

가이드는 사막의 뜨거운 햇살아래 우릴 그냥 방치해놓는다.

호텔로 일찍 들어가봤자 별 할일도 없으니..

 

지난 해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던터라..

햇살이 살갗을 파고 든다.

 

 

 

뜨거운 대낮 내내 사막에서 시간을 보낸 뒤 저녁늦게 시내로 들어온다.

조금 일찍 들어와서 이슬람 거리에라도 풀어주면 될 것을..

 

들어오는 길에 이슬람 거리 투어를 요청했더니

별 볼 거 없다고 캐 무시..

 

대신, 이상한 공원에 풀어주는데..뭔, 분수쇼가 멋있담서..

 

그래서 또 기대를 하고는, 

혹 멋있는 장면을 하나라도 놓칠까하여 시간을 재어가며 볼 것도 없는 호수를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었건만..

도대체 분수는 언제나 올라올려나..??

 

한참이나 지나도 쇼가 시작될 기척이 없어서 물었더니..

우리의 쿨한 가이드 오빠 또 다시 쿨하게 한마디

"오늘은 안하는 가베~"

 

...;;

 

 

열받은 김에 함께 온 사람들끼리 모여서 술만 진딱 마시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