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0-08 내몽고

다행이다 요거 하나라도 건질수 있어서.. 내몽고 여행기 3탄

노코미스 2011. 10. 7. 16:03

 

 

 

넷째 날은 드디어 내가 자랑스러운 기마민족의 후예라는 걸 증명하는 날이 되겠다.

이번 여행에서 이거마저도 실패했다면 정말 확~돌아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말타기하나는 신나게 달린 하루였다.

  

 아침부터 다들 무장들을 단단히 하고 나왔다.

나만 사막지역과 초원지역의 날씨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온 것 같았다.

 

8월이라..

낮에는 한 여름 날씨로 매우 무덥지만 그 햇살이 만만치 않아서 긴 소매를 착용하는 것이 피부보호상 필수적이다. 그리고 챙 있는 모자와..

 

그러나

만약 말을 타고자 한다면, 챙이 날리지 않는 모자여야 한다.

스카프 등을 이용하여 모자가 날리지 않도록 꼭 묶어야 말이 놀라지 않는단다.

스카프 역시 자락이 날리거나 하면 상당히 위험하다

 

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우리 일행중 한 사람은 큰 사고를 당할뻔 했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출발하기 전에, 마부들이 관광객들의 복장을 하나하나 체크한다.

 

 

 

 의상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난,

둘둘 말아서 집어 넣어 갔었던 옷들중에서 긴 소매 하나를 간신히 건져서 입고는 대열에 합류한다.

 

전날, 낙타 타기에서 입은  신체적 트라우마로 현재 말등에 앉아있는 자세 자체가 엄청 힘들지만,

표정은 참 좋~다..ㅎ

 

 

 

비록, 선셋과 별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높고 맑은 하늘과 드넓은 초원을 바라보니 어제와는 또 다른 오늘이 기대된다.

 

기대한 바와 같이

이번 여행 일정 중 이 날이 가장 좋았었던 거 같다.

 

날씨도 좋았고, 하늘도 높았고..

말타기 체험도 만족스러웠다.

 

 

'말타기 체험'은 집단의 신체나이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 같았는데..

우리 집단은 대체로 중년 이상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말잡이들이 말의 속도를 최소한으로 조절하는 듯 했다.

 

나중 돌아오는 길에 내가 많이 심심해 하고 도전감이 없다고 하소연했더니 속도를 올려주는데..

그 황홀한 기분은 정말이지 상상 이상이었다.

 

그 옛날 거침없는 기마민족의 기상이

바로 이런 거침없는 질주감에서 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속도를 내고 달릴때는 엉덩이를 살짝 들은 기마자세를 유지해야 하므로

말등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탈때보다 엉덩이 통증도 없고 훨씬 편안하였다

이래저래 일석이조이다.

고통스럽지 않아서 좋고...도전감 있어서 좋고..

 

그래~ 원래 말은 달리라고 있는 것이야..^^

 

달려봐~~~~

 

 

 

 말을 타는 동안에는 사진은 절대 금물이다.

 

말고삐를 잡아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말 머리위에서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면 손 그림자에 말이 놀라서 날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모자도 날릴 수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므로 뭔가로 바짝 묶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여하튼, 목적지에 내리니 모두들 초원을 기록하느라 분주하다.

 

 

 

 관광객들은 말을 타지만, 정작 현지인들은 오토바이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성들도 모두 오토바이로 나들이를 한다. 생각보다 진취적인 모습이다. 징기스칸의 후예다운 면모이다.

모래바람을 막기 위하여 마스크와 모자는 필수이다.

 

 

 

 오늘 말을 달려서 우리고 온 곳은 그들이 말하는 OO 사원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마치 성황당 같은 느낌이 드는 그들의 전통신앙양식이겠지..

 

초원에서 가장 높은 지대(그래봐야 해발 몇 십미터 될까..?)에 주로 조성되어 있고

마음속에 소원을 외우며 시계방향으로 세 바퀴를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도는사람도 있고, 구경하는 사람도 있고..

 

 

 

 관광객을 위한 민속촌이 아닌 현지인이 사는 마을로 들어가본다.

 

진흙을 이깨어 만들어진 가옥이다

 

 

 

 그 마을에도 가게가 있어서..우선 그리로 들어가란다.

가이드가 한턱 쏘겠단다.

 

 

 

 뭔가 해서 들어갔더니..

몽고인들의 전통차 인 수테차를 한잔씩 돌린다. 수테차는 '우유에 차와 소금'을 넣고 끓인 차라고 한다.

수테차 원재료인 우유는 소젖, 야크젖, 양젖 또는 염소젖, 심지어는 낙타젖을 사용하기도 한단다.

 

이 동네에서는 양과 염소를 많이 봤는데..그들의 것인가..?

 

 

 

 이 찻물에 좁쌀 튀긴거 비슷한 거와 역시 양유치즈로 만든 과자라 했던가..

마치 시리얼 처럼 먹는 거 같았다.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먹듯이..그들은 양유 또는 마유로 만든 가공식품들을 이렇게 애용하고 있었다.

 

맛은 비린내도 없고 오히려 우유보다 더 고소한 것이..처음 먹는 음식치고는 거부감없이 편하고 좋았었다.

 

 

 

 맛을 보고는 담을 사이로 둔 민가로 들어가본다.

왼편 건물에 문이 열려있길래 그 안이 궁금해서 발걸음을 옮겨본다.

 

 

 

들여다보니 남자 세 사람이 식사중이었다.

 

식사는 매우 소박했다.

우리가 가게에서 시식했던 전통차와 그리고 현지인들이 식사시간에 주로 먹는 딱딱한 밀가루 빵이 전부였다.

 

들어가서 구경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마당에서 작은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니 성인 보폭 1폭정도의 흙바닥으로 된 부엌이 있고

그 앞에 저런 평상형태의 방이 마련되어 있다.

아마도 이곳이 부엌방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부자리랑 옷가지들이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들어갔더니, 빵조각을 맛 보라며 나누어준다.

마치, 옛날 우리 할머니들이 밥시간에 손이 오면 반드시 뭐라도 먹여서 보내는 것처럼..

 

마냥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어서

고맙게 받아서 입에 넣어 꼭꼭 씹어보니, 식당에서 주는 것보다 좀 더 고소하다. 

 

사람의 인심은 시골사람과 도시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어느 나라든 시골 사람의 인심이 후하고 순박하다 

 

 

 

 뒤뜰로 들어가보니, 소 마굿간도 있고..

 

 

 

 그 앞에는 말똥으로 불을 지피는 화로도 설치되어 있고..

이 불을 떼어서 무엇에 사용하는지..용도는 알 수가 없다.

 

 

 

 겉으로 보기엔 금방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흙집에서 살고 있지만..

그리고 가진 것은 그닥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21세기의 문명은 내몽고 깊은 초원마을이라해서 비껴가지는 않는 모양이다.

집집마다 갖추고 있는 것인지..

아님 유독 이집이 이 마을의 유지라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이 집 마당에는 자동차도 두대나 떡하니 서 있다.

이 정도 되면 더 이상 내몽고도 문명의 오지라 하긴 어려울 듯하다.

 

하긴, 아무도 그런 말 한적 없었는데

경험이 미천한 나 혼자 좁은 소견으로 그런 편견을 가진 것이었는지도 모르지..;;

 

 

 

 세상은 넓고 볼 것은 많다. 그리고 느낄 것도 많다.

 

비록, 몇개 일정은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또 이렇게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또 다시 삶에 대한 새로운 경외감에 들뜨기도 한다.

 

 

 

 

 그러나, 이 마을도 조만간에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이 마을의 유지 이유는 이 호수 때문이었는데, 우리가 찾았을 때 호수는 이미 물이 거의 말라버린 상태였다.

 

이 물로 인해서 초원이 유지되고,

초원이 있어서 마을이 형성 유지되는 것이었는데..

해마다 가뭄으로 호수의 물이 고갈되어 가고, 더불어 초원도 메말라간다하니..

 

초원이 메말라버리면

태생이 유목민인 그들은 또 다른 초원을 찾아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이라..

 

 

 

그들의 낮은 살림살이와는 달리

하늘은 무한히 높고 깨끗하여라.

 

저 높은 하늘 아래로 돌아가는 길에 한번 더 달려준 승마체험을 마지막으로 내몽고 여행도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