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월 4일 (화) 날씨: 비가 올듯말듯 우중충
시립공원에서 한동안 앉아서 알프스의 공기와 바람을 즐기면서 근처에서 산 샐러드 하나로 요기한 후,
시간에 맞추어 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까르투지오 수도원이 생피에르 마을에 있다는 말은 들었으므로
생 피에르 마을을 목적지로 표를 사면 될 것이라 생각하곤 매표소로 들어간다.
근데, 버스 노선을 보는 순간,
생피에르 마을에 버스 스톱이 8군데나 된다..
.
.
.
우짜라구~??
이 중에서 어디서 내릴 거냐고 묻는데..그건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라구요~;;
그래서 내가 준비해간 페이퍼를 펼쳐놓고 설명을 한다. 영어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콩글리쉬는 더더욱 안 통할터이니
이럴때는 문자가 젤 빠른 소통수단이다.
인터넷에서 뽑은 페이퍼를 펼쳐놓고 "la grande chartreuse monastry'를 갈거라고 손가락으로 짚으니
끄덕끄덕하더니 'la Correrie'에서 내리란다. 오 예~
이렇게 해서 일단 까르투지오 대수도원을 가는 건 갈 수 있다.
.
.
.
근데, 차편이 이리 뜸하면 내려오는 건 오늘 내로 올 수는 있는 건가? 물으니,
올 수 있단다.
지금 올라가면 그 곳에 도착시간이 15:20분.
내려오는 차편이 16:30과 17:15분에 있다고 하니..
그러나, 17:15분은 다소 의심스러워서 다시 확인하니, 오늘 그 시간에 있다고 확신있게 말해준다.
유럽은 요일별로 운행시간이 다소 변화가 있어서 요일을 잘 챙겨야 하는데
내가 비록 불어를 모르긴 해도, 통박으로 봐서도 17:15분차편은 평일노선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다시 물었는데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렇게 말해주니,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는
그 시간에 맞추어 시간 계산을 한다.
17:15분차로 하산한다치면, 최소 2시간은 여유있게 볼 수 있겠다~♬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그렇게 원했던 샤르트뢰즈를 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하면서
여행을 시작한다.
버스는 깔끔하게 정비된 알프스 산악마을길로 접어들었으나
아직은 전형적인 시골은 아니다. 잘 다듬어진 도시 근교의 마을길을 달리고 있다.
전통가옥과 한산한 도로,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산맥..등이 지금까지 봐왔던 프랑스의 다른 지역과는 다른 분위기를 준다.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었다.
본격적인 산길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점잖게 다듬어져 있었던 도시 근교의 도로들과는 달리
상당히 거친 도로상태를 보여준다.
도로는 회백색 암벽 산의 가장자리에 걸쳐지듯이 깍여져 있다. 이러다가 차가
눈길이나 빗길에 미끌리기도 하면 저 아래는 천길이 아니라 해발 3,000m가 넘는 벼랑이다.
그야말로 뼈도 추리기 어렵다.;;
지금 우리 기사는 있는 힘을 다해서 속력을 내고 있다. 그것은 모두 나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런 길을 좌로 우로 흔들면서 거의 1시간 가량 올라온듯하다.
현재 시간 15:42분,
내가 내린 곳은 생피에르 plan de ville.
정상적으로 할 거면 이곳 도착시간은 15:22분이어야 한다.
20분 지연되었다.
이렇게 된 사연도 모두 나 때문이다.
사연인즉슨 이렇게 되었다.
매표소에서 직원이 나더러 'la Correrie de st.pierre에서 내려라'고 했고,
그렇게 알고 탔다.
근데, 중간 마을에서 차에 탔던 많은 사람들이 다 내리고 남은 사람은 나와 자국청년 2명이 남았다.
기사가 나에게 묻는다.
'어디까지 가냐..?'
그래서 노선표를 보여주며 위 정류소에서 내릴 거라고..했더니,
'그곳은 안가니 여기서 내려라'는 것이다.
이 뭔소리..?
매표소에서는 그곳에 간다고 거기서 내려라 했는데..그곳에 안가면 미리 안간다고 했었어야지..우리나라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다.
'매표소 스탭이 그곳에 간다고..그리고 노선표에도 분명 표시가 되어 있지 않냐~" 했더니
그가 나를 이해시키기 위하여 뭔가 나름 열심히 설명하는데
그는 영어를 하나도 못알아듣고, 나는 불어를 하나도 못알아듣고,,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뒤에 앉아있는 청년 둘에게 쫓아가서 영어 조금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좀 도와달래했더니
청년 하나가 머쓱머쓱하면서 중간 통역을 해준다.
들어보니,
'위의 코스가 지금 통제되어 있어서 버스가 못들어간단다.'
왜 통제가 되었는지는 기사도 모른단다.
아마도 공사를 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나 싶은데..그건 내 생각이고, 아뭏든 그래서 니가 꼭 그곳에 가야한다면
이 버스는 그 곳에 가질 않으니 여기서 내려서 다음 버스를 타고 다시 내려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이 버스는 어디까지 가냐?'했더니
'생피에르 마을'까지 간단다.
생각하니 수도원이나 박물관은 못 가더라도 여기까지 왔고, 그곳을 위해 오늘 하루를 받쳤는데 그곳 공기라도 쐬고 가야 한이 없겠다 싶어
'끝까지 가겠다'고 결정했다.
그렇게 싱갱이를 하는데 20분여를 써먹어 버렸고,
그래도 나는 지금 'st. Pierre de chartreuse'에 도착했다.
그리고 헤어지면서 한번 더 확인한다.
'17:15분에 이곳으로 오면 되냐?'했더니..
"오늘 마지막 버스는 16:30분에 있다. 그 후에는 차가 없다. 16:30분에 이곳에서 마지막 버스가 출발'한단다.
휴~ 안물어 봤으면 큰일 날뻔 했다.
근데, 그레노블 매표소 아가씨는 17:15분까지 차가 있다고 왜 그렇게 확신을 하였을까..?
요일이 다른데..뻔히 봐도 알겠더만..
아뭏든, 또한번의 위기를 넘긴 기쁨에
다시한번 감사인사를 하고,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작별을 한다.
그들과 헤어지고 나서야 제정신이 돌아와서는 주변을 둘러보니..
내가 기대했던 생피에르가 아닌듯하기도 하고..
이것이 정녕 해발 3,800m가 넘는 고지에 위치한 산악마을의 모습이란 말인가..?
아뭏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30분만에 마을을 한바퀴 휘 둘러야 한다.
마을 안쪽 광장에 있는 분수대는 이 마을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마을의 나머지 이미지는 오랜 산악마을이라하기 보다는 최근에 조성된 리조트 마을 쪽에 가까운 이미지이다.
알고 보니 최근에 이 마을은 겨울 스키 리조트 마을로 각광을 받는 마을이다.
알프스 줄기로 이어지는 산맥이 아스라히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자도 좋겠다.
오랜 풍파를 겪은 듯한 작은 소품들이 이 마을의 역사를 증명해준다.
가옥 형태는 여전히 알프스적이다. 이탈리아 산골마을의 가옥과도 유사한..
옛날 생피레르 마을의 모습이겠지..
여행자 정보센터이지만,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안내하는 사람도 보이질 않는다.
내가 찾은 시기가 여름 휴가가 막 끝난 시점이기도 하고,
아직 스키시즌이 시작이 되지 않은 시점인지라 황량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이다.
나를 맞이해주는 유일한 호스트는 알프스의 바람뿐이다.
이 지역이 중심가이다.
생피에르 마을은 아마도 원형으로 넓게 조성되어 있기보다는 계곡을 따라 길게
조성되어 있는 듯하다. 버스를 타고 올라오는 길에 봤었던 작은 마을들이 모두 생피에르 마을에 속할 것이다.
그러니, 버스 정류소가 8개나 되는 것이다.
도로변에서 뒷편으로 들어가니 영락없는 시골의 정취가 남아있기는 하다.
조금 다듬어진 정원을 가진 집도 있고..
더 이상 볼 것이 없다. 샤르트뢰즈만 있었다. 됐다, 그것만 있으면 된다.
시간만 더 있으면 아래 마을쪽으로 살살 하이킹이라도 해 본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겠지만..
하고는 광장으로 내려오니 저쪽편에서 버스가 한대 올라온다.
뛰어내려가서 세우니 그레노블가는 버스란다. 아니 마지막 버스는 16:30분에 출발한다했는데,
지금시간은 16:08분이어서 다시 확인한다. 그레노블 가는 것 맞는지, 그리고 마지막 버스가 맞는지..
둘 다 맞단다.
휴~ ,
도대체 이놈의 프랑스라는 나라를 나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개념이 없는 것으로 생각해야 할까 아님 융통성으로 생각해야 할까..?
만약 내가 마지막 출발시간을 지켜서 16:30분에 맞추어서 내려왔다면 나는 오늘 꼼짝없이 이곳에 묶여있어야 한다.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있듯이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어쨋거나 예상치 못했던 일을 맞이한다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없으므로
가능하면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가하면 아까전에 올라올 때 상황을 생각하면 내 입장에서는 또 고마웠던 건 사실이다.
나를 이해시키기 위하여 20분이나 연착이 되었었지만, 그 중에 나를 원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늦어진 시간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고, 그들이 나를 위로해줬다. '조금 늦어진 것 뿐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것이 그들의 여유인가..
아뭏든 오늘 하루가 계속 아슬아슬 긴장의 연속이었다.
---------------------------------------------------------------------------------------------------
처음 계획은 '까르투지오 수도원'이었지만,
사실은 까르투지오 수도원이 위치해 있는 샤르트뢰즈 알프스가 목적지라는 건 내가 더 잘 안다.
비록, 수도원까지는 가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지만
해발 3,800m 고지의 생피에르 드 샤르트뢰즈를 다녀왔다면
비록 머무는시간이 20여분밖에 되지 않았다하더라도
가본 것과 가보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는 일이니
오늘 내가 생피에르에 갔다는 것은 하늘에 닿은 만큼이나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생피에르의 여러 모습 중 오늘은 다소 외로운 모습을 보았다면
다음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그를 좀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남 나라 > 12-09 프랑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말 나이스한 NICE (0) | 2012.10.30 |
---|---|
드디어 프렌치 리비에라, 니스에 왔군요~ (0) | 2012.10.21 |
이제르Isere 강변의 아름다운 도시 '그레노블' (0) | 2012.10.14 |
Rhone-Alps의 관문 '그레노블'의 산뜻한 공기 (0) | 2012.10.14 |
기뇰(guignol)과 생떽쥐베리(Saint-Exupery)의 고향, 리옹 (0) | 2012.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