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월 6일 오후 날씨: 약간 흐림
입속에 남은 '전복 돌솥밥'의 빠다 냄새를 제주 밀감으로 씻어내면서
오후에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으로 향한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이름이라고 언뜻 본듯하다.
김영갑 갤러리가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자리하고 있어서 아마도 '두모악'이라고 이름지은 듯하다.
김영갑님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1985년 우연히 제주에 들렀다가
제주의 바람, 오름과 구릉, 산과 바다에 반해서 서울과 제주를 오르내리며
제주의 자연을 찍기 시작한 사진작가이다.
그는 살아서보다 죽고나서 더 유명해진듯하다.
살았어도 아직 약년 얼마 되지 않았을 그인데
2005년 향년 48세로 루게릭병을 앓다가 평소 그가 좋아한 제주의 바람처럼 왔던 곳으로 홀연히 다시 돌아가셨다.
그가 살면서 평생을 공들여 가꾸어놓았던 갤러리 '두모악'은 사진을 찍는 후배들에게 물려주어
제주를 찾는 모든 관광객과 문화인들에게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제주에 가서 반드시 보아야 할 곳이 있다면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다.
네비가 이끄는 대로 이끌려 갔다.
서귀포시 성산읍 한라 중산간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갤러리 '두모악'
일반적인 갤러리들처럼 현대적인 위용이나 내세움같은 것이 없으면서
은은히 사람을 끌어당기는 분위기가 있다.
그는 주황색을 좋아했을까..?
입구에 들어서니 양철조각, 나무조각 등을 이어붙여 만든 주황색 깡통인형이 무표정하지만 따뜻함으로
길손을 맞아준다.
어느듯 해는 서녁으로 뉘엇뉘엇..
희끗해진 남은 빛살의 도움을 받아 어린 나무싹들이 빛을 낸다.
폐교된 학교를 사서 구성하였다는 김영갑 갤러리
아마도 어린아이들의 운동장이었을 성 싶은 마당에 바로 나무들을 식재한 것이 아니라
전체 마당에 돌로 만든 작은 성황당 제단같은 제주의 전형적인 돌언덕들을 군데군데 만들어서
그 위에 식재를 하고 토기인형들을 전시하거나 진열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의 작품들을 허리하나 굽히지 않고
선 채로 우리의 키높이에서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토기인형들은 매우 다양한 모습과 표정과 자세로 앉아 있어서
그 표정도 참 궁금하다만서도 우리 일행은 너무나 바쁘다. 느린 걸음으로 그들을 찬찬히 들여다 볼 시간이 없다.
아~ 이런 여행은 자제해야 하는데..;;
토기인형들은 김영갑의 구도적 모습을 표현한 것들인지도 모른다.
사그러져 가는 서산의 마지막 한줄기 햇살을 받으며
이 존자는 무슨 고민에 이렇게 싸였을까~
김영갑 그의 삶의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난 왜 사는 것일까..?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니
살아생전 김영갑님이 사용했던 독립된 공간과 그의 애장품인 카메라와 책들이 정리된 공간이 창너머로 공개된다.
그 창문옆 벽에 투병말기의 초췌한 김영갑님의 사진이 생사를 초월한 모습으로 걸려있다.
젊은 날의 사진을 보면 그가 매우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사람으로 보이지만,
삶의 마지막 끝자락에 와 있는 그의 모습은 세상 이치에 대한 사리분별을 초월한 듯한 구도자적 모습을 하고 있다.
죽음이 가까워지면 누구나 다 저렇게 편안해 질 수 있을까..??
전시실의 창문 프레임을 통해 보이는 정원의 풍경.
살아있는 사진이다.
공간 하나는 김영갑님의 생활을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소개하는 영상자료실이다.
김영갑님은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다가
제주로 왔다갔다하면서 제주의 바람을 찍으며 평생 홀로 지내다가
50을 넘기지 못한 채 왔던 곳으로 돌아가셨다.
전시장에 걸려있는 그의 모든 사진에는 제주의 바람이 분다.
저 바람을 잡으려 평생을 밤낮없이 제주 전역을 쏘다녔다고 한다. 무엇을 위하여 그랬을까..?
전시실 뒤편으로 나가니 앞뜰과는 다른 편안함이 있는
예쁘게 가꾸어진 후원이 펼쳐진다.
장독대를 받치고 있는 검은 현무암을 감싸듯 타고 올라가는 이 넝쿨의 이름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군락을 이루면서 주변을 마치 눈밭처럼 보이게 하는 재주를 가진 예쁘고 귀여운 꽃송이이다.
한 송이 한 송이를 보더라도 마치 눈꽃송이 같아 보이는 이쁜 꽃이다.
김영갑 갤러리는 열정이 있는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의 성숙은 열정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에 열정적으로 달려들고 출발은 열정적으로 하지만
성숙단계까지 이르지 못하는 것은 중간에 권태기가 있기 때문이란다.
권태기를 잘 극복하면 성숙기로 접어들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우울기,
더 심해지면 우울증으로 진행되어 자신의 삶을 피폐화시키기도 한다.
현재 나의 상태는 거의 우울기에 속한다. 이건 확실한 자가진단에 의한 판단이다.
김영갑 그의 갤러리를 보면서 자신의 일에 대한 권태없이
짧은 시간에 성숙기를 지나 완숙기를 살다간 모습을 보며 다시한번 나의 삶을 성찰해보게 한다.
삶의 길이가 길다해서 성숙단계에 이르는 것은 아님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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