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23. 일요일 오후날씨: 흐림
내도에서 건너다보면 바로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 작은 산언덕..
저곳은 어디일까? 물었더니 '공곶이'라고 하는 곳이란다.
영감님 한분이 30여년전에 저 곳에 들어와서 언덕을 일구어 수선화 농장을 가꾸었는데
지금가면 고랑마다 수선화가 활짝 펴서 아주 아름다울 것이라고 추천하길래
우리 일행은 점심식사를 하고는 오후 일정으로 공곶이로 들어간다.
공곶이란 '공곶'의 지역 방언이고, '공곶'은 바다와 면해있는 육지의 뾰족한 지형을 일컫는 표시 '곶'의 일종이다.
한자 '공'은 거룻배 공으로
거룻배 모양의 지형이어서 그렇게 지은 것인지 아님 옛날에는 그룻배로 드나들 수 있어서 거룻배 공이라 했는지
그것은 알 수가 없다. 아뭏든 '거룻배 곶'이란 뜻이다.
맞은 편은 내도에서 바라본 공곶이 해안이다.
해안가 초록색 지붕이 공곶이를 수선화 피는 아름다운 자연농원으로 일군 터주대감 강만식 할아버지 집이다.
우리는 저곳으로 가야한다.
가는 길은 저쪽 산 건너편 예구로 들어가서 언덕을 넘어 다시 공곶이 방향으로 거슬러 내려와야 한다. 헐~!!
언덕에서 다시 공곶이 해안으로 가는 길은 현재로서는 수선화 농장 사이로 만들어놓은 이 좁은 계단뿐이다.
이 좁은 길을 수많은 인파가 왔다갔다 한다. 아이를 잡고 오르기가 힘든 젊은 아빠는 아예 아이를 들쳐업었다.
오솔길을 내려가며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들여다보니
계단식 정원에 종려나무, 하얀이팝나무, 붉은 동백나무, 황금색 사철나무 등 다양한 수종들이 봄의 기운을 품고 있다.
풀섶에는 하얀 '봄맞이'꽃이 봄바람에 한들거리고..
갯가 가까이에 오니 삼거리가 나타난다.
방향은 시계방향으로 돌아라 하건만 우리는 그 반대방향으로 돌아본다.
좁은 돌담길을 끼고 돌면 약간은 어지러워보이는 농가가 있고..
농가는 다소 정리가 되어 보이지 않지만
마당과 담벼락에 피어있는 식물과 꽅들은 그 어떤 하우스에서 자란 꽃들보다 아름답다.
그 옆에 또 다른 가옥이 있다. 이 마을에는 강명식 할아버지 세대뿐이라 들었는데
농장에는 일하는 농부아저씨들이 더러 있다. 아마도 친척이나 고용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계시는지도 모를일이다.
주인이 빈 집은 순하디 순한 이 놈들이 지킨다. 둘이서 사람이 들어올새라 눈을 부릅뜨고 지키지만
정작 가까이 가도 짓지는 않는다. 다만 몸으로는 적극적인 수비태세를 취한다.
옆집과 옆집 사이 돌담아래에는 노란 수선화로 연결되어 있다. 그 모습도 아름답지만 그 향기는 또 얼마나 진한지..
그 앞에서 또 한 포즈 취해본다.
드디어 우리가 수선화 농장에 제대로 왔나보다.
내려오는 중에는 아직 수선화가 제대로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다소 실망했었는데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만개된 꽃을 보게 된다.
바로 지척에는 내도가, 저 멀리로는 해금강이 바라다보이는 이 아름다운 해안에..
그러나 순 돌밭인 이 척박한 해안에 무슨 맘으로 수선화를 가꿀 생각을 다 했을까?
내 제자들은 수선화에서 나르시스의 그리스 신화를 떠 올리며
걔가 물가에서 지 얼굴만 쳐다보다가 빠져 죽었다 하더니
그래서 수선화가 물가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라서 이곳에서 가꾸는 것이 아닐까~?라는
순전히 근거없는 지들만의 추측들을 해가면서 깔깔거린다.
아뭏든 강명식 할아버지는 나름대로
이곳에서 수선화 농장을 개척하게 된 사연이 있는 걸로 알고 있으니
그 사연은 다른 블로그들에서 찾아 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농장에는 수선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수종들이 있다.
아직은 만개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수선화밭을 지나서 해안으로 내려온다.
다가오는 주말이라면 더욱 아름다울 듯 하다
동글동글 몽돌밭을 지나 해안 기슭에 다다르니 몽글몽글 몽돌사이로
이렇게 고운 색감의 야생 복사꽃이 군데군데 피어서 지루한 물색과 돌색만 있는 바닷가를 봄빛으로 빛나 만들어준다.
거친 몽돌밭에서 그 누구의 손길도 받지 못한채 혼자 해풍을 견디면서 살아남은 야생복사꽃이
오히려 내 눈에는 돌담안에서 보호받고 자라는 수선화나 다른 식물들보다 훨씬 곱고 아름답게 보인다.
아마도 그것은 신이 그들을 거두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자연은 신이 거두고, 농장은 인간이 거두고~
농장의 경계를 만들기 위해 쌓은 몽돌 돌담길로 이 바닷가에서는 이채롭다.
그 길에 사람이 들어오니 더욱 아름답고..
역시 자연은 인간과 공존할 때 빛나고, 인간역시 자연속에 있을 때 더 아름다워보인다.
해풍을 이기지 못하여 드러눕기는 할 망정 부러지지는 않는 것이 자연을 이겨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수선화를 보러 갔다가
오히려 낭낭 18세의 수줍은 뽈데기마냥 발그레한 야생복사꽃에 홀려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왔는지 알 수 없었던 공곶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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