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월 22일(화), 새벽안개가 짙은 날
지난 주초 휴일을 지나고 합천으로 들어오는 길에 갑자기 강주마을이 생각났습니다.
함안 강주마을은 요즘 뜨는 기업 마을 중에 해바라기 가꾸기로 성공한 마을 중 한곳입니다.
9월 둘째주까지만 하더라도 매체에 등장하는 강주마을 해바라기의 모습이 아름답더군요~
그러나, 한창 꽃이 아름다울 때는 일정이 적당치 못하여 방문하지 못하고
이날 아침에 조금 일찍 출발하여 합천 들어오는 길에 법수쪽으로 빠져 새벽 강주마을을 보고 싶었습니다.
김해에서 함안지나 법수IC에서 빠집니다.
국도를 따라 강주마을까지 들어옵니다.
마을입구에 들어서니 콩밭에 뿌리를 내린 입간판의 해바라기가 활짝 웃으며 새벽방문객을 환영합니다.
마을 진입로에서
새벽 안개에 묻힌 시골마을을 일별해봅니다.
새벽안개 사이로 사라져가는 외길이 신비감까지 감돌게 합니다.
농로 한편으로는 벼가 고개를 숙여가고 있고,
그 옆으로는 짙은 초록의 연꽃대가 새벽의 싱그러움을 더해주기도 하고..
지난 여름 축제의 흔적입니다.
방문객을 환영하기 위한 시골사람들의 나름대로의 꾸밈입니다.
버려진 자전거에 비록 조화일망정 그 투박한 손끝에서 나왔음직한 이 소박한 꾸밈이 참 아름답습니다.
허물어져 내리는 흙담아래의 분꽃도 그 자리라서 또 아름답고..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누추한 담벼락들을 벽화로 살짝 포장하고 있습니다.
낡은 담벼락을 숨기는 방법으로 벽화가 만병통치약일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차가운 콘크리트벽보다는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이 아름답습니다.
이런 테마가 있는 이미지는 도움이 되는군요~
해바라기 마을의 이미지.
아름드리 꽃나무 그늘 아래에 기대어 해바라기를 즐기는 두 연인,
살짝 낭만적입니다.
비치칼라를 배경으로 한 해바라기도 있고..
해바라기 밭에서 숨바꼭질하는 동심도 있습니다.
어린왕자님도 내려와서 해바라기 한 송이를..
지역의 어르신들이 저 먼 프랑스에서 온 어린왕자님을 아실지..살짝 시니컬한 생각도 들지만 ㅎ
치즈 체험실도 있네요~
곳곳에 해바라기를 배치하여 마을이 해바라기 마을임을 이미지화하고 있습니다.
근데 왜 진짜 해바라기는 없냐구요~?
예 없습니다.
해바라기 꽃이 다 지고, 이번주부터 이미 씨받이 작업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진짜 해바라기는 보지 못하고
담벼락에 내려와있는 해바라기만 보고 왔습니다.
그러면 어떻습니까, 저렇게 아름다운 강주마을을 보고 왔는데요~
어느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진심으로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국의 새벽'을 제대로 보고 온 날이었습니다.
새벽안개에 촉촉히 젖어 있는 마을을 보고 나니
저의 건조한 마음도 촉촉히 젖어 하루가 말랑말해 졌습니다.
해바라기는 내년에 보러가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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