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6-08 홋카이도

홋카이도 탐방, 뭔가가 허전한 오타루의 추억~

노코미스 2016. 8. 27. 14:48

 

 2016. 8. 11(목)



 

패키지 여행은

비록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그룹이라는 울타리속에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더불어

나 스스로 모든 일정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은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역시 주도적인 여행은 아니라는 결정적 단점을 피할 수는 없다.


다닐 때는 희희낙낙 아무생각없이

편안하게 다녀왔지만

다녀와서 정리를 해 보니

내가 다닌 코스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다닌건 하나도 없는 거 같다.


후라노 팜 도미타도 보니

내가 본 구역은 주차장 주변 일부모습만 본 것이고

언덕 너머에 무한정 넓은 라벤더 밭이 있었던 것을

여행 준비를 가이드에게 위임한 여행자에게

그런 불이익은 아쉬움으로 남길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오타루의 경우도 그러하다

오타루의 여행이라기 보다는 오타루 운하와 오르골당 방문기라 말하는 것이 옳겠다.

나는 오타루에 대해서는 쓸것이 아무것도 없다. 아는 것이 없으므로..


다만 그날은

여행 3일차라서 일행들끼리 많이 친해져서

서로 사진을 많이 찍어주었다는 사실과

홋카이도도 여름에는 무지 뜨겁구나

그리고 하늘이 무척 높고 맑다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만 기억에 남아있을 뿐이다.

 

 

오타루 운하의 관광용 이미지는

눈쌓인 겨울 이미지와

노란 가스등이 물빛에 아른거리는 낭만적인 모습이다.


폭염이 작렬하는 한 여름날 오타루 운하를 방문한 건

마치

아직 손님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귀부인집을

사전 고지도없이 불쑥 처들어가서 느끼는 머쓱함 같은 것이 있는..그런 유사한 행위였다.


늘 화장하고 정장한 모습만 보다가

우리가 방문했을 때 운하의 모습은 화장하지 않은 귀부인의 소박한 맨 얼굴같은 모습이어서..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고..

너무나 평범한 느낌이었다고 하면 될까..

아뭏든 그런 느낌이었다. 





홋카이도 개척시대에는 내륙에 있는 삿뽀로보다는 오히려 해안을 끼고 있는 오타루가  

무역항으로서의 기능을 하면서 더 크게 번창하였었다.


그래서 홋카이도 거점도시로서 선박들이 싣고 온 화물의 하선작업을 쉽게하기 위해서 운하를 건설하기 시작하였고

운하 주변으로는 대형 물류 창고들이 즐비해 있었다. 지금 사진 오른편으로 도열해 있는 건물들이 옛 창고건물들이다.


초기 운하의 길이는 1300m, 폭은 40m규모로 완성되었단다.


그러다가 내륙철도가 개설되고

육상교통이 발전하면서 오타루의 무역항으로서의 기능이 쇠퇴하게 되자 운하의 기능도 상실되었을 터..


그들은 고민을 하다가

1986년에 운하의 폭 절반을 매립하고 돌을 깔아 산책로로 정비하였단다.

현재 보이는 저 모습으로.

 

 

 

그리고 기능이 상실된 주변의 물류 창고들도 허물기보다는

그 창고들을 살짝 개조하여 상점이나 레스토랑으로 활용함으로써 독특한 도시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성공하였다.




남의 사진만 보고는

이 건물들이 과거에 모두 창고건물이었다 하더라도 그냥 그랬나보다 했지..

실감은 안되었었다.


실제로 가서 보니 이 건물들이 창고건물이었다 하는 것은

건물들이 통상상가 건물들보다 규모가 크고 천정이 높고

건물의 형태가 현대식 건물보다 좀 더 심플한 형태를 지녔다는 의미를 포함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운하주변의 거리는 온통 관광객을 위한 먹거리와 슈베니어 가게로 가득차 있다.




대체로 건물들이 저렇게 큼직큼직하다.


팔작지붕에 전형적인 벽돌건물에 천정도 시원시원..

저 가게들은 각자 자기 가게에 유명한 브랜드가 있는 가게이다. 빵과 쿠키, 아이스크림이 주 구성품이다.




 

 저 앞에 보이는 건물이

오타루의 명물인 오르골당


사람들이 오르골당을 오는 이유는

오르골당 그 자체때문인 것인지

조성모의 가시나무새 뮤비때문인 것인지..그건 모르겠지만


아뭏든 나도 오르골당은 한번은 와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오르골에서 나는 그 가녀린 소리들의 합창을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직접 가게 안에 들어서자마자

오르골당의 화려한 시각적 효과가 너무나 강렬해서..

 상대적으로 여리고 소박한 오르골의 소리를 무참히 압도해버린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오르골당에서 오르골을 보고 왔는지 듣고 왔는지 잘 판단되지 않는다는..

그러나 뭐면 어때.





2층으로 올라가니 오르골의 역사에 대한 기록이 간단하게 정리되어 있고..


기계 시계가 없던 시절에 유럽사람들은 교회의 종소리를 듣고 시간을 가늠하다가

시계를 고안하여 시계탑을 만든다. 

장인들은 이 시계가 자동으로 종소리를 내는 시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1381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니콜라스 교회의 시계탑을 최초로 하여

1600년대에는 '카리용'이라는 자동연주장치가 있는 시계탑을 곳곳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단다. 등등..


'카리용'은 정확한 음정을 가진 여러개의 벨을 모아놓은 형태인데,

이것이 발전하여 오르골로까지 이어졌단다.




오르골의 형태가 과거 고전적 형태와는 사뭇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오르골은 지름 15센티정도 되는 원형의 유리구슬안에

아름다운 궁전 또는 발레리나가 있고

주변에는 금가루나 눈가루같은 은가루가 들어있어서

거꾸로 세우면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럼면서 동시에 청량한 멜로디가 울리는

그런 거였는데..

그런 오르골은 보지 못했다.




크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나의 여행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장소는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일행한명과 함께 일찌감치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오타루에서 유명하다는 주황색 메론 아이스크림과 슈크림 하나로

남은 시간을 소비했다.


돌아와서 생각하니

뭔가 많이 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와 역사가 있는 지역은 역시 페키지로는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