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7-07~10(금~월)
생각할수록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유로 20여년 봉직했던 직장으로부터 타의반 자의반으로 사직을 한 후,
이 상황에 대한 화풀이 겸 내지는 울적한 마음을 달랠 겸
사촌언니 여고동창 7명이 진갑기념여행계획에 꼽사리 끼이기로 하였다.
분명 내 시간은 전혀 없을 것이란 건 예측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사촌언니 왈,
언니들하고 가고시마 화산재 해안에서 모래찜질이나 하고 밤에는 한잔씩 하면서 웃고 떠들다보면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좀 안되겠나 라는 충고에 일리있다 동의하면서
떠나기 사흘전에 여권보내고 돈보내고 하면서 합류하게 되었다.
일정표에 기재된 여행지로는 카고시마, 키리시마, 사쿠라지마, 미야자키로 되어 있어서
그 중 카고시마와 사쿠라지마는 평소에도 한번 가봤으면 하던 곳이었던지라
꼽사리 여행이긴 하지만 나름 기대를 안고 출발한다.
난생처음 대형 여객선을 타는 경험도 해 본다.
우리는 부산항에서 하카다항까지 운행하는 카멜리아를 타고 선내 숙박을 하면서 밤새 항해하다가
후코오카에서 전용버스를 이용해서 여행목적지로 이동한다.
카멜리아에 대해서는 나름 편견이 있어서
1~2인용 객실이 아닌 다인실에서 밤새 어떻게 가지? 하는 작은 걱정이 없었던 바 아니었는데
막상 타고 보니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가장 큰 다인실은 15~6명 정도를 배정하는데
우리가 입실을 하니 이미 개인별 매트랑 이불, 베개가 일렬로 줄지어 단정하게 깔려 있었다.
우리는 각자 알아서 위치만 선점하면 되었었다.
지저분하거나 냄새나거나 하는 것도 없고
아주 쾌적한 분위기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나름의 메뉴얼이 마련되어 있어서
우려할 일은 전혀 없었다.
우리는 오후 7시에 선승하였고 배는 10시 30분에 출발한다. 11시에 취침자를 위하여 모든 객실에 소등을 한다.
선승에서 소등시간까지 갇힌 배 안에서 뭘하지? 하는 것이 나의 몇가지 걱정 중 하나였는데
그것 역시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세상사 경험이 많은 언니들은 타자마자 가방집어던져 좋은 자리 선점 딱. 하더니
일렬로 깔려있는 매트리스들을 또르르 말아 주변으로 밀어내고 중간에 공간을 만들더니
친구들하고 함께 먹기 위하여 바리바리 싸온 음식들을 하나씩 꺼집어내기 시작하더니
그 때부터 먹고 마시고 회포를 풀기 시작하였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다가 오랜만에 만난 언니들은 할 이야기도 많고
이야기할 시간도 많이 필요했다. 소등아나운서멘트가 나올 때까지 우리는 그렇게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남는 시간은 선실 바깥투어를 하면서 그동안 먹었던 것들을 잠시 소화시키는데 투자한다.
선상에서 바라보는 부산의 밤바다가 아름답다.
한 30분 선상 라운딩을 하다보니
바다의 습기로 인하여 온몸이 물먹은 스폰지처럼 무겁고 축축해져 온다.
바로 내려와서 자리깔고 누우니 금방 소등멘트가 나온다.
다음날,
점등이 되어서 눈을 뜨니 이미 우리 배는 하카다항에 입항하고 있다.
고요로움이 아름다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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