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8(토요일 오후) 날씨: 소나기
에비노고원의 생태박물관에서 이 지역의 생태를 바쁘게 관람하고
안개에 가려진 가라쿠니다케를 배경으로 인증샷 간신히 하나 남긴 채
버스에 올랐다.
키리시마 국립공원은 화산지역이라
지역내에 활화산만 해도 20여개, 그로 인한 칼데라 호수가 8개나 되는 생태학의 보고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러나 그런 것은 가이드의 말로만 들었을 뿐
내 눈으로 확인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내려오는 길의 계곡 곳곳에서 연기들이 솟구쳐 오르는 수많은 작은 구멍들을 보면서
이 지역의 지질적 성격을 대략 짐작할 뿐이다.
다음 코스는 키리시마신궁이다.
키리시마 신궁 역시 에비노 고원내에 위치해 있지만 주소지는 가고시마로 되어 있다.
키리시마 연산이 미야자키현과 가고시마현의 접경에 걸쳐있어서
그 속에 있는 부속시설들은 위치나 방향에 따라 미야자키현에 속하거나 또는 가고시마 현에 속하거나 하는 듯하다.
산속이라 그런지 비와 안개가 짙다.
아니.
원래 이 지역이 안개가 짙은 지역인 모양이다. 지역이름이 키리시마 즉, '안개(霧)의 섬(島)'인것으로 봐서.
안개깔린 신사는 그 자체로 신비스럽다.
이런 신사를 방문하는데는 활짝 개인날보다는 이처럼 약간 흐린날이 오히려
신사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더 적합한듯하다.
키리시마 신궁은
천황의 시조를 모시는 신궁이다.
그리고 이 신궁이 이 곳에 창건된 이유는
천황의 시조가 되는 태양신의 손자인 니니기가 하늘에서 최초 하강한 산이 이 곳이기 때문이란다.
태양의 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가 지상의 지배권을 손에 넣기 위하여
손자 니니기노미코토를 지상으로 내려보내고
니니기는 지상의 처녀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았는데, 그 자식 중 하나가 신의 딸과 결혼하여
우카야후키아에즈를 낳았다. 다시 우키야후키아에즈도 해신의 딸과 결혼하여 신무를 포함한 형제들을 낳고,
니니기의 증손인 신무는 형제들과 함께 동쪽지역으로 가서 야마토를 정벌하고 나라를 세우고 일본국을 세웠다는 것이
일본 고사기에 나오는 '천황천손강림신화'의 내용이다.
그렇다면 니니기의 증손으로서 신무천황과
대마도편과 나중에 방문하게 될 우도신궁에 등장하는 태양신의 증손인 신무천황은 같은 사람인가 다른 사람인가?
헷갈리긴 하지만..
아뭏든 분위기는 신이 깃들기 딱 좋은 분위기이다.
오미꼬지라고 하나?
일렬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모습이 정갈하다.
일본 건국신화의 주인공인 니니기노 미코토를 제신으로 모신 키리시마신궁은 6세기에 최초로 창건되었다하니
상당히 유서깊은 신궁이다.
그러나 신궁은 키리시마산의 분화에 의한 소실과 재건을 반복해오다가,
현재의 사전은 시마즈가 제21대 당주(제4대사츠마 번주)시마즈 요시타카가 1715년에 건립한 것이란다.
시마즈가는 현재 가고시마현의 전신인 사츠마 번의 유서깊은 번주가문이고,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은 가문이다.
요시타카의 조상인 시마즈 요시히로는 정유재란 때 참가하여 남원군에서 조선 도공 43명을 납치 연행해 온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도공들을 무사계급에 버금가는 계급을 부여하여
도공들이 안정된 여건속에서 자신들의 예술혼을 불태울수 있도록 지원해준 가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로 인해서 활성화된 일본의 도자기 산업은 일본이 근대화하는데 필요한 경제적인 부를 축적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기도 하지만,
도공들 입장에서 볼 때 역대 번주들의 보호하에서 정말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그런 안정감이 메이지 유신 정책개편으로 다시 상인계급으로 추락되면서 더 이상 유지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마즈가가 조선도공에게 기울인 정성은 더 빛나 보인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수관 요를 비롯하여 몇개 성씨의 도가들이사쓰마에서 이름을 빛내고 있으며, 일본의 대표적인 외교명문인 박평의 가문도 사쓰마 조선도공으로 출발한 가문이다.
시마즈의 연관어로 우리 조상들의 흔적을 잠시 더듬어 보았다.
비도 오고 분위기도 어수선하여 여기저기 눈여겨 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신사내에서 도리바깥쪽으로 돌아서는 순간
저 바깥쪽에서 올라오는 저 희미한 빛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빛을 좇아 따라 나왔다.
나는 늘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빛에 매료되는 모양이다.
신사 아래 공원으로 내려오니 잘 생긴 선남선녀의 가판대가 서 있다.
일본 각지에서 특히 큐슈쪽으로 내려오면 곳곳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인물, '사카모토 료마'
막부시대를 종식시키고 일본 근대화를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일본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민 영웅 중 한명이라는데..
그는 나가사키 출신으로서 키리시마는 별 관계없는 사람이지만
다만, 그가 이곳을 다녀갔다는 이유로 이렇게 입간판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옆의 여인은 부인이라는데
부인이 옆에 있는 까닭은
그가 부인을 대동하고 이곳에 신혼여행을 다녀간 곳이라하여 이렇게 홍보를 하는 것이다.
그는 정치적으로도 풍운아였지만
사생활의 측면에서도 상당히 진보적이었던 모양이다.
일본에서 최초로 신혼여행을 한 사람이라고 하니..
그래서 큐슈전역에 그의 발걸음이 멈추었던 곳에는 이렇게 입간판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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