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8(토) 날씨: 비오락가락
하선이후 전용버스를 타고는 미야자키현 에비노고원으로 향한다.
난 에비노고원이 가고시마현에 속하는줄 알았었는데 지도를 상세히 보니
가고시마와 미야자키현 경계지역에 있는 미야자키현에 속하는 고원이다.
이곳까지 굳이 온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뭏든 일정에는 '동식물의 생태를 볼 수 있는 키리시마 국립공원의 일부 에비노고원'이라 되어있다.
에비노 고원 입구에 들어서니 소낙비가 거칠게 퍼 부으면서 짙은 숲길을 안개로 가로막는 듯 하더니
우리가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되니 다시 비가 그쳐 주었다.
사실,
출발 이틀전에 북큐슈쪽 태풍으로 인해서 곳곳에 도로가 유실되고 하천이 범람하고
심지어 인명피해까지 가볍지 않다는 뉴스가 있었음에도
다들 그 정도의 난관에 대해서는 전혀 개념치 않고
주변친지 및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두 뿌리치고 온 간 큰 사람들이라 태풍이 무서운 것은 아니지만
일정내내 차에 갇혀서 지내다 오는 건 아닌가 하는 소소한 우려는 없잖아 있었다.
여행기를 적으면서 보니
나라는 사람은 모든 것에 걱정이 참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아뭏든 그런 우려가 다소 있었는데
일정 사흘 내내 신기하게도
비는 계속 오락가락하였으나
우리가 이동하는 동안에는 비가 거세가 퍼붓다가
우리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비가 개어주는 신기한 현상이 계속되었다.
서로서로가 여행운이 좋다면서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기도 하면서..
우리가 내린 곳은 에비노 고원 생태 박물관 주차장이었다.
이 곳에서 우리는 점심을 먹고(이번 여행 첫 현지 식사라 열심히 찍었다.)..
그 다음은 뭘하지?..
가이드말에 의하면
원래는 에비노고원 산책로를 얼마간이라도 걸을 계획이었는데
얼마전에 등산로 주변에 작은 활화산이 하나 터져서 산책로를 폐쇄했기 때문에
산책은 할 수가 없고
대신 생태박물관을 통해서 이 고원에 생존하는 동식물의 생태를 이해하고 가겠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뭔말~그게 다야?
우리가 생태학자도 아닌데 이것보러 여기까지? 싶지만..
이미 정해진 루트인지라 그냥 즐긴다.
주어진 시간은 20분.
볼게 많지 않아서 그 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란 단서를 붙이면서..ㅎ
아뭏든 여기까지 온 시간이나 투자비용을 뽑기 위해서는
생태박물관이라도 열심히 봐야 한다. 수저를 놓자마자 잽싸게 생태박물관으로 향한다.
정갈하게 꾸며놓은 박물관내에서 내 시선을 끄는 것은 동식물 생태라기 보다는 오히려 키리시마 연산 도면이다.
말하자면 에비노 고원은 전체적으로 키리시마연산의 일부인데
이곳에서 눈여겨볼 것은 '가라쿠니다케(韓國岳)'이다.
최근에 일본여행을 다니면서 부쩍 느끼는 점은
생각보다 일본 지명에 한국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한국, 백제, 가야, 신라, 고구려 등을 의미하는 단어들.
한국악이라는 지명만 해도 대마도에도 있고, 또 다른 여러지역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악을 간고쿠다케라 하지않고 가라쿠니다케로 읽는 것은
당시의 한국이란 가야(가라국)를 의미하는 것이라
쓰기는 한국악으로 쓰고 읽기는 가라쿠니다케로 읽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가야사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를 한국이라 할 때, 한의 원조가 과연 어디인가?
어쩌면 신라도 백제도 고구려도 아닌
한나라의 유랑민무리로 해석되는 가야가 한국의 원조는 아닐까?하는 급진적 생각이..
아뭏든, 이런 지명을 통하여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은
현재 일본의 선조들 중에는
분명 한반도로부터 들어온 백제, 가야 도래인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오늘날에 와서 이미 사촌지간만 되어도 땅사는 것이 배아플 정도로 서로 배타적인 관계로 벌어지기 일쑤인지라
서로 이웃해있으면서 경쟁심도 없잖아 있고 역사적인 앙금도 있어서 아주 좋을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이미 수천년의 세월이 흐르긴 했지만 한 때는 한 조상을 모시는..
알고보면 남도 아닐 수 있는 관계인데 서로 너무 백안시하니
어차피 상호교류를 단절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면
과거의 이런 의미있는 연을 생각해서라도 상호호혜적인 관계를 잘 유지해보면 어떨까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가이드는 생태박물관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가라쿠니다케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데
오늘은 안개가 그를 가려서 보이질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조차 아름답다.
다만, 이 먼곳까지 와서
한반도인의 삶과 관계가 있다는 다케를 보지 못하고 가야한다 생각하니 그것이 다소 아쉬울 뿐이다.
우리의 그런 마음을 읽었는지
고원의 바람이 한번씩 지나면서 안개를 살짝살짝 걷어내어준다.
우리는 그 틈새를 이용해 잠깐잠깐 그 모습을 즐기면서 자연의 사심없음에 고마워한다.
우리도 이같이 자연과 같은 사심없는 마음으로 살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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