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평생에 한번 느낄까말까하는그 귀중한 감정에 대하여, '콜미바이유어네임'

노코미스 2018. 9. 26. 16:16






기억해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루까 구아다니노


추석연휴를 즈음하여 좋은 영화를 수편 보았으나

점점 희박해져가는 기억력과 논리력

무뎌져가는 감성으로 인해

볼 때의 느낌과 생각을 정리하고 기억해서 긴 글로 적는 일이 점점 힘들어져간다.


더 이상 영화를 보는 일이 지적유희가 아닌 킬링타임용 오락거리로 전락한지 제법된다.

뿐만 아니라 영화후기 하나 쓰는 일이 이렇게 힘들어졌을진데,

일상은 어떨까..


점점 하루에 사용하는 나의 일상은 티브이 채널 돌리기, 때 되면 아이 밥챙겨주기, 아침에 눈뜨면 집안 청소하기

가장 단세포적인 활동들로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나의 신체 중 고등한 사고를 창출해내는 대뇌피질부분은 조만간 모두 퇴화되고 말것이라.

아니 퇴화되고 없어졌는지도 몰라


지금 난 그저 약간의 움직임을 위한 소뇌와

일상에서 느끼는 약간의 감정을 위한 최소한의 변연계의 기능 정도만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으니


그런 걱정과 더불어

오랜만에 만나게 된 고품격 감정을

지금 정리해놓지 않으면 언젠가는 아무런 감정이 남지 않을지도 모를것이라는 우려로

작정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본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기본적인 정보는 퀴어 영화라는 것,

2018년 상반기에 각종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되고 많은 메스컴에서 격찬을 받았다는 것

특히, 티모시 살라메라고 하는 어린 배우가 연기를 참 잘한다고 하는 점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영화를 본다.


먼저 시작부분에서

시공간에 대한 정보를 주는 '1983년 북부 이탈리아 어디쯤'이라는 문장에서 벌써 나는 가슴이 떨리기 시작한다.


아, 1983년!

지금으로부터 35년여년 전

아직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남아있는 마지막 순수의 시간


그리고 이탈리아 북부라잖아.

아마도, 롬바르디아 지역 어디겠지

12-3세기의 영광의 잔재가 녹슨 시간속에서 잠들어 있는 듯한

그래서 어떤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지더라도

그 땅과 함께 영원히 기억될 것만 같은 곳.


실제로 화면에서 보여주는 장소 곳곳은 수년전에 내가 방문했었던

레지오 에밀리아 지역과 유사한 느낌이 들어

나에게는 마치 내가 직접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해서 더 좋았다.


실제 로케이션 장소들을 보니 크레모나지역 곳곳에서 촬영을 하였고

마지막 로케이션은 베르가모 오르비에 알프스였다.



chapter 1. encount





아직 젓내가 풍기는 17세 여름의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가 여자친구와 방에서 놀고 있을 때

왁자지껄한 소리가 밖에서 들려온다. '침입자'다.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여름방학의 은둔처인 이곳에

또 내 방을 뺏아가게 될 아버지의 조수가 미국에서 날아온 것이다.


덩치도 크고

인물도 잘 생기고

성격도 좋아서

엄마도, 아빠도, 마탈다도, 안키세도, 엘리오의 여친들까지도

누구나 좋아하는 그.


뿐만 아니라 그는 아는 것도 많다.

살구 쥬스를 마시면서 아빠가 '살구'의 아랍어에 기원한 어원에 대해서 말씀을 하시자 

바로 라틴어에 기원한 어원으로 아빠를 한방먹였다.

아빠는 매해 바뀌는 조수들 앞에서 살구의 어원에 대해서 말하곤 하는데 그 어떤 누구도 의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몰랐기 때문에.

이번 여름에 올리버에 의하여 제대로 문헌학적 어원이 확립되었다. 물론 아빠는 그의 의견을 쿨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에 의하면

살구의 학명 '애프리 콧'의 초기 어원은 그리스어가 기원인 라틴어에서 출발했는데

아랍어 관사 '알'을 뺀 '프레이콕스'로부터 출발한다나 뭐라나.

근데 그것의 뜻이 '조숙한' '농익은' 이런 뜻이라네..

그러면서 살구쥬스를 두잔이나 마신다. 흠~


그치만 나에게만은 무례한 것 같다.

내 방을 내어주었는데도

눈길한번 안주고 오자마자 내쳐 잠만 자더니

이야기할 기회가 좀 생겼다 싶으면

'나중에' 하고는 먼저 일어나 버린다.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날 싫어하는 게 분명해


나의 눈길을 피하니

나는 슬쩍슬쩍 곁눈질로 그를 관찰할 수 밖에.


그는

자신이 유대인임을 표시하는 별표 목걸이를 하고 있다.

나도 저런 거 있는데.

그치만 굳이 저런걸로 날 드러날 필요있어?

우리 가족은 굳이 유대인이라기 보다는

미국, 이태리, 프랑스 피가 섞여있는데..

게다가 이 지역에서는 유대인이 워낙 드물어서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기도 하고 드러내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지.

그런데

이 지역에 롱 아일랜드 출신의 별난 유대인이 한 사람 더 왔네

별나, 별나, 별나..


아뭏든 마음에 안들어

악보나 보고 책이나 읽어야지


chapter2. uncover




그러면서 은근슬쩍 날 한번씩 터치한다. 

이건 뭐지? 왜 이러지?

기분나쁘진 않지만..

난 의도적으로 슬쩍 몸을 빼버린다.

그의 반응은?

모르겠다. 내색이 없다.


동네 여자아이들은 올리버에게 홀딱 빠졌다. 그와 함께 배구하고, 그와 함께 춤추고..

못마땅하다.

에잇, 나는 마르치아하고나 놀아야지


올리버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

엄마아빠의 질책을 받은 뒤에도

그와 나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난 혼자서 악보보고 기타치고 책읽고 여친만나고

그는 그 대로 아빠일 돕고, 시내에 나가서 자기 일 보고, 일광욕하고..

아뭏든 겉으로는 그렇게 한참을 서로로부터 무관심한듯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는 사이 난 나도 모르게 나의 시선과 나의 모든 감각이 그를 쫓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 그와 나 사이에는 언제나 강물같은 음악이 흐르고 있었어.

아마도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였는지도 몰라.


이런 마음을 그에게 말을 하는게 옳을까 죽는날까지 숨기는 것이 옳을까?

아~ 그가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 아닌 그가..


어느날 집안 연못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문득 그가 내게 묻는다. 이 못마땅한 헛소리에 대한 너의 생각은 어떠니?

"하이데거에 의하면(아무래도 루까가 하이데거를 좋아하나 봐, 아이엠 러브에서도 하이데거를 인용하더니),

'고대 그리스인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본질적으로 숨겨진 것을 해석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은 독립적인 관계맺기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하지 않으려한다. 어쩌구 저쩌구..'

너는 이해되니?"

정말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에게 물었을까? 그것을 물은 의도가 무엇일까?

그 역시 우리둘의 관계에서 숨겨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자신에 대한 나의 감정을 숨기고 있는 것을 눈치챈 것인가?


그의 생각과는 별개로

며칠 후, 정전이 된 날 밤

엄마가 읽어준 16세기 프랑스 연애소설 '앱타매롱'속의 영주가 했던 대사가 내 머리속에 박혀서 영 떠나질 않는다.

공주를 사랑한 영주가 자신의 사랑을 공주에게 고백을 해야 할지 아니면 영영 숨겨야 할지 몰라서

공주에게 애둘러서 물어본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말을 하는게 옳을까요, 아니면 이대로 죽을 때까지 말을 하지 않는게 좋을까요?"


나도 그에게 나의 아픈 마음을 말하는게 좋을까, 아니면 이대로 죽을때까지 말을 하지 않는게 좋을까?

은근슬쩍 소설 핑계를 대면서 애둘러서 그에게 운을 띄웠더니 그 역시 그 소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공주가 뭐라고 하니?"

"말을 하라고 해요"

"그래서 영주는 말을 하니?"

"아니요, 그냥 두리뭉술 넘어가요"

"그렇겠지, 프랑스인이니까"

그럼, 프랑스사람이 아닌 자신은 그런 상황에서 말을 할 것이란 의미인가?


결국, 나의 이런 마음을 그도 알아챈것 같다.

아빠 심부름때문에 시내에 나갔던 날,

그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많은 것을 알고 있구나. 너가 모르는 게 뭐가 있니?

정말 중요한 것은 몰라요

그 중요한 것이란 게 뭐니?

알잖아요, 그것이 무엇인지.

왜 나한테 그렇게 말하니?

당신이 알아줬으면 해서요.

내가 무엇을 힘들어하고 있는지 당신이 알아줬으면 해서요

알아주었으면 해서요

알아주었으면 해서요


니가 말하고 싶은 것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이라면

더 이상 그런 말은 하지 말자.

난 조용히 살고 싶어.

담배를 피우지 않던 그의 손에 담배가 들려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의 행동도 달라졌어

훨씬 더 친밀해졌어

그는 말했어,

"난 너의 표현법이 좋아,

내 마음이 중요한 게 아니야, 너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너의 마음을 너무 자신없어하지마"


그 말에 자신을 얻어

나만의 공간인 오르비에 알프스 아래 비밀스런 연못에서 우리는 어슬픈 첫 키스를 나누었어

"넌 참 날 곤란하게 만드는구나"


엄마말에 의하면 처음부터 그가 날 좋아했단다.

"네가 올리버를 좋아하는 것보다 그가 널 훨씬 더 널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런데 난 그가 날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난 아직 누군가를 알아가는 일에 미숙한가봐

대놓고 그가 바흐를 싫어할 꺼라고 생각지를 않나.

아뭏든 참나..

나도 처음부터 그가 좋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로서는 조심스럽게 하는 행동을 나는 나를 싫어서 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나 봐

그는 이미 계란을 하나 먹으면 두개 먹고, 두개 먹으면 세개 먹고 싶어하는 자신의 욕망을 잘 알고 있는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미리미리 절제를 하는 어른이었던 것이다.


아뭏든 그날 이후로 우리는 서로를 드러내고 서로를 알아보게 되었다.



 chapter 3. call me by your name


물리적으로는 그가 걸고 있는 것과 같은 유대인 목걸이를 찾아서 목에 거는 것으로

그와 나의 연대가 시작되었다. 


깊은 물밑에 가라앉아 있었던 고대 청동조각상을 건져올렸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 따라 갔었던 가르다 호숫가에서 우리는 청동조각상의 떨어져나간 손을 통해서

그동안의 오해에 대해 서로 화해의 악수를 하였고

우리의 무의식 저 아래 가라앉아 있었던 서로에 대한 감정을 처음으로 의식위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처음으로 서로의 이름을 걸림없는 소리로 크게 불러보았다.

'엘리오~"

"올리버~"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는 그 이후로 오히려 나를 더 피하는 것 같다.

어디를 헤매고 다니는 것인지 밤이 이슥해서야 들어와서는

그의 방과 나의 방을 연결해주는 하나밖에 없는 통로인 화장실 문조차 매정하게 쿵 닫아버리고는

다시 죽은 듯이 침묵속으로 숨어버린다.

벌써 며칠 째 이러고 있다.


다시 의심이 든다.

나를 싫어하는 것일까?

이 침묵은 뭐지?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다.

'침묵이 너무 힘들어요,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어요'

쪽지를 써서 그의 방문아래로 밀어넣었다.


아침을 먹고 올라오니 책상위에 답장이 와 있다.

"grow, see u midnight"

쪽지를 확인하는 순간

나의 모든 감각은 시계로 향한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외의 시간들은 모두 암흑의 시간들이다.

마르치아와 함께 있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그가 있지 않으면 어두운 밤과 같은 시간이다.


드디어 밤이왔다.

피곤하다는 말로 엄마아빠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그와 처음으로 단 둘이 밀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가 기뻐한다.

자기 방에 와주서 고맙다고..


창밖의 오래된 나무가지위에서 올빼미와 달빛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우리의 성인식이 끝난 후,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각자의 자기 이름으로.

"call me by your name, I'll call u by mine"

엘리오~

올리버~

이시간 이후로 우리는

내속에 너있고, 너속에 내가 있기를..


이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이 공허함은 무엇이지?

수치감 비슷한 이 감정은 또 무엇인가?

어젯밤의 그 일은 단순한 성적욕구였나?


그를 대신할 농익은 복숭아가 눈에 들어온다.

복숭아가 그를 대신할 도구로 보인다.

나는 내가 역겹다. 아무래도 내가 많이 아픈가봐~

그에게 나의 이런 모습을 들켜버렸다.


그가 안아준다.

나의 역겨움조차 껴안아준다.

올리오로 향한 나의 마음이

또 나에게로 향한 그의 마음이

단순한 신체적 욕구에 대한 반응이 아니었구나. 감사하다.

나의 성장통을 지켜봐주는 이가 그라서 좋다.

그의 품에서 한동안 울고 나니 속이 좀 후련하다.

이것으로 엘리오와 올리버는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드물고 특별한 관계가 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가 떠날 날이 가까워왔다.

우리는 초반에 너무나 많은 시간들을 낭비했었다.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속에서 얻어지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너무나 많이 자신들을 숨겨왔다.


그러나 다행히도

끝까지 숨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올리버는 혹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었다가 자신이 거부당할까봐서가 아니라

엘리오가 상처받을까 싶어 다시 속내를 감추게 되었던 것이다.

관계라고 하는 것은 서로를 행복하게 해 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한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끝나게 될 때 상대에게는 상처가 되는 것임을 올리버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엘리오에게 당부한다.

"네가 내 방에 와줘서 나는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나로 인해서 네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chapter 4. mystery of love




아빠의 프로젝트 때문에 올리버의 마지막 일정은 베르가모에서 보내는 것으로 되었다.

엄마의 제안으로 나도 함께 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베르가모의 오르비에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하얗게 흘러내리는 폭포수를 배경으로

우리는 너무나 행복했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이 아름다운 관계가 끝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사랑의 달콤함 뒤에 밀려올 두 주인공의 슬픔과 아픔을 예견하며

수프얀 스티븐스의 '사랑의 미스테리'가 배경음악으로 아름답게 흘러나온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듯 해 네가 처음 내게 키스했던 순간이

신의 손이시여, 날 인도하소서


오오 슬픔은 나인 걸까?

네가 처음 내게 닿던 순간

오, 기적이 영원히 멈추는 날이 올까?

사랑의 미스테리가 축복이 되기를..


오오, 슬픔은 나인 걸까?

난 얼마나 많은 슬픔을 참아낼 수 있을까?

언젠가 이 사랑이 끝나면..'



며칠의 밀월의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 날 밤, 나는 베르가모의 어두운 뒷골목에서 그동안 묻어두엇던 감정의 찌꺼기들을 모두 뱉어내듯

내속의 모든 것을 게워내었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사뭇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지나가는 여성을 붙잡고 춤을 추고 고성을 질렀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나는 냉정할 수가 없었던 거 같아.

속의 모든 욕지기를 게워내듯 구토를 해 대었다.


다음 날, 그는 떠났다.


예견하였듯이

그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난

마치 어제까지의 일들은 잊기라도 할 듯이 하루 밤낮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자고 일어난 나에게 들려주신 아버지의 조언은

내가 이 감정을 어떻게 갈무리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너희 둘의 우정이 보기 좋았다.

둘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얼마나 드물고 특별한 것이엇는지 네가 모르지는 않을거야.

지금은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어쩌면 아무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을지도 몰라,

어쩌면 평생 느끼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네가 분명히 느꼈던 그 감정을 잘 간직해라,

아름다운 우정이었잖아, 어쩌면 그 이상있을지도 모르지"


내가 얼마나 아프고 슬픈지 아빠는 잘 알고 계셧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나 경험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셨다.


"우리는 빨리 현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데익숙해,

그러다보면,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벌써 무너져 버리지.

그래서 새로운 사람과 시작할 때 이제 더 이상 그들에게 보여줄 내가 없어지게 돼.

아무것도 느끼지 않기 위하여 어떠한 것도 느낄 수 없어지면 안되지 않겠니,

곧 나아질거야.

하지만, 어던 것들은 평생 너를 붙잡아 둘 때도 있어.


기억하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오직 한번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알아채기도 전에 너도 모르는 사이 너의 마음은 닳고 닳아 없어져 버리고,

우리의 육체는 언젠가는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을 때가 올 거란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슬픔이 넘치고 아픔으로 고통스러울지라도 그것들을 후회할지 말고 무시하지 말아라,

그 슬픔들을 네가 느꼈던 기쁨들과 함게 있는 그대로 느끼도록 하렴"


당시의 대부분의 부모라면

자신의 자녀가 이런 관계에 빠질까 전전긍긍해 했겠지만 나의 아버지는 그런 분이 아니셨다.


아이에서 성인으로 들어서는 성장기에 겪게 되는 나의 정신적, 육체적 성장통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셨다.

올리버 역시 청년세대에서 기성세대로 들어서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성장통이었겟지만,

두 사람 모두 서로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그러니 그 대상이 비록 오디너리하지 않았다하더라도

결코 후회하거나 수치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평생을 살면서 한 사람이 어떤 누구를 향하여 이런 소중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일이

과연 몇 번이나 될까? 어쩌면 평생에 한번뿐일 수도 있는 것이니..

아니, 어떤 사람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하는 감정일수도 있으니..


그 해 겨울,

'해피 하누카'를 외치고 있던 날 오후,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3년동안 사귀다 헤어졌다 반복하던 여친과 곧 결혼을 할 것이란다.

그렇게 나의 첫 사랑은 떠나간다.


그해 여름,

내방을 점령한 '침입자'로 왔다가 내 마음까지 침범해버리고는

혼자

왔던 곳으로 가버렸다 '배신자'


그러나 전화상으로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

"난 모두 다 기억하고 있어"

...


나도 모두 다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언젠가 당신의 책갈피에서 읽었던 이 글귀도 기억해


'흐르는 강이 의미하는 것은 모든 것이 변화하여 우리가 그것들을 두번은 만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변화함으로써만 같은 상태로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감상

1. 북부이탈리아의 이국적 풍경은 나의 방랑자적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로케이션은 크레모나 지역 전역과 베르가모 알프스 지역이다. 가고싶다. 


2. 감정적으로 편안하다. 내 삶은 오기투성이지만 남의 삶까지 악다구니로 사는 것은 보고 싶질 않다.

서로를 배려하고 지적대화가 가능한 가족 구성,

부모는 아이에게 권위가 있으면서 민주적이고, 아이는 부모에게 복종하면서 자율적이고.

자연이 있고, 대화가 있고, 배려가 있고, 예술이 있는 영화

이렇게 살고 싶다.


3.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유려하고 고급스럽다. 마음의 갈등을 표현하고 처리하는 영화적 방식이 디테일하고 은밀한 것도 좋다.

처음에는 누구의 욕구가 주도적인지 모를 정도로 아주 은밀하게 서로를 표현하는데 영화에서도 정말 눈에 뜨이지않게 표현하고 있다.

배구할 때 올리버의 엘리오에 대한 터치, '나중에'라며 자리에서 일어설 때 은근한 어깨터치, 시간물을때 엘리오의 팔목을 잡는 행위, 자전거타다 넘어져서 다쳣다면서 자신의 신체를 보여주는 행위 등..나중에 알고보면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였음을 깨닫게 되지만 처음부터 쉽게 알아채지 못하도록 올리버의 마음을 숨은 그림찾기 처럼 숨겨놓았다. 직접적이지 않은 그런 표현들이 좋다. 서서히 받아들이면 되지.


4. 감독 루까는 아무래도 하이데거를 좋아하나봐, '아엠 러브'에서도 하이데거를 인용하더니 여기에서도.


5. 둘의 관계나 둘의 욕망, 각자의 마음을 연상시키기 위하여 영화전반에서 우회적인 은유나 상징을 많이 활용한다. 바흐, 변주, 고대 철학자, 하이데거, 그리스 청동 조각상, 소설 등. 우아한 예술 장르가 총동원된다. 지적 욕구를 촉촉히 적셔준다.  


6. 영화전면에 흐르는 음률이 좋다. 바흐로부터 출발하여 라벨, 류이치 사카모토, 수프얀 스티븐스 등등에 이르기까지 격조있는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품격있게 포장한다. 초반에는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곡으로 엘리오와 올리버의 감정선을 이어주다가 후반으로 가면서 가사를 가진 팝으로 주인공의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초반의 음률들은 엘리오와 올리버 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강물같다.


이 외에도 좋은 것이 한두가지겠냐마는 정리가 다 안될 정도로 많다.


마지막으로, 아미 해머는 나로서는 처음보는 배우인데 전형적인 친절한 아메리카노 스타일, 목소리와 발음도 좋고.

그의 영화를 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그러나 그가 출연했던 전작들의 장르가 영~ 내 과가 아닌데..


당연 티모시 살라메는 너무나 예쁘고 귀엽고, 천진스럽고 연기잘하고,

딱 고나이에 맞는 천진스러움과 사랑스러움이 온 몸에 넘쳐 흐르는 아이, 지켜 볼 아이이다.


2편을 제작중이라니..

어떻게 변해있을까? 설레인다.



과제

1. 아미 해머 찾아보기-이전에 보앗던 '백설공주'에 나왔던 그 잘 생긴 남자였구나. 근데, 그 때는 큰 감흥이 없었어.

2.각색담당 제임스 아이보리 찾아보기-전망좋은 방, 살아있는 나날 등이 그의 작품이라구? 좋았어.

3. 그해, 여름 손님 by 안드레 에치먼 찾아 읽기

4. 우주의 파편 by 헤라클레이토스 찾아 읽기

5. 살아있는 나날 by 가즈오 이시구로 찾아읽기

6. 안토니아 포치의 시 찾아 읽기

7. 티모시 샬라메 추적하기-이 아이가 인터스텔라의 톰? 그 때는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레이디 버드, 몬태나 챙겨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