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고독과 잔인한 역사와 화해가 공존하는 땅 '몬태나'

노코미스 2018. 11. 27. 15:22






박사과정의 동료들이 한달동안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시애틀을 중심으로 캐나다 록키지역과 미서북부지역을

종횡했었던 적이 있었다.

벌써 20여년에 가까워가고 있다 그 때가.

그때나 지금이나 언제나 경험이 미천했던 나에게 미서북부지역의 자유여행은 세상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쬐맨한 나라인지, 상대적으로, 크다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던 여행이었다.


하나의 주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하루종일을 운전해야 했었던 적이 있었고

한 주내에서 새로운 마을을 하나 만나기 위해서는 4~5시간을 쉼없이 달려야 했었던 적이 부지기수였다. 

실수로 길을 한번 잃었다치면 인적하나 없는 산길을 밤새 운전해야만 했던 적도 있었다.  

특히 캐나다로키에서 미국으로 넘어올 때 '몬태나'를 통해서 넘어오게 되는데

5~6시간을 달리는 여정에 인적하나 없이 노란 먼지만 흗날리던 광활하고 외로웠었던 땅덩어리가 기억난다.  


그 이후로 나는 미국서부하면 비옥한 땅덩어리와 삐죽삐죽 솟아오른 침엽수뿐만 아니라 노란먼지 흩날리는 외로움에 공감한다.

그리고 몬태나/와이오밍 등 미서북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나오면 반드시 찾아보곤한다.

대표적으로 호스위스퍼러, 가을의 전설, 흐르는 강물처럼 등이 대표적인 몬태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다.

그런 영화들 중 '브로크백 마운틴'은 미서북부의 외로운 정서를 배경으로 대표적 영화이다.


아뭏든 그 이후로도 나는 광대한 땅덩어리 위에 사는 사람들의 고독과 외로움에 공감하며

영화를 통해서나마 그들의 정서에 동참하는 것을 즐긴다.




영화 '몬태나'



요즘 '콜바유넴'이후로 티모시 샬로메에게 꽂혀서

그 아이의 필모그래피를 추적하다보니 인터스텔라, 몬태나 등이 검색되었다. 인터스텔라는 이미 본 상태였으나

몬태나는 처음 알게되었다. 얼른 클릭을 하였다.


처음에는 '몬태나' 영화 자체보다는 '티모시 샬로메'에 대한 관심이었으나

정작 티모시의 비중은 아직 미미하였다.

호송부대원 소개를 할 때, 스스로 '제가 왜 이 대열에 포함되었는지 이해가 안되요'라며 조셉대위에게 물으니

조셉대위 역시 '나도 몰라, 위에서 꽂았어'라고 말한다.


그 장면은 마치 티모시 샬로메가 이 영화에 왜 나왔는지가 설명이 안되는 상황과 맞물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저 이 아이 얼굴 익히게 하려고 에이전시가 잠시 꽂아넣은 역할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하기도 한다. ㅎ


그런 안타까운 생각은

출범후 처음으로 맞게되는 총격신이 시작되자마자 총에 맞아 시신으로 처리되는 걸 보는 순간 확신으로 변한다ㅠ. 

인터스텔라에서는 동생역할을 하는 아이에게 비중을 빼앗겨 티모시의 얼굴은 아예 잘려서 편집되는 수모를 당하더니

그래도 몬태나에서는 얼굴은 분명하게 각인되었지만 출연시간이 너무 짧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콜바유넴'에서 잘 되었으니 괜찮아.





티모시에 대한 아쉬움은 영화 '몬태나' 자체의 재미로 인하여 쉽게 잊혀진다.

시작부분에 D.H.로렌스의 글귀로 영화의 분위기를 기대하게 만들고

'미국영혼의 본질은 억세고 고독하고 초연하며 살의에 차있다. 그건 지금까지 그대로 뭉쳐있다'라는 그의 글귀에 나는

기대가 충만한다.






19세기 후반

서부개척이 끝나가는 시기인가?


정주민 인디안과 백인개척단의 대립도 서서히 막을 내려가는 시기인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여전히 서로에 대한 적의와 공격은 곳곳에 숨어있다.


잔재해있는 인디언들은

외로이 고립되어 있는 백인 개척민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여 재산을 빼앗고 살육을 하고 남아있는 사람에게 가족을 빼앗는다.

반대로 정부군은 내친구와 내 종족을 해치는 원주민들을 무자비하게 잡아서 몇년씩을 감옥에 감금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적대적이다. 서로가 살기 위하여


그 시절,

원주민 소탕작전부분에서 전설적이었던 '조셉'대위

줄리어스 시저를 사랑하는 그는 주어진 임무에 한치 소홀함이없는

매우 훌륭한 군인이다. 그러나 인디언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내 친구 누구누구누구...셀 수도 없는 나의 친구들이 내 눈앞에서 그들에게 머리껍데기가 벗겨져 죽음을 당하던 그 모습을 생각하면

인디언들을 살려둘 수가 없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내손으로 잡아넣은 인디언 영웅 '옐로우호크추장'이 살날이 얼마남지 않았으니

인권차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고향'몬태나'에서 마칠수 있도록 방면하라는 대통령지시가 내려왔는데

추장의 고향길 안내를 대위가 맡으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이 무슨 말같지도 않은 말인가?


그로 치자면 내 가족과도 같은 수많은 친구들을 마치 동물잡듯이 도륙하고 머리껍질을 발라내던 용서할 수없는 적군아닌가?

그가 날뛰던 모습이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한데 지금에 와서 인권 운운하면서 나에게 그를 안전하게 고향으로 모시란다.

 

그를 풀어주는 것은 내가 결정할 바 아니지만

왜 내가 나의 손으로 잡아넣은 적을 위하여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하는지는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권력은 한 개인의 자기 결정권 같은 것은 한 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결국은 국가의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조셉은 전열을 가다듬어 외로운 길을 나선다.

뉴멕시코에서 몬태나에 이르는 대장정의 길을.



 그 길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 길 위에서 많은 만남과 사건들, 그리고 감정들이 오고간다.

잔존해있는 인디언부족들에게 온 가족을 난자당하고 거의 미쳐가는 여인을 구해내고,

그래서 모든 인디언은 우리의 적이라고 믿고 있는 사이

더 악의적이고 공격적인 인디언부족의 공격을 당하게 되고,

처음에는 적의로만 가득차고 그들의 도움은 추호도 받을 생각이 없었던 대위는

결국은 옐로우 호크 가족과 한편이 될 수 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인디언만 적이 아니다. 같은 피부색을 가진 백인도 적이 될 수 있다.

당시 유행하던 거칠과 잔인하기 짝이없는 모피사냥군들은

여자들만 보면 미친다. 잡아다가 잔인하게 윤간한다.

내 딸, 며느리, 내 종족의 여인이 윤간을 당했다. 같은 백인끼리..적이다.


모든 인디언이 백인의 적이 아니듯이,

모든 백인이 백인의 동지도 아니다.


그들은 길 위에서

서로의 과거를 돌아보고 화해한다.

그 시절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내 친구, 내 가족 들이 너희들 손에 너무 많이 죽어갔다. 너의 친구들도 많이 죽었지..




한 때 서슬퍼랬던 인디언 영웅 '옐로우 호크'추장에게 이제 남은 일은

모든 걸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내가 왔던 땅으로 돌아가 땅의 기운으로 호흡하는 것.

그것은 고향을 의미하기도 하고,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조셉'대위 역시

한 때 적대적 관계에서 서로의 목숨을 담보로 서로를 추격해야했던 늙은 노장의 고향길을 안전하게

호송하는 것으로서 그의 마지막 공적수행을 마치게 된다. 그리고는 고향으로 돌아가 전역을 하게 된다.


옐로우 호크 추장의 죽음과 조셉대위의 전역은 서로에게 적대적이었던 한 시대의 끝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거칠고 적의에 찬 시대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백인미망인과

한때는 적이라고 생각했었던 인디언가족이 남긴 어린아들 하나,

이 둘은 분명히 이 고독한 땅덩어리에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한 가족으로 살아갈 것이고

더 이상은 그 땅에 화해와 평화만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리고, 원주민의 땅을 빼앗고 그들을 도륙하고 자기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 지 약 200여년만에

이제야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살짝 전하게 되었다는 것이 빠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그런 의식이 들었다니 다행이다싶다만..


어느 평론가가 썼더만.

'트럼프'시대에 '몬태나'가 주는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다고..



사소한 재미

1. 시체 머리가죽 벗기기

'버스터즈: 거친녀석들'을 보면 '미친개들'이 나치들을 죽이고 나서는 전과를 자랑하기 위하여 시체의 머리카락을 두피채로 잘라가는 장면이 계속 나온다. 눈을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했다. 왜 저렇게 까지?라고 생각했는데, '몬태나'를 보니 이 의식의 역사는 인디언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나보다


2. 모피사냥군

19세기, 북아메리카 서부개척시대를 장식했던 특별한 직업군 중 하나가 모피 사냥군이엇던 모양이다. 그들은 특성상 인디언이건, 개척민이건 누구에게든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을듯하다. 그 시대 가장 거칠고 외롭고 잔인했던 직업군이 아니었을까. '몬태나'에서 잠시 모피사냥군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잔인성과 공격성은 '레버넌트:살아서 돌아온 자'를 보면 실감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