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에는 잘 만든 영화, 의미있는 영화, 재미있는 영화, 착한 영화로 구분될 수 있다. 물론 이 카테고리들은 서로간에 중복되기도 한다.
가끔 기법적으로 완벽하거나 화려하지 않더라도 주제에 의미가 있거나 너무 착해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영화들이 있다.
'증인' 은 좋은 영화중에서도 착한 영화에 속한다.
물론 의미도 있고, 풀어나가는 방식의 재미있고
연기자들의 연기도 좋지만
그런 장점들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선한 의지'에 비하면 소소하다.
범인이 무고를 주장하면서 변호인의 변호에 힘입어
무죄로 판결받는 두뇌게임 또는 치트게임 형식의 스토리는 쌔고 쌧다.
그리고
김향기의 자폐성 발달장애아의 연기는 매우 좋았으나,
친구가 자신을 괴롭혔을 때
'엄마가 마음아파할까 싶어 말하지 않았다' 든지
'변호사가 될 수 없으니 증인이라도 하겠다' 등의 지나치게 적극적인 자기표현력은
영화의 전반부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자폐정도와 비교해보았을 때
캐릭터의 일관성 수준에서 벗어나 보이는 흠결로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짚어보고자하는 포인트들이 좋다.
자폐성 발달장애인이 우리사회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아직 다른 구성원들은 그들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고 오해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점들,
자폐성 발달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시선을 지적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참 착한 영화라고 나는 본다.
영화는 큰 것을 말하지 않는다.
아주 작지만 기본적인 것들을 말한다.
1. 자폐성 발달장애인은 정신병자가 아니다. 그들중에서도 일반인보다 더 높은 고차원적 기능을 가진 사람도 있다.
2. 자폐성 발달장애인은 바보가 아니다. 정상인이 인지하는 것을 그들도 인지한다.
다만, 관심사에 따라 인지 정도에 차이는 있을 수 있다.
3. 발달장애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가 아니다. 다만, 표현을 하지 못할 뿐이거나
또는 비장애인과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다가오지 못하면 내가 다가가면 된다. 표현하는 방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구의 수만큼 다양하다.
4.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서 장애인을 이용해서는 안된다.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나의 욕구를 위하여 장애인을 돌봐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앞에서는 착한 척 돌봐주는척, 뒤에서는 아이를 욱박지르고 이용하고..
이것이 이 영화가 포커싱하는 내용 전부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 사실을 일반인들에게 주지시키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흔히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고자 할때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꼽기도 하지만
그 긴 시간동안 우리는 과연 어떤 가치를 지키는데 메달려 오느라
이제서야 이 아이들에게 눈을 돌리게 되었는가..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렇게 돌아봐주는 이가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좋은 사람이 되는데는 대단한 뭔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소소한 것들을 함께 돌아보자고 관심가져주는 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좋은 사람이 될 수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좋고 착한 영화이고
이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한 사람들은 참 좋은 사람이다. 혹시나 영리를 목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서 감동을 받고
그 감동이 생활에 적용되어
장애인들, 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가져주고
그들이 옆에 있을 때 당신의 작은 옆자리 살짝 내어주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는다면
당신 또한 좋은 사람이다.
추신: 이번 영화를 계기로
'그것만이 내 세상'과 '말아톤'의 의미도 다시한번 짚어봐얄거 같다.
자폐성 발달 장애인 계보를 예쁘게 이어준 조승우와 박정민, 김향기 배우가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어쩌다 reading > 영화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험할 수도 있는 관점 '기생충' (0) | 2019.06.12 |
---|---|
분단, 체제, 자유, 모성, 용기, 내 딸들을 돌려다오..'사랑의 국경선' (0) | 2019.06.01 |
인생은 오래살수록 더 아름다워진다. '인생 후루츠' (0) | 2019.02.24 |
고독과 잔인한 역사와 화해가 공존하는 땅 '몬태나' (0) | 2018.11.27 |
부끄러운 모국에 바치는 슬픈 비가, '독일 창백한 어머니' (0) | 2018.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