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책읽기

위악으로 포장된 약간은 선한 신념, '악의 꽃'

노코미스 2018. 10. 4. 15:50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21-1867)


악의 꽃(Les Fleurs du Mal)


완전 무결한 시인

프랑스 문학의 완벽한 마술사

몹시 친애하고 숭배하는

나의 스승이자 친구인

테오필 고티에에게

지극히 겸허한 마음으로

이 병든 꽃들을

나는 바친다.

C.B



<차례>


독자에게


어리석음, 과오, 죄악과 인색에

정신은 얽매이고 몸은 들볶이니,

우리는 친숙한 뉘우침만 키운다,

거지들이 몸에 이를 기르듯.


우리의 죄는 끈질긴데 후회는 느슨하다;

우리는 참회의 값을 톡톡히 받고

가뿐하게진창길로 되돌아온다,

비열한 눈물에 때가 말끔히 씻긴다고 믿으며.

..


우리를 조종하는 줄을 쥐고 있는 건 저 「악마」!

우리는 역겨운 것에 마음이 글려

날마다 「지옥」을 향해 한 걸음씩 내려간다

겁도 없이 악취 풍기는 어둠을 지나.


...

...

...

...


그러나 승냥이, 표범, 암 사냥개, 원숭이, 전갈, 독수리, 뱀,

우리 악의 더러운 가축 우리에서

짖어대고 악쓰고 으르렁거리고 기어다니는 괴몰들 중에서


제일 흉하고 악랄하고 추잡한 놈 있으니

놈은 야단스런 몸짓도 큰 소리도 없지만

지구를 거뜬히 박살내고

하품 한번으로 온 세계인들 집어삼키리


그 놈은 바로 「권태」!-눈에는 무심코 흘린 눈물 고인 채

담뱃대 빨아대며 단두대를 꿈꾼다

그대는 안다,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위선자 독자여,-내 동류,-내 형제여!


우울과 이상


축복

..

...

...

...

-"축복받으시라, 하느님이시여, 당신이 준 괴로움은

우리의 부정을 씻어주는 신성한 약,

강한 자들을 거룩한 쾌락에 준비시켜주는

가장 훌륭하고 가장 순수한 정소!

..

나는 압니다. 고뇌야말로 유일하게 고귀한것임을,

이승도 지옥도 이것만은 물어뜯지 못할 것임을,

또 내 신비로운 왕관을 엮기 위해선

모든 시대와 전 우주의 동원이 절대로 필요한 것임을

....

..


알바트로스

..

...

「시인」도 이 구름의 왕자를 닮아,

폭숭 속을 넘나들고 사수를 비웃건만,

땅 위, 야유속에 내몰리니,

그 거창한 날개도 걷는 데 방해가 될 뿐.


상승

숱한 못을 넘고, 골짜기 넘고,

산을, 숲을, 구름을, 바다를 넘어,

태양도 지나고, 창공도 지나,

또 다시 별나라 끝도 지나,


내 정신, 그대 민첩하게 움직여,

파도 속에서 황홀한 능숙한 헤엄꾼처럼,

말로 다할 수 없이 힘찬 쾌락을 맛보며

깊고 깊은 무한을 즐겁게 누비누나

..

안개 낀 삶을 무겁게 짓누르는

권태와 긑없는 슬픔에 등을 돌리고

고요한 빛의 들판을 향해 힘찬 날개로

날아갈 수 있는 자 행복하여라;


그의 생각은 종달새처럼 이른 아침

하늘을 향해 자유로이 날아올라,

-삶 위를 떠돌며 꽃들과 말없는 사물들의 언어를

힘들이지 않고 알아낸다.


해석: 시인이란 꽃들과 말없는 사물들의 언어를 듣는 자

(나태주 시인의 시학과 맛물리는 부분)


등대들


루벤스, 망각의 강, 나태의 정원


레오나르도 다 빈치, 깊숙하고 어두운 겨울,


렘브란트, 신음소리 가득한 음산한 병원


미켈란젤로, 어렴풋한 곳, 그곳에서 보이는 것은


퓌제, 고역수들의 우울한 제왕


와토, 수많은 명사들이 나비처럼 번적이며 이리저리 거니는 사육제


고야, 낯선 것들로 가득한 악몽


들라크루아, 악천사들 드러드는 피의 호수


..


이 모든 저주, 이 모독, 이 탄색들,

이 황홀, 이 외침, 이 눈물, 이 찬가들

그것은 수천의 미로에서 되울려오는 메아리 소리;

결국 죽게 될 인간의 마음에는 성스러운 아편!


...


왜냐면 주여, 이것은 진정

우리의 존엄을 보일 수 있는 최상의 증거,

이 뜨거운 흐느낌은 대대로 흘러흘러

당신의 영원의 강가에서 스러져갈 것이니!


파리풍경


빨강머리 거지 계집애에게

*화가 드로이(DeRoy의 '매우 아름다운 소녀의 초상화'주인공, 루부르박물관에 남아 있다)


백조(빅토르 위고에게)


일곱 늙은이들(빅토르 위고에게)


가여운 노파들(빅토르 위고에게)


오래된 수도의 고불꼬불한 주름 속,

모든 것이, 공포마저도 매혹으로 바귀는 곳에서,

나는 지켜본다, 내 숙명적인 기질 어쩔 수 없어

늙어 빠졌으나 귀여운 요상스런 인간들을.


저 쪼그라진 괴물들도 옛날엔 여인이었겠지,

에포닌 아니면 라이스 같은! 꼬부라지고, 곱사등에,

뒤틀어진 괴물이지만, 저들을 사랑하자! 아직 넋이 있으니,

구멍난 치마 입고 차가운 천 조각 걸치고,


그들은 기어간다. 심통 사나운 북풍을 맞으며

합승마차 굴러가는 요란한 소리에 바들바들 떨며,

꽃이나 수수께끼 그림을 수놓은 작은 손가방을

성자의 유물인 양 옆구리에 죽어라 끼고서;

..

...

..


인생의 폐허! 내 가족이여! 오 나와 같은 두뇌여!

나는 저녁ㅂ마다 그대들과 엄숙하게 작별한다!

내일 그대들은 어디서 서성이려나, 「하느님」의

무서운 손톱에 짓눌리는 팔순의 「이브」들이여?


*  '악의 꽃'에서 두드러지는 시인의 퇴폐적 감성이 '파리풍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로부터 잊혀지고 세월로부터 잊혀지고 버려진 걸인소녀, 불쌍한 노파들에 대한 인간적인 따뜻함이 돋보인다.

프루스트에 의하면 보들레르는 사실 '가장 인간적이며 가장 다정다감하고 대중적인'시인들 중 한 사람이었다한다.


*빅토르 위고 헌정시는 모두 시인의 어머니가 있는 옹플뢰르에서 썼다.

죽음의 춤(에르네스트 크리스토프에게)


파리의 꿈(콘스탄틴 가이스에게)


* 괄호속의 인물은 시제를 위한 알레고리



술의 넋

어느 날 저녁 술의 넋이 병 속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인간이여, 오 친애하는 낙오자여, 나 그대에게

내 유리 감옥과 주홍빛 밀랍아래서

빛과 우애 가득한 노래를 보내노라!

..

...

그대 들리는가, 주일의 노래 울려퍼지고

설레는 가슴속에 지저귀는 희망의 노랫소리가?

탁자 위에 팔굼치 괴고 소매 걷어올리고,

그대는 나를 찬미하고 흐못해하리;

...

..


살인자의 술

아내가 죽어 나는 자유다!

그러니 나는 실컷 마실수 있다.

돈 한 푼없이 집에 돌아오면

그녀의 고함소리 내 가슴을 찢었지.


왕 못지않게 행복하구나;

공기는 ㅁ락고 하늘은 기막히다...

내가 아내에 반했을 때도

이런 여름이었지!

...

...

...

...


-나는 이제 자유로운 홀아비다!

이 밤 죽도록 마시고 취해;

두려움도 후회도 모르는 채,

땅바닥에 아무렇게 드러누워,


개처럼 잠들리라

..



악의 꽃


시테르 섬으로의 여행

내 마음은 새처럼 마냥 즐겁게 날아

밧줄 둘레를 자유로이 돌고 있었다;

배는 빛나는 태양에 취한 천사처럼

구름도 없는 하늘 아래서 달리고 있었다.


저 초라한 검은 섬은 무엇인가?-시테르 섬이라고

사람들이 알려준다. 노래로도 알려진 유명한 고장.

늙은 모든 홀아비들이 모두 꿈구는 진부한 황금의 나라라고.

그러나, 보라, 그것은 결국 가난한 땅이 아닌가!


-달콤한 비밀과 마음의 향연의 섬이여!

고대 비너스의 눈부신 환영이

바위 위에 향기처럼 감돌아

사랑과 시름으로 마음을 채운다.


초록빛 도금양과 꽃들이 만발하여,

모든 민족이 두고두고 숭배하던 아름다운 섬이여,

사랑으로 타오르는가슴의한숨이

장미의 향기처럼, 또는 산비둘기의


끝없는 울음소리같이 흘러내린다!

-그러나 시테르는 이제 더없이 메마른 땅,

날카로운 고함 소리로 뒤숭숭한 자갈투성이의 황무지.

그러네 나는 언뜻 보았다, 해괴한 것을!


그것은 꽃을 사랑하는 젊은 사제가

비밀스런 열정에 몸이 달아

스쳐가는 산들바람에 옷자락 펄럭이며 찾아간

숲 그늘에 싸인 신전이 아니엇다;


우리의 하얀 돛에 새들이 놀랄만큼

바닷가에 바싹 붙어 스쳐가든 때,

우리에게 보인것은 실편백처럼 시커멓게

하늘에 솟아 있는 세개의 가시 돋친 교수대였다;


...

...

...


-하늘은 아름답고 바다는 자잔했다;

그러나 그 이후 나에게는 모든 게 어둡고 피투성이,

아! 마음은 무거운 수의에 싸인듯

이 알레고리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오 비너스여! 당신 섬에서 내가 본 것이라곤 오직

내 모습이 목 매달린 상징적인 교수대뿐....

-아! 주여! 저에게 주옵소서, 이 마음과

몸을 혐오감 없이 바라볼 힘과 용기를!


*시테르 섬: 고대 비너스의 유령이 사랑과 시름으로 정신을 채우던 전설속의 땅.



반항


죽음


유죄선고받은 시


레스보스

...

...

...

어느신이 감히 네 심판관이 되려, 레스보스여,

그리고 고통 속에 창백해진 네 이마를 벌하랴,

네 냇물이 바다에 퍼부어놓은 눈물의 홍수를

그의 황금 저울로 달아보지 않았다면?

어는 신이 감히 네 심판관이 되려, 레스보스여?


옳고 그름의 법칙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 있으랴?

군도의 영예, 숭고한 마음의 처녀들이여,

그대들 종교는 다른 종교처럼 존엄하고,

사랑은 「지옥」도 「천국」도 모두 비웃으리!

옳고 그름의 법칙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 있으랴?


지상의 모든 사람중에서 레스보스는 나를 택했으니,

꽃핀 그 처녀들의 비밀을 노래하라고,

그리고 나는 서글픈 눈물이 섞인 미친 듯한 웃음의

검은 신비에어려서부터 도통하였다;

지상의 모든 사람 중에서 레스보스는나를 택했으니.


...

...


사내다운 사포, 연인이며 시인,

침울하고 창백한 그 모습은 비너스보다 더 아름답다!

-여신의 창공같은 푸른 눈도 고뇌로

검푸른 무리가 진 검은 눈만 못하다.

사내다운 사포, 연인이며 시인!

...


-그 모독의 날에 죽은 사포,

지어낸 의식과 예배를 비웃으며,

오만함으로 배교를 벌한 짐승같은 사내에게

마지막 먹이가 되어 그 아름다운 몸을 바친

그 모독의 날에 죽은 그 여자


그리하여 이 때부터 레스보스는 탄식하고,

우주가 그에게 바치는 존경에도 불구하고,

밤마다 도취한다, 인적없는 바닷가에서

하늘을 향해 내지르는 고뇌의 외침에.

그리하여 이때부터 레스보스는 탄식한다.



한줄 평: 위악으로 포장된 선의의 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