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책읽기

독일인의 사랑

노코미스 2008. 10. 9. 02:11

 

 

 

 

  

 

 

어릴때는 작품에 대한 취향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문학적 취미도 깊지를 않아서 (물론 지금이라고 나아진 건 없지만..) 

남들이 교양을 위해서 읽어야 한다고 추천하는 책을 중심으로 책을 선택하였다.

'독일인의 사랑'역시 그렇게 선택한 책 중 하나였다.

 

그러나 철이 늦게 들어서그런진 몰라도

어린시절 '독일인의 사랑'은 맛이 없었다.

맹숭맹숭하다해야 할까..

 

결국, 어릴때 샀던 책은 다 읽지도 못한 채,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어느날인가 없어져 버렸다.

이사다니다 정리가 되었겠지.

 

그러다 최근에 성인이 되어서 다시

'독일인의 사랑'이 내 눈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맹숭맹숭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 재미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순수하고 담백한 표현으로는

너무나 자극적이고 극적인 것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를 쉽게 감동시키기 어려운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역시 끝을 맺지 못하는구나..

어느새 나의 책상위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책표지에 먼지가 부석거리기 시작한다

 

독일을 가기로 하였다.

마침, '독일인의 사랑'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독일에서 너를 정복하리라

밤에 이야기할 친구도 없고, 시간을 다투는 일도 없을테니

다시한번 너를 위해 노력해 보리니.. 

 

독일의 첫날밤, 새벽에 문득 잠이 깬다.

희뿌옇게 밝아오는 여명속에서 바라다보이는 호텔건너편 중세교회의 새벽종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고 경건하게 순화시켜주는, 그 자체로 신의 목소리이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공간속에서 '독일인의 사랑'을 읽는다.

 

우리집 근처에 금빛 십자가가 달린 오래된 교회가 있고, 건너편에 그 교회보다도 더 크고 많은 탑이 세워져 있는 건물이 있었다. ...

 

아~ 이제 이책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늘 그들과 함께 살아왔던 것처럼

작가가 표현하는 건물하나, 골목하나, 그들의 표정하나하나를 그냥 알 수 있다.

그냥 아무저항없이 내용이 내 가슴속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온다.

 

이 책이 이렇게 아름다운 책이었던가~

독일의 경건하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종교적 분위기속에서 읽는 독일인의 사랑은

의식적인 이해가 아닌 온 몸으로 스며들어 그냥 내 영혼속에 들어앉는다. 

 

그 어떤 자극적인 단어 하나 없이 

오로지 한여름 풀잎끝에 메달려 있는 새벽이슬처럼 맑고 순수한 언어들로 표현되는 그들의 사랑..

아침비가 토닥토닥 지붕위 창문을 두드릴즈음, 내 가슴에는 밝고 성스러운 오래된 성가한자락이 울려퍼지고,

그러나 그 리듬은 너무나 숭고하여 내 메마른 가슴을 소리없는 감동으로 촉촉히 적셔준다.  

 

비오는 날, 독일의 아침이 너무나 경건하고 평화롭다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왜냐구요? 마리아, 어린아이에게 어째서 태어났는지를 물어보십시오.

꽃에게 왜 피었느냐고 물어보십시오

태양에게 왜 비추느냐고 물어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대답이 부족하다고 말한다면 이 말로 대신하지요"

 

"가장 선한 것은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사랑에는 유용성이나 무용성, 이익이나 손해, 얻음이나 상실, 명예나 불명예, 칭찬이나 비난,

 그런 종류의 것들이 고려해서는 안된다.

가장 고귀하고, 가장 선한 것은 다만 그 고귀함과 선함 그 자체때문에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독일인의 사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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