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션 호텔에서 조식까지 챙겨먹고는 칸나와행 버스를 탔다.
시내 버스라 그런지 골목골목을 돌아서 가다보니 30분도 더 걸리는 것 같다
오늘은 유후인에서 쿠로가와까지 가야하므로 지고쿠는 간단히 마쳐야 한다
그래서 아침부터 일찍 서둘렀다
지고쿠는 시간상 한 곳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선택된 곳은 우미노 지고구...
칸나와에 있는 9개 지고쿠 중 우미 지고쿠가 가장 크고 인기 있는 곳이다.
우선 단체사진부터 한 장 찍는다
가이드 선생은 떨쳐놓고 지들끼리 한 카또~
아무래도 가이드상은 '따~' 당한거야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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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사진은 인간만 찍으란법은 없다
우리들도 한 카또~
나는 돌돌이들의 이 단체사진만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왜냐고~?
사연인즉슨.. 이렇다ㅠ.ㅠ
벳부 지고쿠 메구리는
유후인을 가는 도중의 여정이라
어디 짐을 맡길 곳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각자가 끌고 다닐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자신의 존재감을 제법 드러낸다.
어디를 갈 때마다
아홉놈이 합창을 한다.
돌돌돌~~
도르르돌돌돌
도르르돌돌돌
~~~~
평균연령 50.5세의 여자 9명이
일렬종대로
돌돌이를 끌고 행군을 하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심각하게 묻는다
'왜 가방을 들고 다니지?'
'뭐 되게 중요한 거 들었나?'
씨잉~ 뭘 그렇게 심각하게 물어~
'우리는 자유여행객이란 말예요~자유여행객!
당신들처럼 멋도 낭만도 없는
페키지 여행객이 아니란 말예요~'
물론 마음속으로만 외치지 밖으로 표현은 못했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쪽팔림을 미연에 방지하는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주인이 놀고 올때까지
가방들을 지들끼리만
나래비 세워놓은 것이다.
5번도 넘게 왔건만
왜 이렇게 낯선거야
못본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역시
공식적으로 오는 루트는
형식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나보다
내돈주고 오니
역시 하나라도 더 보인다.
약 1200년전의 화산폭발로 생긴 분화구에서 형성된 이 코발트색 열탕 연못은
수심 120m에 98도나 되는 뜨거운 탕이라 늘 수증기를 끌어올려 주변을 환상적인 분위기로 만든다
그 증기속에 서 있으면 누구나가 승천하는 천사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행복한 환상도 잠시..
잠시후
우리들의 굴욕은 또 다시 시작된다
또다시 소심한 가이드 심장에 못질하는 소리..
다름아닌 돌돌이 소리..
나는 돌돌이의 소리가
그렇게 요란한지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소리가 그렇게 슬픈지 처음 알았다.
평균연령 50.5세의 여자 9명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돌돌이를 끌고 행진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한없는 자괴감에 빠진다 흑...
여행같지도 않은 여행,
패키지 여행에 익숙해져 있는 나의 회원들에게
진정한 여행이란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자 했던 원대한 포부가
저 뒷모습을 보면서
하나씩~
하나씩~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다.. ...ㅠ.ㅠ
특히나, 이 돌돌이를 끌고 칸나와 버스 터미널을 찾기위하여 골목골목을 헤메고 다녔다고 생각해보라~~ 죽고싶어..ㅠ.ㅠ
웬 영천사?
대구 영천사가 아닌 벳부 영천사~!
벳부 시내버스에서 내려
유후인 가는 버스를 갈아타는 곳.
이곳 역시
우리의 여행담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웬 돌 부처?
도대체 이 시점에서 영천사와 이 돌부처가 왜 등장할까?
헐!
또 돌돌이의 나래비~
이 날은 호텔을 출발한 후
불과 몇시간만에
평생 잊을 수 없는
가이드상의 굴욕 3종 세트를 생산해 낸다
굴욕 3종 세트란
첫째, 만인의 시선을 한몸에 다 받게 만들었던 지고쿠의 돌돌이 대 행진
둘째, 칸나와 버스터미널을 바로 눈앞에 두고 돌고 돌고 또 돌아
셋째, 영천사 앞에서 눈 빤히 뜨고 유후인 연계버스 놓치기 이다.
특히, 영천사 앞에서의 유후인 버스 놓치기는 앞으로
우리 회원들의 가이드상에 대한 신뢰를 폭삭 내려앉게 만드는 결정적 사건이었다
회원들을 30분 동안이나 추위에 떨게 만들고
예정에도 없던 돌부처 구경 신물나게 하고..
급기야
권선이는, 나이도 나보다 두살이나 어린것이
감히 언니에게
'앞으로 내 생애에 자유여행이란 없다'라는
그렇게 극단적인 하극상을 일어키기에 이른다.
속으로는
'괘씸한 것,
너희들이 가이드상의 심정을 아느냐?
너희들에게 하나라도 보여주고, 더 좋은 것 보여주려고
여기저기 묻고 뒤지고 해서 준비했건만
단지 몇가지 실수했다고
언니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구나...흥~괘씸한 것!!
허나,
나는 교양이 있는 사람이니까 ~
속으로만 분탕질 칠 뿐.
.
겉으로는 웃고 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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