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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영화'박쥐'를 보고 왔다.
워낙 최근 개봉작중 평단의 평이 좋고
박찬욱이라는 감독과 송강호라고 하는 배우의 네임벨류도 있고 해서
간만에 좋은 영화 하나 접할 수 있으려니 기대하고 갔다.
역시 소문난 잔치집답게 빈좌석이 하나도 없이 매진되었다.
결론부터 말할까..
아니면 처음부터 풀어나갈까..
급한 성격대로 결론부터 말하자..
흔히 사람들이 누구에 대해서 과도한 칭찬을 하거나 과도한 홍보를 하면, "너 알바냐?"라고 묻는다
이 영화보고, 평론가들에게 묻고 싶다. "너 알바지?"
한 마디로 평론가들이 '근래에 보기 드문'이라고 극찬할 만한 그 정도의 영화는 아니더란 말이지..
내가 보기에는 감독의 이름, 배우의 이름 등 거품빼고 나면 '보통'약간 상회하는 수준?
어째보면, 정말 좋은 영화가 될 수도 있을법도 한데
감독의 지나친 욕심이 점수를 오히려 깍아먹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몇군데서 그런 욕심이 보인다.
그러면, 지금부터 내가 '그의 욕심'이라고 느낀점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째 욕심은 주인공을 뱀파이어로 설정한데 있다.
원래 이 영화는 에밀졸라의 '테레즈 라깡'이라는 소설의 주제를 모티브로 한 것이라 했다.
그것에다 박찬욱의 영화적 색깔을 입혔다고 했다.
이 때, 영화적 색깔을 입히는데 있어, 말하자면, 성직자가 친구의 부인을 탐하고자 하는 성적욕구를 풀어가는데 있어,
선택할 수 있는 장치가 반드시 뱀파이어 뿐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 본능만으로도, 신부가 친구의 부인을 탐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치정극 줄기에 뱀파이어 설정을 해서 얻어낸 장면이라고는 여기저기 남의 집 지붕 붕붕 날아다니고,
친구의 병상아래 드러누워서 링거호스로 친구 피 빨아먹는 장면 연출하여 어줍짢은 웃음 자아내는 것 밖에 더 있었나..
그것을 어떤 이는 박찬욱식의 코믹 또는 여유라하였는데, 글쎄..내가 보기에는 허점이다.
그래서 느낀점은, 에밀졸라의 '라테즈 라깡'에 박찬욱의 색깔을 입힌 영화라기 보다는
박찬욱의 허술한 치정극에 에밀졸라의 이름으로 품격을 입히고 싶었던 것이 박찬욱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오해를 사지않으려면, 오히려 욕망과 도덕, 본능과 이성적 윤리 등에 좀 더 충실한 것이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괜히 뱀파이어를 끌어들여, 영화구석구석에 그가 보여주고자하는 의도나 메시지보다는 피비린내가 더 많이 나는 건
나만의 느낌인가..
두번째 욕심은 송강호의 주요부위 노출과 관련된 부분이다.
감독을 대변하는 평론가들은 말하길
그의 주요부위노출은
자신의 의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욕망의 화신이 된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표현하기 위하여 피할 수 없는 장치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 장면을 본 나로서는 정말 피할 수 없는 장면이었을까를 생각한다.
즉, 그렇게 설명하기에는 그의 그것이 정말 그 장면에서 없어서는 안될만큼의 강렬함이 없었다는 점이다.
놀라움도 감동도 또는 처절함도..어떠한 종류의 강렬함도 난 느끼지 못했다.
단지, 힘없는..그리고 수줍어서 얼른 숨고 싶어하는 그의 그것을 보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 장면을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그 정도의 약한 모습으로 찍을거였다면,
오히려 등장을 시키지 않는 것이 나을뻔 했을것이라는 것이 내말의 요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욕심으로 이미 찍은 배우의 그것을 버리기는 아깝고..
비록 느낌은 약간 약하지만, 등장자체로서 센세이셔널할테니 넣어보자..?
그런 의도였다면, 그런 욕심으로 넣은 것이라면 이 영화는 실패다.
왜냐하면,
요즘 관객들 수준높거든요~
보여주는 것만으로 감동안하거든요~
세번째는 욕심이라기 보다는 거품이라고 하는 것이 낫겠다.
사람들은 이번 작품에서 거의가 송강호에 주목한다.
뭐, 그가 주인공이니 주목할 수 밖에 없겠고,,
그리고 지금까지 그가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으니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겠다. 게다가 아주 사적인 부분까지 다 보여줬으니..
그러나 어떤 감추어야 할 부분을 보여준 것은 연기라기보다는 나는 용기라고 본다.
그의 연기와 그의 용기에 대한 칭찬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그의 연기가 나빴다는 의미가 아니다.
원래 그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다.
그래서 나도 그를 좋아한다.
이번 영화에서 그의 연기역시 좋다. 그러나, 모든 평론가들이 집중할만큼 또는 전율할 만큼은 아니더라는 이야기다.
평소의 송강호라면 할 수 있는 수준의 연기정도로밖에는 나는 보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그는 친절하고 사려깊고 유머러스한 신부님으로 분하여
그에 적절한 역할을 분명 잘 소화해내었으나
가끔 '살인의 추억'의 형사나 '밀양'의 카센타 아저씨의 능글스러운 어투가 나오는 건 어떻게 해야하나..
나의 이런 독설은, 조금만 더 진지한 고민이 있었으면 훨씬 더 좋은 연기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내포한다
오히려 송강호의 연기에 대한 극찬이나 과찬과는 달리
다른 연기자들의 고군분투에 대해서는 너무 지면을 아끼는 감이 있어 보인다.
신하균도 나약하고 무능한 아들과 남편의 역할을 참 잘 해 줬지만..
나의 전율은 시어머니로 나오는 김해숙으로부터 나왔다.
"신부님~~~, 500명 중에 살아나온 신부님 맞죠~~?"
눈웃음살살치며 신부님께 살갑게 구는 두리뭉실한 저 얼굴..어디서 봤더라~
눈썹은 숯검뎅이로 초승달처럼 그리고, 입술은 빨간립스틱으로 금붕어입처럼 오물거리면서
실날같은 눈으로 눈웃음짓는 모습..어디서 봤더라?? 어디서,,어디..서???
그래~맞다!!!"융드옥정"
한 때 연예인가족으로
연예인못지않은 인기와 관심을 받았던 '하하'군의 엄마..ㅎㅎ
상당히 독특한 외모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인물이었다..
그녀를 완벽하게 재현한 모습이다. 배우들이 저런식으로 캐릭터를 개발하는구나..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여배우는 여배운데..이 배우, 전혀 망가지는 것에는 개의치 않는다.
캐릭터를 살리기위한 그의 표정들을 보면
아무리 연기생활 몇십년했다해서 모든 배우가 다 저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해숙의 이런 연기혼신에 비추어 본다면
오히려 송강호의 변신은 새발에 피다. 내가 보기에는..
2009. 5. 1 박쥐의 목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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