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가 그리운 사람은 지금 바로 영화관으로 가라~"
영화<천사와 악마>는 신을 믿는 집단인 카톨릭 교회와 과학을 위해 결성된 일루미나티를 통해 인류의 숙명적 과제로 손꼽히는 과학과 종교간의 대립을 묘사하고 있다. 일루미나티는 18세기 갈릴레이, 코페르니쿠스 등 저명한 과학자들이 과학의 위상을 높아고자 비밀리에 결성했으나 카톨릭 교회의 탄압으로 사라진 비밀결사대이다. 그들이 500년 만에 부활하여 카톨릭 교회를 향하여 복수의 칼날을 겨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소재이다.
일루미나티의 복수는 세계 최대 과학 연구소 CERN(유럽 원자핵 공동 연구소)에서 발생한 한 과학자의 죽음과 최강의 에너지원인 반물질의 도난, 그리고 4명의 교황 후보 실종 사건을 통해 거대한 서막을 알린다. 그들의 목표는 저녁 8시부터 한 시간에 한 명씩 교황 후보를 살해하고, 최종적으로는 핵폭탄에 버금가는 위력의 반물질로 콘클라베를 지켜보기 위해 수많은 군중들이 모여 있는 바티칸 전체를 폭파시키는 것. 영화는 오랜 세월 동안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상반되어 있던 과학과 종교의 대립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면서, 그 안에 인간으로서 성직자가 품는 권력적 욕구, 신의 뜻을 빙자한 성직자의 폭력성 등에 대한 소주제들을 흥미롭게 담아서 풀어가기도 한다.
이런 주제에 대한 댄 브라운의 관점이 출연자들의 대사를 통하여 주옥같이 흘러나온다
"교황은 현실세계와 신의 세계에 끼인 사람이죠"-패트릭 궁무처장
"교회에 관한 책을 쓸 때 부탁인데.. 살살 다뤄주시오"-스트라우스 추기경
"종교는 흠이 많습니다. 흠이 많은 인간이 만들었으니까요". -스트라우스 추기경
"신앙은 큰 선물이지만.. 제 몫은 아니죠"-로버트 랭던 교수
"머리로는 신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로버트 랭던 교수
"번개의 원리를 모르는 우리가 어리석은 것일까요, 신의 섭리를 모르는 그들이 어리석은 걸까요?"
-패트릭 궁무처장
"과학과 종교는 적이 아닙니다"-스트라우스 추기경
이런 대사는 오늘날 진보하는 생명과학적 결과(줄기세포연구 등)에 대한
최근 바티칸의 반과학적 반응에 대하여 제시하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보여진다.
댄 브라운이 보여주고자하는 그래서 깨고 싶어하는 또 하나의 종교적 아집은 그들의 굳게 닫힌 폐쇄성이다.
콘틀라베 기간동안 철통으로 굳게 닫힌 시스티나 성당에 모인 노추기경들은
바깥의 사정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차기 교황자리에만 관심있는 노탐어린 성직자들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단순히 영화적 장치일뿐인가? 아니면 실제의 모습일까?
그리고 그런 모습은 초연함일까..고지식함일까..?
가장 큰 흥미거리는
종교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실체도 없는 내부의 적을 만들어
마녀사냥식으로 얼마나 많은 희생양을 만들었을까..하는 것이다
일루미나티 공격설은 중세의 마녀사냥과 전혀 다르지 않다.
집단 응집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든다. "신의 뜻으로.."
킬러는 말한다.
"나라면 당신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죽이지는 않는다.
내가 신에게 구해야 할 용서가 있다면..그것은, 당신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죽이는 것에 대해서이다"
"그럼에도 나의 의뢰인은 이것이 '신의 뜻'이라고 했다"
종교인이 말하는 '신의 뜻'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런 무거운 주제를 이 영화는 전혀 무겁지 않게, 명쾌하게 다루어준다
그리고 주제를 전개하는데 있어서도 박진감이 넘칠뿐만 아니라 군더더기가 없다. 구조가 명확하게 보인다.
주인공인 톰행크스는 전작(다빈치코드)에서보다 훨씬 중후하고 멋있게 나온다.
아닌게 아니라 사제복도 멋지게 어울린다
여주인공도 예쁘다. 게다가 이완 맥그리거가 멋진 젊은 신부님으로 나오니 이보다 좋은 눈요기감이 없다.
게다가 젊은 날의 넘치는 에너지와 반항기가 빠진,
중년의 안정감과 절제있는 카리스마를 매우 절묘하게 다루는 그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만치 않다.
어설픈 러브라인이 없어서 더없이 깔끔하고..
다 좋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더 좋은 것은,
바티칸 시티와 로마시내를 앉은 자리에서 스펙타클하게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영화속 사건과 관련된 장소들은 산타 마리아 델 포롤로 성당,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 판테온, 카스텔 산탄젤로 성, 산 피에트로 성당, 나보나 광장, 시스티나 성당 등 고대 로마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흥미진진한 곳들이다.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이 명소들에는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베르니니 등 그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들까지 전시되어 있어 장면장면에서 눈을 떼지를 못하게 한다. 특히 흙(Earth), 공기(Air), 불(Fire), 물(Water) 등 일루미나티의 4원소를 상징하는 네 조형물들은
사건을 풀기 위한 중요한 단서로 작용하면서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저녁시간 두어시간 짬내어 로마시내를 이정도 구경할 수 있다면 멋진 것이다.
내가 직접 로마를 가더라도 이렇게 멋지게 조망할 수 있을까..?
로마가 그리운 사람은 지금 당장 영화관으로~
2009. 5. 17
'어쩌다 reading > 영화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사랑 아이거 (0) | 2009.07.24 |
---|---|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0) | 2009.07.16 |
박쥐(Thirst) (0) | 2009.05.02 |
더 리더 (0) | 2009.04.10 |
과속스캔들 (0) | 2009.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