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09(목)
여행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원래 계획상으로는 이날에 티롤의 핵심도시인 인스브룩Innsbrug을 갈려고 했었다. 근데 전날 만났던 스페인 여인이 안내 책자까지 보여줘가면서 독일사는 자기 언니가 이곳엘 꼭 가야한다고 하더라고..나보고도 꼭 가보라고 권유를 하니 종잇작보다 얇은 귀에 '그럴까..? 어차피 루드비히 2세의 성으로부터 출발했으니 이번여행은 그의 캐슬들을 테마로 하는 것으로 성격규정을 해볼까하는..
오버아머가우에서 Fu"ssen을 가기위해서는 버스를 탄다. 10:19분에 연결되는 버스가 있다. 버스를 타고 로텐부흐로 올라가서 다시 돌아 슈방가우까지 약 1시간 30분을 거슬러 올라갔다. 슈방가우 인포센터앞에 내리니 정원에 벌써 '루트비히 2세'의 마을을 확인이나 하듯이 그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인포센터에 들어가서 캐슬가는 길을 물으니, 2km정도만 걸으면 되니 살살 걸어가란다.
살살~~흠ㅎ
그 말을 믿고는 살살~ 걸어가니 이 거리가 짧은 거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저~쯤에 멀리 보이는 낯익은 캐슬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열심히 걸어서 그 곳에 닿을 생각만 한다.
캐슬은 어떤 마력을 가졌는지, 그를 보는 순간 난 지금까지 그를 무시했었던 지금까지의 생각
즉, 워낙 많이 알려진 관광지의 허상을 많이 본지라 이곳을 빼고 인스브룩을 갈려고 했었던 어제까지의 계획도 어느듯 잊어버린 채,
그저 이국땅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것 같은 반가움에 혼자서 좋아한다
이 길이 다들 걸어가는 길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은 얼마가지 않아서 알게 된다.
길 위에는 나처럼 뜨거운 햇살을 무방비로 맞으면서 걸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포센터에서 왜 걸어가라고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진 않지만, 그날 도 걸어면서 그 생각을 많이 했다. 왜 걸어가라 했을까ㅎ..?
그러면서, 그래 오늘이 평일이라서 가는 길에 사람이 보이질 않는 거겠지..,
또는 아직 마을에 버스가 들어올 시간이 아니라서 그렇겠지~ 그렇게 결국 혼자 위로하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그 상황을 즐길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내 삶에서 1년 중 유일하게 맘껏 걷는 시간이 있다면 그것은 여행할 때이므로 그것도 나쁘진 않다.
게다가 가는 길에 펼쳐지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이렇게 걷지 않으면 어떻게 이만큼 즐길 수 있을 것인가..♪
풀을 뜯는 소떼들의 등어리너머로 쩌~쪽 산등성이에 어렴풋이 들어오는 캐슬이 있었으니..
오른쪽으로는 황금색의 호엔슈방가우 캐슬~
왼쪽으로는 하얀 노이슈반슈타인 캐슬~
금방, 엎어지면 닿을 것 같아 보이던 캐슬이 걸어도 걸어도 닿지를 않는다.
뜨거운 햇살이 민소매 티셔츠로 노출되어 있는 살갗아래로 파고 든다.
그 따끈함도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추억이 되었지만..
1시간여 거리를 걸어서 '인포센터 앞'에 도착했다. 유럽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그 중 특히 나의 눈길을 끄는 사람들은 역시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혼자인 사람, 친구끼리, 연인끼리, 가족으로 ..
모두들 가벼운 차림으로 배낭하나 등에 업고..안전모만은 필수로..
정보센터 앞에서 캐슬가는 길목으로 좀 더 5-10분 걸어올라가면 '티켓 오피스'가 따로 있다. 그 곳에서 티켓팅을 하여야 한다.
물론, 여기도 린더호프처럼 '실내 가이드 투어'할 사람만 티켓팅을 하면된다.
30분정도 줄을 서서 내차례가 되었으나 난 티켓팅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영어줄은 이미 16:00분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라 16:05분 그룹의 표를 끊어야 하는데..
난 최소한 16:30분 버스는 타야 퓌센에서 뮌헨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탈 수 있다.
그러니 미련없이 대열에서 벗어나야 했다.
어차피 가이드 투어는 안된다 하더라도 여기까지 왔는데..외관이라도 봐야지..
원래 캐슬이란 것은 바깥에서 볼 때 fantasy가 있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내부는 그닥 흥미가 없었다..라고 위안 삼으며ㅎ..
티켓 오피스 바로 뒷쪽 언덕에 위치해 있는 '호엔슈방가우' 즉, 루트비히 2세가 어릴적에 살았던 궁전으로 올라간다
루트비히 2세는 바이에른의 관광지를 포장하는데 자주 사용되는 포장지이다.
그와 연관된 전설적인 이야기들은 그들의 문화적 컨텐츠를 구성하는 스토리텔링의 주제로 많이 사용된다.
오늘 찾아온 호엔슈방가우 성, 그리고 그 건너편 언덕에 하얀 백조처럼 우아하게 자리잡고 있는 노이엔슈반슈타인 성,
그리고 지난 날 다녀왔던 그라스방의 린더호프 성도 모두 그와 관련된 관광지이다.
호엔슈방가우에서 백조의 호수를 잠시 내려다 보고는 다시 노이슈반슈타인으로 향한다.
노이엔슈반슈타인까지는 마차나 버스, 그리고 걸어서 갈 수 있다. 난, 버스를 이용한다.
버스를 타면 '마리엔 다리'입구에 내려준다. 그곳이 종착점이다.
마리엔 다리는 퓔라트 계곡에 세워진 철교인데, 바닥은 철강구조물위에 널판지를 깔아놓은 형상이라
걸으면 삐거덕삐거덕 소리가 나고, 구멍사이로 계곡 바닥이 내려다보여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기 십상이다.
간신이 하늘만 쳐다본 채로 마리엔 다리 중앙에 서서 남들처럼 노이엔슈반슈타인의 우아한 자태를 기대하면서 그를 향했다.
보니 지금 외관 개보수중이다. 관광객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하여..
아니 관광수입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개보수를 하더라도 완전히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실루엣을 살려놓긴 했지만..
왠지 온 몸에 붕대를 칭칭감고 있는 부상병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워낙 사진을 통해서 많이 봐 와서 그런지...감동의 크기가 생각보다는..
오히려 감동적이기는 여기가 더 감동적이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성내로 들어가지 못한 채,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스토리를 가진 아름다운 성 앞에서 내 인생의 중요한 어떤 시기에 '여기, 이곳에'있음을 즐기고 있다.
비록,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2009년 8월 20일 몇십년만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낮..
우리가 같은 시간대에 같은 공간에서 그것도, 서로 눈을 마주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그 희박한 확률의 소중함을 즐기면서 서로에게 손을 들어 미소를 보내고,
그리고 화답을 하고..그를 기록해주고..그 기록에 고마워하고..
여행에서 감동은 자연도, 성도, 음식도 아닌 사람인 것을,,아니 사람과의 소통인 것을..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잘 되지 않는 그것..
이번 여행에서는 그것이 없어서 더 외로웠다.
역시 사람은 사람속에서 가장 빛이 나는 것임을..
시간 맟추느라 쫓아다니다보니 또 끼니를 놓쳤다. 벌써 오후 3시 30분..배가 많이 고프다.
하향길 버스를 타고 내려오니 Mu"ller Hotel restaurant 광고 포스터가 붙어있다. 버스를 내리니 정류소 바로 건너편에 호텔이 보인다.
테라스쪽으로 로 들어가니 많은 관광객들이 러너를 즐기고 있다.
뮌헨들어가는 기차를 잡기까지는 1시간정도의 여유가 있으므로, 나도 느긋하게 앉아서 샐러드를 주문한다.
지금까지 예를 보면 독일에서의 meal은 언제나 나에게 너무 과했으므로, 샐러드가 적당하다.
독일에서 먹어본 샐러드는 언제나 좋았지만
이번 샐러드가 가장 신선하고 재료의 종류도 부드러운 상치류와 잎채소 및 새싹채소가 많이 들어 있어서 좋았다.
하늘과 바람과 햇빛과 소리와 그리고 샐러드..모든 것이 퍼펙트하다.
독일의 아름다운 캐슬 투어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 하나는 가이드 언어에 왜 한국어가 없느냐 하는 점이다. 독일을 여행하면서 독일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매력에 빠져서 그들에 열광하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독일의 조그만 시골마을까지도 헤짚고 다녔건만..나중에 얻게 된 느낌은, 독일이 한국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번 여행에서는 몇곳의 캐슬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캐슬들은 내부관람에 대해서는 '가이드 투어'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가이드 투어는 국가에 따라 다양한 언어가 준비되어 관광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주로 독일에서 제공되는 가이드 언어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 일어, 때로는 중국어 등이 준비되어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영어를 많이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궁여지책이다. 영어를 선택했다해서 잘 알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언어는 더 모르기 때문에 영어를 선택한다. 들어도 답답하긴 매 마찬가지이다.
스위스의 경우는 한국인이 많이 들르는 관광지에는 으례히 한국어가 준비되어 있다. 간단한 인사말이라도..레만호수의 시옹성에서 한국어 리플렛이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에 반해 독일은 모든 관광객에게 친절한 것처럼 보이고, 관광 안내 시스템이 상당히 체계화되어 있긴 하지만, 가이드 언어정책과 같은 이런 부분들을 보면 약간의 인종차별적 정책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갈수록 유럽으로 진출하는 관광객의 수가 증가해가고 있음에도, 유럽의 관광지들은 한국 관광객을 그닥 배려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섭섭했다가... 한편 생각하면 우리탓도 있지않을까 생각해봤다.
린더호프에서 있었던 일 중에 기억나는 것은 한 중국관광객이 자신은 중국인이라 영어도 안되고 하니 중국어로 된 가이드북을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였다. 그 그룹은 영어가이드투어였는데,,가이드는 자신이 중국어로 말은 못하지만 그를 위하여 중국어로 된 가이드북을 제공해주었다. 그래서 나도 한국어로 된 가이드북이 있나해서 찾아봤더니 역시 한국어로 된 가이드북은 없었다. 그러나 난, 한국어로 된 가이드북을 달라고 요구할 용기가 없어서 그냥 영어로 된 가이드북을 참고로 하여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이제 우리도 불편하거나 부당한 것에 대해서 뒤에서 우물거리기보다는, 적극적 수요자로서 우리에게 불편한 점들을 개선해 달라고 그들에게 당당하게 요청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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