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정원에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채, 시내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Ludwigstrasse로 나와서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직진하니 Odeonsplatz가 나타난다.
오데온스 광장 좌우로 residentz와 theatinerkirche가 있다.
이 중 '레지덴츠'는 작년에 보았지만, theatiner kirche는 그 규모에 압도당하여 사진은 찍어갔지만,
사실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찍었었다.
이번에는 좀 더 작정을 하고 주변을 찾아보니 벽한켠에 건물의 이름이 있다.
1663년에서 1692년에 지어진 중세교회로서 나름 유서깊은 교회인 것을..
내부로 들어가봤더니..예배시간인 모양이다. 신도들이 말씀을 듣고 있다.
분위기가 너무나 경건하여 감히 숨소리도 제대로 낼 수가 없다.
간신히 사진 몇 컷만 찍고 나온다.
독일의 교회들은 안과 밖이 참 다르다.
바깥만 보면 교회가 굉장히 무거워 보이거나 최근에보수를 한 교회들이라면 그냥 시멘트콘크리트의 밋밋한 느낌이 별 재미가 없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그 밝고 아름답고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이 교회역시 전면의 부조와프레스코로 그려진 성화
그리고 성화위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성령같은 빛은 서로간에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교회에서 나와서 오데온스 광장을 가로질러 건너다보면 'hofgartenstrass'로 통하는 게이트가 나오고..
게이트 회랑안쪽에서 인도음악이 흘러나온다.
호프가르텐스트라세에서 빠져나와 '레지덴츠스트라세'를 끼고 서쪽으로 내려오다가 왼쪽으로 꺾으니 '막스밀리안 거리'를 만나게 된다.
이 거리는 거리의 무게감도 무게감이려니와 가격대도 우리같은 서민들이 보기에는 무거운 가격들이다.
결국, 사람들은 저런 무거운 가격대의 물품을 살 수 있는 사람과 살 수 없는 사람으로 나누어지는가..
얼마간 가다보니 '닥스'상호가 보이고..그 포인트에서 Am platz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본다.
골목 어귀에서 바라보니 골목안 건물위에 사람이 서 있고, 광장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건물위에 사람을 세워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방법은 독일의 전형적인 홈보방법임을 이제 안다.
그래서 이제 '어머~ 저 사람은 저 위험한 건물꼭대기에서 왜 저러고 있지~?'이런 순진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대신에, 저렇게 홍보하는 가게는 제법 유명한 가게일 것이라는 짐작은 한다.
들어가서 보니 그곳이 바로 그 유명한 hofbrau"haus구나~ 아항..
이 많은 사람들이 이 집에서 맥주를 마시기 위하여 모여든 사람들이구낭~
이 곳에서도 유명한 집에 대한 나의 이유없는 무관심이 발동하여
'지가 호프브로이면 브로이지~ 나하고 뭔상관이람..'하고는 미련없이 돌아서 버린다.
돌아서는 순간, 눈앞에 '별다방'이 보인다. 보는 순간 커피향이 내 앞을 샤~~하고 지나간다.
이정도면 카푸치노한잔 먹어줘여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
해서, 별다방 야외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는다.
조금 지나니 태국계 또는 베트남계로 보이는 체격이 작으면서 까무잡잡하게 생긴 총각이
말도 한마디없이 메뉴판만 휙~던져놓고는 가버린다.
보니 죄다 일본글로 되어 있고, 그것도 모두 일본음식뿐이다.
이런 '별다방'이 다 있나. 별다방이 언제부터 음식장사를 다했나~??
이 곳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영업포멧을 이렇게 조절한건가..생각하고 있는데,
아까 그 종업원이 다가온다. '난 카푸치노를 원해요' 하니, 쓰다달다 말도 없이 휙하니 가버린다.
생긴것도 그닥 기분좋게 생기지도 않았는데..
태도도 기분좋지 않다.
한참을 지나도 커피가 오지 않는다. '커피밭에 커피따러갔나~ 왜 안와~?' 온갖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해서 돌아보니 ..
옆의 japaness restaurant 테이블과 경계가 모호한 영역에 내가 앉아있다.
그래서 자세히보니 내가 앉은 테이블은 스타벅스 영역이 아니라
재패니스 레스토랑 'shoya'영역이었다. 아하~
'내가 자리를 잘못 앉았구나..그리고 주문을 잘못 하였구나'하고 깨닫는 순간,
자리를 옮길 것인가 아니면 주문을 다시 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커피보다는 뭔가 식사를 해야겠다. 간만에 일식이나 먹어보자'
라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쯤. 아까와는 다른 종업원이 옆에 와 있다.
'저기요~ 커피 말고 식사시키면 안 될까요? 이 자리가 스타벅스 자리로 알고 커피를 주문했는데..
이제보니 이 자리가 '소야' 자리네요. 그래서 주문을 다시하고 싶은데요.."했더니
그 총각 흔쾌히 그렇게 하란다. 아까 그 총각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생기기도 잘 생긴데다 친절하기까지 하다. 역시 사람은 생긴대로 산다~^^
갖다주는 메뉴판을 보면서 내가 '기무치'가 아닌 '김치우동'을 달라고 하니,
날 부드럽게 쳐다보며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서 왔다고하니, 대단히 반가운 표정으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길레..
난 얼른 재독한국인 2세정도 되나 싶어..눈을 반짝 뜨며 한국말로 '한국사람이예요?" 했더니,
그이, 얼른 당황스럽게 웃으며 '아니요, 난 일본사람이예요'한다.
일본사람이 한국사람이라는 말에 반가이 맞아주는 마음이 고마워서 나도 그에 보답을 해야겠다싶어
내가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일본어를 얼른 머리속에서 뒤져서, '곤방와~'했더니
아주 정중하면서 밝은 미소로 반응해준다. 아마도 유학생정도 되는듯이 보인다.
일본과 한국은 서로가 '멀고도 가까운 나라'로 서로가 참 어색한 관계이긴 하지만..
그래도 해외에서 만나면 서로 이웃사촌처럼 반갑고 가장 잘 통하는것 같다.
그이가 먼저 알고, '어디서 왔어요?' 하고 물어줘서 참 좋았다.
'김치우동'을 먹고 나오면서 '만나게 되어서 반가웠다'고 하니
그이 역시 밝게 웃으면서 악수를 청한다.
손끝에서 따뜻한 기운을 느낀다
이번 여행에서 또하나 기억에 남는 만남이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봤더니 '호프브로이하우스' 건너편 일본식 레스토랑 'shoya'가
한국여행객에게는 나름 소문이 나 있는 레스토랑으로 나온다.
김치우동이 다소 미지근하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한끼정도 향수를 달래기에는 괜찮은 음식이었던 것 같긴하다.
그래도 김치우동 한 그릇에 10.80유로(한화로 약19,000원)는 좀~ 심한가..?
아~ 우리 환율이 심하구나..ㅜ.ㅜ
간만에 '홈메이드 김치'(그가 매우 강조함^^)로 만든 '김치우동'도 먹었고..
배도 부르고..
독일에서의 마지막 밤이고..
바빠야 할 이유가 없다. 느긋하게 시내를 걷는다.
도시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빛의 요정'을 대신하여 '소리의 요정'들이 도시를 점령하기 시작한다.
그와 더불어'동화의 요정'도 함께 등장하고..^^
개구장이 요정은 남의 축제를 자기것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하고..^^
노는 사람과 보는 사람들이 모두 즐거운 도시..뮌헨의 밤거리
뮌헨에서 나의 하루의 마감은 결국, 이 사람들이다.
이제 정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아니 그들의 소리를 언제 들을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 생각하니
아쉽기 그지없다
.
아쉬움을 달래기 위하여 밤을 세워 그들곁에 있고싶었지만,
그런 무모한 감상에 끌려다니기에는 내 나이가 작은 나이가 아니다.
나이를 생각하게 되면, 갑자기 난 낭만주의자에서 현실주의자로 돌아서게 된다
내일 아침 프랑크푸르트로 올라갈 기차시간을 생각하면서
숙소로 종종걸음을 친다.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추억은 뮌헨의 밤거리에 남겨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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