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8.2009(수)
오버아머가우시내에서 약 2시간 30분이라는 예정보다 긴 시간을 투자하고는
'인포메이션 센터'앞에서 14:45분에 출발하는 '린더호프'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약 10km정도로 이어지는 린드호프 스트라세는 '알펜루트'라는 명칭에 걸맞게 아름답다.
설령 나중에 '린더호프'가 나에게 실망을 준다할지라도 내가 이 아름다운 길을 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갔던 길이다.
여행내내 날씨는 더 없이 좋았다.
냉한 기운이 발목과 팔목을 휘감고 올라오는 공간에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이 시간,
그 때 그곳의 햇살이 너무 그립다.
중간에 '그라스방graswang'이라고 하는 자그마한 마을을 지나고..
이 곳에서 약 6Km를 더 가면 '린더호프 캐슬'에 도착한다.
'린더호프' 버스 정류소 앞 정원에 세워져 있는 '루트비히 2세' 흉상
버스 정류소에서 약 5분정도 올라가면 '티켓 오피스'가 있다.
캐슬내부를 관람하고자 하는 사람은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물론, 외부만 보고자 하는 사람은 티켓팅 하지 않아도 된다.
발권을 하기 전에 '관람시간'과 안내를 설명해주는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
티켓 오피스에서 캐슬까지는 살~살 걸어서 약 20여분이면 간다. 가는 길은 예쁜 숲과 초원으로..
들어서면 아머발트 계곡 끝자락에 하얀 '린더호프성'이 단아하게 자리잡고 있다.
'린더호프'는 1850년대 초 바이에른의 왕 막시밀리안 2세가 왕실별장으로 구입하였던 것을,
당시 왕세자였던루트비히 2세가 이곳 외떨어진 산지에 매혹되어,
1874년 현재의 네오 로코코 양식으로 바꾸는 공사를 시작하여 1878년에 이 성을 완성하였다.
성의 규모는 비교적 작은편에 속하지만, 실내 장식은 상당히 화려하고 현란하다
당시 유럽열강을 호령했던 '태양의 왕 루이 14세'의 권위를 흉내내고자
그가 지은 '베르사이유 궁전' 내부를 모방하여 치장을 하였다고 한다.
9개의 작은 방으로 이루어진 실내공간의 그 화려함과 정교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유럽의 성들을 돌아보면서, 많은 중세 국가들이 또는 많은 중세 국왕들이
베르사이유를 그들 캐슬의 모델로 삼았다는 말을 듣게되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중세시대 프랑스가 갖는 국가적 권위가 얼마나 강했는지 새삼 인식하게 되지만..
특별히, 프랑스에 대한 중세 독일의 부러움 또는 사대주의는 다른 국가에 비하여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느낌은 린더호프의 각 방을 투어하면서 더욱 확실하게 전해져오는데..
즉, 각 방들은 실내장식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각 방에 걸려있는 장식용 사진들까지도
프랑스의 왕녀와 왕비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뿐만 아니라, 약간 앞선 시기에 바덴-뷔르템베르그에서는
카를 오이겐공이 베르사이유를 흉내내어 '루드빅스부르그'를 꾸몄다고 하지 않았나...
정말, 당시 태양왕의 권위가 대단했었던 것이다..
어쨋거나,
루트비히 2세는 린더호프에 대한 애착이 많아서 그가 소유한 많은 성들 중에서
특별히 린더호프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았다 한다.
궁전의 앞뒤정원 곳곳에는 아름다운 조각상과 낭만적인 구조물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이 조각상은 본채 테라스 아래에 세워진..아마도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내부설명을 듣고는 외관을 둘러본다. 테라스에서 내려다보이는 연못 한 가운데 금동상의 분수대가 아름답다.
물이 올라오니, 미녀와 천사가 마치 그 속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본관에서 맞은 편 언덕쪽으로 관람을 하면서 느릿느릿~ 걸어올라오니 반가운 얼굴이 하나 있다.
이 뜨거운 8월의 햇살 아래에, 구불구불하게 풀어헤친 긴 머리카락에 빨간 조화를 귀 뒤에 하나 꽂고는
고개를 저어 머리카락을 뒤로 가볍게 제껴주는 저 섹시 제스추어~
그리고, 지나가는 모든 남성들을 자신의 고민해결사 또는 찍사로 활용하고 있는 저 빼어난 사교성과 사회성~
본받아야 마땅할 나의 여행자로서의 롤 모델 '스페인 아가씨'
지금도, 내가 앉은 자리에서 지나가는 남자 하나 잡아놓고 이 포즈, 저 포즈 다 잡아가며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오버아머가우'에 도착했을 때, 그 시간, 그 정류소 앞에서 이 정열의 여인을 만났다.
그도 이방인, 나도 이방인.. 한 눈에 알아보았다
'하이~', '하이~' '웨얼아유 프람?' '아엠 코리안' '아엠 스페니쉬~'
'웨얼아유 고잉투 겟?' '린더호프' '와우 리얼리~ 아엠고잉투고 린더호프 올소~'
뭐~ 이렇게 해서 통성명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 여행자로서의 관심이 있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같이 '배차시간표'를 읽고, 곧 들어올 버스 시간을 재고..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but,
배차시간표에 적힌 시간이 지나도 버스는 오지 않고..
계속 애먼 시계만 들여다보면서 발을 구르고 있으니
주변에 모여있던 등산객 차림을 한 자국민들 중에 한 사람이 14:45까지는 차가 오지않는다고 말해준다.
'why~'놀라서 물었더니
배차시간표 위에 'S'라고 표시된 것은 'school days'에만 운행하는 것이란다. 그것이 없는 시간을 보니 제일 빠른 시간이 14:45분..
지금 시간은 12:30분..ㅠ.ㅠ
그러자, 이 정열의 나라 '스페인'에서 온 이 여인..순발력 있게 나선다. "그러면 택시를 타고 가자..
어떠냐~?? 난, 오늘 이곳을 보고 오후에는 퓌센으로 가서 '노이슈반슈타인'성도 봐야한다. 그럴려면
서둘러야 한다." 하고는 옆 사람들을 설득시킨다. 그러니 옆 사람들도 좋단다. 나도 good~
그래서 현지인이 폰으로 택시회사에 전화해서 '이곳에 10명의 사람이 있는데, 택시 2대를 보내 줄 수 있느냐?"하고 물었더니.
'택시 2대에는 8명밖에 못 탄다'고 하더란다.
'3대'를 대절하면 될 터인데..그런 생각은 못하는 것 같고..그러면서 서로 난처해하면서 우왕좌왕하길래..
난, 꼭 빨리 가야할 이유도 없고 해서..
시내관광한다고 팀에서 먼저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이 곳에서 만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그 타고난 사교성을 발휘하여 주위사람들을 모두 친구화해가면서 여행을 즐기고 있다.
반가워서 가까이 가서 '하이~'하고 부르니 그도 반가워한다.
코스를 보니 거의 나와 비슷한 시간대에 도착한 것 같아서..
어떻게 왔냐고 물었더니, 마치 이다도시처럼 혀를 굴리면서 뭐라뭐라 하는데..
알아들을수가 없어 포기해버렸다.
그러고는 서로 '여기가 좋더라 저기가 좋더라~ 여기 가봤냐 저기 가봤냐, 여기 가봐라 저기 가봐라'면서
정보도 주고 받고 사진도 서로 서로 찍어주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낸다.
얼마나 에너지가 넘쳐흐르는지 옆에만 있어도 함께 기분이 상기되는 듯한 기분좋은 아가씨였다^^
그녀 덕분에 린더호프에서의 사진에는 내 얼굴이 박힌 사진이 더러 있다.
분명, 나의 다음 여행목적지는 '스페인'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계곡에서 직선구도로 설계된 린더호프 성
계곡쪽에서 바라본 성채와 정원..물줄기가 계단식 수로를 따라 아래 포세이돈 분수쪽으로 흘러내린다.
이런 계단식 수로는 독일의 중세 정원건축양식에서 일반적 양식이었나보다.
작년 카셀에서 보았던 '헤라클레스 궁전'의 정원에도 이 계단식 폭포가 설계되어 있다.
이런 공법은 지형적으로 높은 언덕을 배경으로 궁전을 지을 때,
자연을 훼손하지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인공미를 즐기기위한 최선의 생태적 공법이 아닐까~
위의 수로를 따라 내려온 물줄기가 떨어지는 위치에 조성된 '포세이돈과 삼두마차'분수
성의 뒤뜰이다.
조각이지만 그 위용이 대단하다.
성채의 오른쪽 날개와 테라스
오른편 정원에 세워진 금동 분수..
중세 성 관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중에 하나가 아마 이런 조각상을 감상하는 일이지 않을까...
린더호프 성에는 조각상이 많이 있다.
거의가 고대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신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누구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참 아름답다.
로코코 양식의 정원.
정원내에 있는 조상, 아도니스와 아프로디테의 애절한 눈빛~
큐피트를 바라보는 아프로디테의 자애로운 눈빛~
도대체, 예술가들은 어떤 달란트를 타고 났길래
무디디 무딘 돌덩어리 하나로
연인을 바라보는 눈빛과 자식을 바라보는 눈빛까지 저렇게 다르게 표현해 낼 수 있단 말인가?
정원의 숲길 군데군데..신화속의 인물들이 서 있다.
정원 뒷길로 해서 숲속으로 더 올라가면.. '뷔너스 동굴(베누스그로테)' 있다.
숲길을 약 5분정도 올라간다..
'뷔너스 동굴~' 일종의 종유석 동굴이다.
스페인 아가씨가 여기가 그렇게 예쁘다고~ 안 보면 후회한다고~ 해서 ..
짧은 시간 쪼개어서 올라와 봤더니..
동굴내에 고인 물에 먼지덮힌 보트한척..
분위기 조성을 위하여 조명을 넣고, 바그너의 '레퀴엠'을 배경음악으로 넣어 웅장함을 포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울진의 석류굴'이나 ' 단양의 고수동굴'보다 그닥 나을것도 없다..
독일의 '스토리텔링'식 포장법은 정말 세계적으로 인정받을만 하다.
'남 나라 > 09-08 독일남서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드비히 2세의 또다른 캐슬, 노이슈반슈타인Neuschwanstein (0) | 2009.10.09 |
---|---|
티티새의 재잘거림으로 아침이 열리는 시골마을 , 그라스방 Graswan (0) | 2009.10.07 |
아마가우어 알펜의 오버아머가우 oberammergau~ (0) | 2009.10.01 |
다시찾은 뮌셴Mu"nchen~ (0) | 2009.09.28 |
검은숲속의 티티제 & 노이슈타트, titisee-neustadt (0) | 2009.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