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책읽기

미실

노코미스 2009. 12. 31. 10:16

 

 

 

좀은 가벼워보이는 색감의 겉표지..

일러스트레이션 역시 깊이감은 없어보인다.

 

TV드라마 '선덕여왕'만 아니었더라면

저 노랗고 빨간 표지위에 봄바람에 바람난 엘레나의 치마자락처럼 조잡하게 날리고 있는 '미실'이라는 책에는

관심조차도 없었을 것이다. '미실'이 도대체 뭐야~? 요즘도 저런 유치한 색깔에 저런 유치한 꽃가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독자를 유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있나봐~ 하고는 말이지..

 

2009년은 거의 '선덕여왕'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야 시간이 맞지 않아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지만, 그 명성이야 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특히나 '미실'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연기와 더불어 '미실'은 장안을 넘어서

온 나라의 화제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미실'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나역시, '미실'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가 남과 다르지 않다.

저 여인이 실존 인물인가, 아니면 가공의 인물인가..??

호기심이 고조되고 있을즈음, 눈 앞에 저런 유치찬란한 표지의 소설책이 다가왔다.

이런 가벼운 책으로 저렇게 재미있게 구성해놓은 드라마속의 미실을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을까..

의문을 갖다가..그래도 드라마가 설명해주지 못하는 어떤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책을 들었다.

 

소설의 내용은 갈수록 헤어나지 못하는 늪과 같다.

내가 알지 못했던 깊은 곳으로 계속 계속 빨려들어간다

 

 한마디로 '점잖은 역사만이 정사'라고 배워왔던, 

그래서 평가되어야 하는 모든 행위는 도덕적 잣대로 행위의 정당성부터 찾고보는 근대의 사고방식을 가진

매우 상식적인 안목밖에 없는 나로서는 '색공지신 미실'이라는 존재는 참 당황스러웠다. 그것도 저자바닥에서

하루벌어 하루를 살아가야하는 미천한 계층도 아닌 참으로 신성하고 고결한 이름으로 남아있는 왕가에서의 일이라 더더욱..

 

그러나, 아직은 <예기>에서 말하는 규범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시절이라

오히려 인간의 구별과 도리보다 하늘의 감응과 신령의 도움으로 성인과 현자와 영웅이 세상에 온다는 믿음이 더 컸던 세상이라..지금으로부터 참 까마득히 먼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을 수 밖에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으니, 오히려 오늘날보다 모성 리더쉽 또는 여성 리더쉽에 대한 인식이 더 관대했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미실과 더불어 천 오백여년 전의 신국 사람들을 생생한 모습으로 만나게 될 터인데, 그것은 그들이 다시 현세에 살아나온 것 같은 느낌이라기보다는 

내가 그들이 사는 세계로 돌아가서 그들의 내밀한 삶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그것은 작가가 선택한  문체나 독특한 단어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문체에서는 향기가 난다. 신라의 향기가..

 

박 범신이 그녀의 책을 평하길..

'거침없는 소설 문법, 정려한 문체, 도발적 캐릭트로 요약된다'고 말하며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과 함께 여성의 새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라 평한다.

많은 평론들 중에 나의 의중과 가장 가까운 평이다.

 

새로운 서서의 가능성..이 말에 난 기대를 갖는다. 그녀가 꿈꾸는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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