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나라 /10-01 일본츄부

설국의 원앙금침~

노코미스 2010. 1. 19. 01:23

 2010. 1. 12. 화  날씨:비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서 그런지 하루가 길다.

처음에 가나자와 시내 관광을 시작할 때, 난 우리에게 시간이 5시간뿐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 보다는 다소 여유가 있었다. 아마도 내가 시라가와고 출발시간을 1시간 앞당겨 생각했던 모양이다.

시라가와고행 오후 4시발 버스를 예약해 두고는 오후 3시 출발로 알고 있었던 것...

 

시간을 확인하면서 1시간이 더 세이브 되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21세기 미술관도 휴관이라 그만큼의 시간이 좀 더 여유로워졌다.

 

그래서 '나가마치 무사저택지'한곳 더보고 난 후, 여유있게 '히가시 찻집거리'를 걸으면 되겠다 했는데.. 

거기까지는 시간이 나오지 않았다.  

해서, 가나자와에선 이정도로 일정을 마치고,

우리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시라가와고'로 가기 위하여 다시 가나자와 역앞 버스 터미널로 돌아왔다.

 

아침에 미리 티켓팅을 해 놓았기 때문에 바쁘진 않다.

역사내 락커룸에 맡겨두었던 가방을 정리하면서 여유있게 버스들어오기를 기다린다

 

 

가나자와에는 기차역앞에 각지로 가는 버스 터미널이 조성되어 있어서 다른 노선의 교통을 환승하거나

다른 유형의 교통기관으로 환승할 때도 불편함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상당히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약 10개 정도의(아마도 그 이상일지도..)플랫홈이 있어서 목적지에 따라 다른 플랫홈을 이용한다.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지에 따라 각각의 플랫홈에서 자신을 데려다 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라카와고'행 버스는 스타벅스 앞 2번 플랫홈으로 들어온다.

 

별다방앞에서,

노상 간이의자에 앉아 아침 퐁기에서 타온 따끈한 커피를 꺼내어 오미초시장에서 사온 당고와 역사에서 산 고르케를 함께 먹는다. 

다소 썰렁하기는 하나 그래도 행복하다** 

 

 

 4시가 되니 정확하게 버스는 시라가와고로 향하고..

 

 

카나자와를 벗어나니 서서히 우리 겨울여행의 로망..설경이 점차 펼쳐지기 시작한다.

 

눈을 보면서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뿐이 아니다.

 

 

우리가 탄 버스에는 처음에는 10명 정도 탔다가 중간에 반쯤 내리고,

시라가와고까지 남은 사람은 우리를 포함한 여자만 5명이었다.

 

타자마자 뒤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움에 상당히 신경이 거슬렸는데..

끝도 없이 토크를 주고 받는다.

일본인으로서 저렇게 주변의 분위기에 개의치않고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은 처음 본다.

 

인상을 찌뿌릴려고 할 때, 갑자기 뒤에서 

"유끼데스네~~"하는 환호의 소리가 들린다. 

 

뒤로 돌아보니 50대 중반정도 되는 아주머니 3명이

엉덩이를 반쯤 들고는 창밖 너머로 흩날리는 눈 송이를 행복한 표정으로 내다보고 있다.

 

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지라, 아는체 미소를 보냈따.

 

그랬더니,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 부산'에서 왔다고 하니..매우 반가워하면서..

 

그 중 한 아주머니는 얼마전에 '서울'에 다녀왔다고 자랑질~

'배용준, 욘사마'를 들먹이면서 매우 행복해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화장품도 사 왔다고 자랑을 하건만..무슨 화장품인지 물으니 본인도 잘 모른다^^

 

배용준의 파워를 다시 한번 실감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고,

'나라'에는 눈이 없어서 시라가와고에 눈 보러 왔단다.

 

우리도 시라가와고에 눈보러 왔다고 하니..반가워하면서

'어디서 묵을 것인지..?' 묻는다.

 

사실은 '시라가와고'에는 숙소 예약을 해 두지 않았다.

왜냐하면, 시라가와고에는 가옥의 반 이상이 민박에 종사하고 있어서 우리한몸 누일곳이 없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같은 게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다

인터넷 예약과 전화예약을 몇번 시도 했지만,  

시라가와고 민박집을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예약하기가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전화로도 몇번 시도했지만, 그들이 영어를 거의 알아듣지 못해서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 그 쪽에는 예약을 했는지 물으니 "했단다".

"난 일본어를 못해서 예약을 하지 못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집이 좋아보여서 이집에 가고자 한다"

하고는 내가 인터넷에서 뽑아온 어느 민박집 사진과 전화번호를 보여줬더니..

 

그이들 깜짝 놀라면서

"자기들도 그 집에 예약했단다"

그래서 "우리도 당신들 따라갈래요"했더니

아주 신기해하면서 '그러라'고 한다

 

시라가와고에서 숙박을 잡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었는데.

ㅋ~ 졸지에 문제 하나가 해결되었다.

이이들만 따라가면, 되지도 않는 일본말로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흐흐..

 

어느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이시카와현 카나자와'에서 '기후현 시라가와고'까지 1시간 15분의 여정이 끝났다.

 

이미 주변이 어두워지고 있다.

그래도 오늘저녁은 숙소때문에 고생하지 않아도 되니까..뭐~ㄹㄹ

 

 

시라가와고 버스 터미널에 내리니, 그 앞에 '인포 센터'가 있다. 그들이 예약한 민박집 위치를 묻기위하여 센터로 들어간다.

들어가서 위치를 물으니 몇 명이냐고 묻는다. 예약자 3명에 한국에서 온 여행자 2명도 함께 가고 싶어한다 했더니...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ㄷㄷㄷ      대답인즉슨,

"헤야가 나이데스요~"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쭈~욱 빠진다.

 

지금까지 순조롭게 잘 풀려오던 여정이 왜 이 늦은 밤에 이 깊은 산중 마을에서 얽히는 것이야~~?

 

속으로는 난감하지만, 겉으로는 의연한 척 표정을 가다듬고는,

'그러면 다른 집을 알아봐달라했더니, '현재 이 마을에는 방이 하나도 없단다. 하나도~ nothing"

 

잠자리가 필요하면 지금 '타카야마'로 나가든지, 아니면 좀 비싼 현대식 호텔에서 자든지 해야 한단다.

그러나 우리는 내일 '시라가와고'를 봐야하므로 지금 타카야마로 나갈수도 없고, 

우리는 현대식 호텔보다는 히다식 '갓쇼츠구리'에서 하룻밤 자기를 원한다고 계속 주장하니, 몇 곳 전화를 연결하더니,

이곳서 좀 많이 멀어도 되냐고 묻는다.

 

어딘지 물으니 '히라세'라고 하는 온천지역이다.

좋지~ㅎ

 

그곳으로 예약을 하고 싶었지만 사실은 개인적으로 찾아가기가 어려워서 포기했던 곳인데 

픽업만 해 준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설사 내가 모르는 곳이라 할지라도 지금 우리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아니고..

 

함께 가기로 약속한 일본 아줌마들은 인포센터에 우리를 인계하고는 사라진지 오래이고..

우리는 센터역 대합실로 인도되어 그곳서 픽업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인포센터 직원들도 센터로 통하는 문은 잠궈버리고 퇴근준비를 한다.

 

사위가 깜깜한 밤에 인기척은 없고, 어디서 누가 언제 올지도 모를 사람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처량하기도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오긴 올까..?

 

정신을 차리고 건너편 의자를 건네다보니 그곳에 우리외에 다른 한쌍의 커플이 있다.

아직 젊은 친구들이고, 조용조용 소근거리는 걸 보니 일본 젊은이들인가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여자아이가 일어서더니, 우릴보고 ..

'오늘 어디서 머물 것인지?'묻는다.

 

'히라세~'라고 하니

그 아이, 눈이 반짝~하면서 매우 반가워한다.

 

"우리도~ 히라세가요, 버스 기다려요?"

"응~ 우릴 픽업하러 와준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와~ 우리도 그런데~, 어느 집이예요?"

 

인포센터에서 적어준 민박집 이름을 보여주니..거의 날아갈 것 같은 몸짓으로

"우리도 그 집이예요~" 하곤 깡총 깡총 뜀박질을 한다.

 

우린 나이도 잊은 채 서로 손에 손을 맞잡고 함께 팔짝 팔짝 뛰었다

 

그 아이들도 날은 어두워지고 인적은 사라져가고, 낯선 대합실에서 둘만 오두커니 앉았다가 동행인을 만나니 얼마나 좋았을가...

그 기분이야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부터 통성명을 하고, 서로 숙박요금도 비교해보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등 동병상린하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을 때 마침 픽업버스가 도착하였다.

 

시라가와고로부터 또 어두운 산길을 약 2-30분 가량 달려서 오늘밤 우리몸을 누일 민박집앞에 도달하였다.

 

 

'유노사또'라고 되어있는 민박집,

 

'히라세'지역은 시라가와고에 속하는 마을이지만 버스 터미널이 있는 '오기마치'로부터 많이 떨어져 있는 온천지역이다.

오늘 '오기마치'에서 잤다면 온천을 포기해야 했는데,

 '히라세'에 오는 바람에 온천을 하게 되었다. 인간지사 세옹지마..ㅎ

 

이곳에 도착하니, 눈이 펑펑 쏟아진다.

씨씨(홍콩 아가씨)가 매우 좋아한다. 그녀는 태어난 후 실제 눈을 처음 본단다.

 

얼마나 경이로운 경험이었을까.. ^^

 

 

입구로 들어서니, 눈을 치우는 큰 삽과 스키 장비들이 나란히 서 있는 것으로서 이 동네가 '눈의 나라 雪國'임을 증명한다.

 

 

마루에 놓여있는 목재가옥과 통나무 테이블 그리고 침침한 등불이 산골마을의 분위기를 물씬 자아낸다.

 

 

 여주인의 안내를 받아 2층 복도를 지나..

 

 

'白百合'이라고 하는 방을 배정받았다. 벽에 걸린 꽃무늬 햇대포와 다탁..,

그리고 다다미방이 전형적인 일본풍이다. 짐을 풀고 있으니 '고항 먹으러 내려오라'는 전갈이 온다.

 

 

 내려가니 소박한 시골밥상이 차려져 있다.

오늘 저녁에는 뭐가 뭐가 나올것인지를 밥상위에 놓인 저 노트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여주인이 열심히 설명해준다.

 

닭고기 볶음에, 술은 산에서 나는 포도로 직접 담근 와인에, 나중에 강에서 잡은 생선구이와 에그찜이 나올것이라고 설명을 해준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는 달라도 다들 대충 알아듣는다.

 

그리고 '첸과 씨씨네'는 우리보다 숙박료를 비싸게 지불한 관계로 우리 밥상에는 없는 '덴뿌라'를 한 접시 더 갖다주길래,

역시 공평하다하고 한참 웃었다.

 

 왜냐하면,

 씨씨하고 난 이미 대합실에서 서로의 숙박료를 비교해 보았고, 씨씨는 자기들은 비싸게 예약했다고 울상을 짓길래,

"아마도 우리보다 좀 더 나은 먹거리가 나오겠지~"하고 위로해 주었었는데,

그 나은 먹거리가 '덴뿌라 한 접시야~"하면서 많이 웃었다.ㅎㅎ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저녁밥상앞에서 함께..홍콩 젊은이 첸과 씨씨..(둘다 참 선하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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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올라가는 난간과 복도에 아기자기 전시해 둔 소품들..

 

 

 

저녁을 먹고, 온천을 하고 들어오니 이렇게 원앙금침이 깔려있다.

깨끗한 이불은 아니지만 처음보는 전통이벤트이다^^

 

 

걷어보니 아래쪽에 일반 이불이 있고, 그 위에 장식용으로 이 이불을 덮어 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 대충 "시라가와고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되세요" 뭐 그런 뜻의 메시지가 놓여있다. 

 

좀 유치하긴 하지만..기분좋게 해주는 이벤트이다

이불속에 눕혀놓은 토끼 인형도 귀엽고..다만 좀 깨끗했으면^^

 

너무 신혼방 분위기가 나서 좀 민망하기도 하다. 여자 둘이서 뭔..^^

 

 

그런데, 그 이불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불이 아니라 기모노다.

 

우리가 흔히 일본의 민화에서 볼 수 있는 에로틱한 '기모노속의 남녀'를 가능하게 하는

이불대용 기모노..

 

입고, 전등아래 앉으니 흠..

 

 

오늘밤 이 친구,

이렇게 좋은 곳까지 데리고 와준 고마운 스승님께 수청들겠다고 저렇게 도도하게 벼루고 앉았다^^

 

 

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