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07. 26 월요일 날씨:무척 더움
오전에 강의를 마치고 졸업생들과 부드러운 칼국수 한그릇에 추억담을 나눈후,
안과진료차 상남동으로 나간다. 나간 김에 인근에 있는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최근에 관심가는 책 몇권 사고..
늘 그러하듯이 땡처리 dvd매장을 한바퀴 휘둘러본다.
그 중, '마농의 샘'이 눈에 들어온다.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드러 들어온다
개봉될 시점인 20년도 전에 본 영화이다.
당시에는 프랑스라고 하는 나라는 지도상에서나 본 적이 있는 나라이지
내 인식속에는 아무런 형체나 색깔이나 이미지가 없는 나라였다.
나에게는 미국이나 프랑스나 영국이나 그들은 모두가 똑 같이 우리나라가 아닌 그저 다른 나라인 외국일뿐인 거였다
그러니, 그 독특하고 척박한 산악지대에서 그들이 살아가기 위하여
자연과 얼마나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없이
그저 피상적으로 보이는 만큼만 보니, 그닥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일전에 쿡죤에서 1부가 올려져있길래 반가이 보고,
2부까지 연결해서 봤으면 했는데 2부가 올라오지 않아 안타까워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것을 발견하니 눈이 번쩍 뜨여서 얼른 업어왔다.
포스터가 거의 60년대의 포스가 느껴진다.
프로방스의 야생적인 분위기가 느껴져서 이 포스트가 맘에 든다.
포스트에 등장한 인물들은 3대에 걸친 애증과 갈등의 구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이다.
제1세대 이브몽땅(세자르 빠뻬 슈베랑 역), 이 영화에서 갈등의 출발점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이 남자의 개인적 탐욕으로 인해서 3대에 걸친 애증과 분노의 역사가 시작된다.
당시 내가 이름을 알고 있던 프랑스 남자 배우가 딱 두사람 있었는데, 그 중 한사람이 이 사람, 이브 몽땅이였다.
물론, 한 사람은 알랑들롱..^^ 거의 문화결손집단에 속한다.
2세대 핵심인물 다니엘 오떼이유(위골랭 슈베랑 역)는
남프랑스의 황폐한 산악지대를 일구어 부자가 되기를 꿈꾸는 비루하고 가벼운 농촌총각으로 나오면서
백부 세자르의 탐욕적 삶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다가는 결국 갈등구조의 희생물이 된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젊은 날의 가볍고 얄팍한 '다니엘 오떼이유'에서
오늘날 묵직한 지성파 배우인 그를 유추해내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역시 그는 그때부터 연기를 잘 했다.
시골총각의 세련되지 못한 어정쩡한 몸가짐, 표정, 비루한 눈빛 등 참 연기 좋다.
과거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마농의 샘'은 오로지 마농이 성장하여 긴 금발을 흩날리면서,
그 아름다운 얼굴로 때로는 무표정하게 때로는 적대적인 표정으로
프로방스 산악지대를 종횡무진 오르내리던 야생처녀 마농의 이미지밖에 없었다.
그 때는 외국배우의 이름과 얼굴을 인식하고 구분하는 것이 나에게는 참 어려웠다.
그 당시 이 여배우가 얼마나 예쁘게 보였던지..물론 지금봐도 그당시 그녀는 예쁘다.
그래도 이름은 몰랐다. 지금보니 '엠마누엘 베아르'..
청순하고 야성적인 흐트러짐으로 가득차 있는 이 아름다운 아가씨가
' 8명의 여인들'에서 백치스러운 하녀로 나왔던 그 여인이구나..
이렇게 과거의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위의 '다니엘 오떼이유'와 그녀 '엠마누엘 베아르'가
이 영화이후, 한 때 부부였던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마 이영화때문이었을까..??
그 외에 제라르 빠르디유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인물탐구는 그 정도로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이제는 나도 감상포인트가 많이 달라졌나보다. 그들의 삶을 생태적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남프랑스의 먼지 풀풀날리는 에투알 산악 황무지에서 그들이 살아남기 위하여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야 했는지..그것이 눈에 보인다.
노동이 생존의 필수조건이라면, 그 중 '샘'은 생존의 제 1조건인 그들의 땅..
꼽추로 분한 제라르 빠르디유가 가족들을 데리고 시골로 내려와서
적응해보기 위하여 구부정하게 휘어진 곱추를 등에 업고
어린 딸과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 물을 길러 그 먼 산길을 하루에도 몇번씩 오르내리는 모습은
보는 내내 참 마음 짠하게 한다.
그렇게 이웃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 슈베랑가의 사람들을 보면서 인간의 잔인성에 또한번 치를 떨게 되고..
이렇게 1부에서는 '샘'을 확보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척박한 현실과
그런 지형적 조건에 의해서 형성된 타지인에 대한 지역인들의 폐쇄성을 밀도있게 다루었다면,
2부에서는, 그런 폐쇄적 분위기 속에서 일어나는 3대에 걸친 사랑과 애증, 분노와 용서 등
주인공들간에 일어나는 감정선을 극대화시키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운명의 신은 절대 친절하지 않다. 그 잔인한 신의 장난에 걸려든 불쌍한 위골랭(다니엘 오떼이유)..
(허긴, 신의 불친절함이 위골랭에게만 해당되었겠는가..
쟝과 슈베랑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긴 매한가지이다.)
그가 죽음으로 몰아부쳤던 남자의 딸이 너무나 아름답게 자랐다.
첫눈에 그는 상사병에 걸려버렸다. 그녀는 그를 거부한다.
그녀의 거부는, 바늘로 자신의 생살을 깁는 것보다 더 마음아프게 한다.
그럴 때쯤, 마농에게 복수의 기회가 온다.
마을로 흘러내리는 물의 근원인 샘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이 그녀가족에게 한 것과 똑같이
그녀도 마을로 내려가는 물길을 똑 같이 막아버린다..
이런 커다란 '재앙'앞에 마을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하고..
이 마을에 이런 재앙이 내리게 된 원인을 찾기 위하여 혈안이 되고..
...
이런 갈등구조를 프랑스 남부지역의 아름다운 자연과 아름다운 중세 마을 그리고 아름다운 배우들을 통해서
탐미주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이 영화를 다시보고싶게 만드는 요소이다.
이번 여행에서 남프랑스를 꼭 포함하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사실 '마농의 샘'때문이었다.
그들의 삶을 현장을 직접보고 싶었다. 야생 올리브와 야생 포도넝쿨로 가득차 있는
쥐라기 백악기의 땅덩어리..그리고 마농의 땅, 프로방스..
그곳을 반드시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엔 일정상 어쩔수 없이 뺄수밖에 없었지만,
2부를 보고 나니 더욱더 그 곳이 그리워진다.
이래저래 버킷리스트만 길어져가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