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 에밀리아는 일반 여행자에게는 그닥 관심있는 지역이 아니겠으나,
유아교육관계자에게는 상당히 의미있는 지역이다
현대 유아교육에서 하나의 트랜드를 이끌만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지역이니..
이 도시의 시립유치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레지오 에밀리아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내면에서 발현하는 흥미와 욕구를 따라가는 교육과정과
교육과정속에서 나오는 다양한 언어와 행위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기록하여
교사와 부모와 지역사회가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함께 공유해 나가는 지역중심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레지오 에밀리아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교육시스템이다.
그곳에서는 교육전문가인 페다고지스트와 담임교사와 미술교사인 아뜰리에스타라고 하는
3영역의 전문가가 한 팀이 되어서 끊임없는 토론과 평가과정을 통하여
매우 디테일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실행한다.
이런 시스템은 여타 다른국가나 시의 교육행정시스템과는 매우 다르다.
해서,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이 프로그램을 벤취마킹하려 애쓴다.
레지오 에밀리아 유치원 방문은 연합회를 통하여 사전 예약하지 않으면 방문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모르지는 않으나
어차피 볼로냐 들어오는 길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태동시킨 레지오 에밀리아라는 도시는
과연 어떤 분위기를 가진 도시인지 궁금하여 들렀던 데스티네이션이다.
아침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던 베네치아에서 볼로냐로 들어와서..
볼로냐에서 다시 레지오 에밀리아로 들어왔다.
'레지오 에밀리아 스타지오네'
역사내에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전거가 전시되어 있는 걸 보면서 이 지역이 이태리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임을 실감한다.
시가지 구경을 위하여, 역사내에 있는 인포센터에서 시티맵을 요구하니
자기네는 관광정보센터가 아니라 철도정보센터라서 맵을 가지고 있지 않단다.
그런 경우, 여측없이 투어리스트 인포센터를 찾아가야 한다.
근데, 문제는 이 이태리라는 나라에는 인포센터가 도시 중심가에 있고, 도시 중심가는 역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
일단 바깥으로 나오긴 했으나 어느 길로 가닥을 잡아야 할 지 몰라서
역사 옆의 조그만 잡지 판매대에서 시티맵을 찾았으나 그곳에도 없단다.
어쩔 수 없이 발품과 입품을 팔 수 밖에 없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마침 경찰이 지나가니..그들을 붙들고 물어본다.
그냥 내가 서있는 곳에서 계속 직진해서 가란다.
매미도 더위에 지쳐서 낮잠을 잘만큼 무더운 시간에 새파란 잎의 가로수가 시원하게 일직선으로 뻗어있다.
이 길로 계속 직진하면 된다는 말이지..
경찰이 알려주는 길이니 오죽 잘 알려주겠어~
그래서 눈꼽만큼의 의심도 없이 그 길로 직진을 한다
거리는 한적하고
가다보니 한자들이 자주보이는 것이..아마도 화교거리같은 느낌이..
그닥 깨끗해보이지 않는..조금은 낯설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분위기의 거리..를 지나서 계속 걷는다.
가끔 보여주는 저런 이정표에 안심하면서..
도로는 크고 넓은데..인적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가끔 지나가는 유색인종들..여기가 이태리가 맞기는 한가..??
아파트가 거대하고 웅장하긴 한데..주변이 삭막하다.
어째 지나가는 사람들이 10에 9명은 흑인이다. 흑인이 많아서 실망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유럽에서 보는 낯선 분이기랄까..
게다가
내가 제대로 들어온 건 맞는건지..하는 의구심까지해서.. 느낌이 영~ 수상하다.
이것이 주택인지..공장인지..관광장소인지..
건물들은 중세의 우아한 건물들인데..보수가 되지 않아 세월의 때가 꼬질꼬질한 건물들..
과연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유아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도시란 말인가..
이렇게 열악한 도시에서
도대체 무슨 돈으로 그런 교육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같은 이태리일지라도 밀라노같은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세련됨이나
베네치아 같은 문화도시에서 볼 수 있는 볼거리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우리나라 읍면의 분위기같은 한산한 느낌의 골목들을 만난다.
아무래도 이쪽은 중심가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저기 앉아있는 주인장에게 도시의 중심가를 묻는다.
역시, 예상대로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다.
처음 가르쳐준대로 '에리트레아 거리'를 계속 직진해서 왔으면 되는데
불안한 나머지 중간쯤에서 방향을 틀었더니 약간 외진 골목으로 들어선게다
방향을 다시 잡아서 '로마가'를 따라 오른쪽방향으로 이동하니 이제 뭔가 제대로 된 분위기가 나타난다.
어찌어찌 들어가니 시장이 서있는 광장이 나오고 그 앞 대성당 앞에 거대한 사자석상이 4마리가 앉아있다.
이곳이 바실리카 디 산 프로스페로이다.
성당앞에 피아자 디 산 프로스페로가 있다
이 광장에는 천막난전이 펼쳐져 있고
전을 벌리는 대부분의 상인들은 화교이다. 그리고 제품역시 저렴한 중국제이다.
거의 이 도시를 화교와 흑인들이 점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정말 이상한 분위기의 동네이다.
계속해서 드는 의문은 이렇게 허름한 도시에서 그렇게 양질의 교육이 어떻게 태동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교육의 수혜자는 과연 누구일까..
자료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거의 백인아이들이었는데..
걔들과 이 사람들의 아이는 다른 교육을 받는 것일까..??
이곳에서 골목을 끼고 걸어나오니..골목안 상가에 디피되어있는 여러가지 생필품들의 모습이
이 지역의 수준을 가늠하게 해 준다.
악세사리나 의상들은 거의가 중국제, 인디아제이다.
이들은 아주 화려하고 원색을 선호하나보다.
레지오 에밀리에 프로그램에서는 색채교육을 많이 하는 편인데..
도시의 이런 색감들이 아이들의 교육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리고 그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전문적인 아뜰리에스따로부터 받는 색감교육은
자신들의 삶의 어떤 부분에 적용이 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윈도우를 구경하며 걸어나오니 저쪽끝에 넓은 광장이 나온다.
이 곳에 오니 기럭지 긴 백색 인간이 보인다.
이 곳도 아마 12세기 무렵에는 남부럽지 않은 영화를 누렷던 곳인게다.
상가건물의 복도가 끝나는 부분에 트램폴리니광장이 있다
내가 나왔던 곳을 바라보니 상가건물의 규모가 상당히 웅장하다. 물론 건물은 현대건물이 아니라 중세건물이다.
아마도 중세의 어떤 귀족의 집이었겠지..
프램폴리니 광장 남쪽 문 옆으로
이태리 국기의 기원이 되는 초록, 희색, 빨강색의 '삼색기'가 수직으로 늘어져 있는
'살라 델 트리콜로레 sala del tricolore'가 있다.
이태리 국기 '삼색기'가 이 도시의 상징인 '삼색기'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니,
이태리에서는 레지오 에밀리아가 상당히 의미있는 도시인 것이다.
들어가보려다가 계단참에 서 있는 동상들을 보는 순간,
누군지도 모르는 동상들을 또 기억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니 문뜩 귀찮은 느낌과 지겹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그냥 내려와 버린다.
시의회를 나오니 바로 앞에 관광정보센터가 있다.
들어가서 나의 일차적인 관심사를 먼저 알아본다.
이 시에 시립유치원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유치원을 안내해 줄 수 있는지..운을 띄웠더니
에~ 그건 관광정보센터에선 안되고, 연합회를 통해야만 한단다.
연합회에 날 연결해줄 순 있지만, 아마도 지금은 방학기간이라 유치원 방문은 어려울 것이란다.
...
그래, 미련을 접고.. 관광이나 제대로 하고 가자.
시티맵이나 하나 주세요~ 하고 돈을 지불하려하자, 프리~란다.
역시 시골이라 그런지 인심이 다소 후하다.
맵을 받아보니 이 도시도 봐야할 유적들이 적지않다.
그러나 다른 도시처럼 대광장을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산재되어 있어서 다 보기는 어렵다.
맵 뒤면에 기술된 간단 안내를 살펴보니
이 지역의 특산물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발사믹Balsamic vinegar'이다.
""이 지역의 발사믹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로 만들어질뿐만 아니라 최소 12년이라는 오랜시간의 숙성기간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와~ 최소 12년..
여러 몇가지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쳐서 얻어진 결과는 약간 스위트하면서도 좋은 향을 가진
다크브라운의 끈적끈적한 시럽형 액체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발사믹의 원조는 ' 모데나Modena'라고 들었는데..
이 지역, 레지오 로마냐 지역 모두가 발사믹 가공지역이구나..
요거 또 '머스트햅리스트'에 클릭..
.
.
이제 슬슬..
이 광장 주변이나 잘 살펴보고 역으로 나가보자
시간은 얼마되지 않았지만, 볼로냐로 거쳐서 피렌체로 넘어가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게다가..
볼로냐에서 피렌체까지는 기차 예약까지 해 놓았잖아..
고거 놓지면 또 엑스트라 챠지 물어야 해~
고고, 고고..
인포센터가 있는 프램롤리니 광장 남쪽문에서 바라보는 광장 풍경..
시계탑이 있는 팔랄쪼 옆의 문으로 빠져나가면 역으로 향하는 '비아 에밀리아 산 피에트로'로 연결된다.
시의회쪽에서 바라본 대성당..
이 건물에서 눈여겨볼 것은 출입문 위에 조각된 아담과 이브와 그리고 정면 옥타곤 타워에 새겨진
당대의 유명한 예술가였던 바르톨로메오 스파니Bartolomeo Spani가 15세기 말엽에서 16세기 중엽까지
작업했던 황금 성모자상이다.
옆의 예배당부분은 한창 보수중이다.
아마도 이 도시도 보수가 끝나고 볼로냐, 레지오 에밀리아, 페라라 등을 묶어서 자원을 개발하면,
12세기 '마틸다의 땅'이 재현되지 않을까..
본당 내부 모습은 지금은 못 본다. 이제 1시 조금 지났는데 오후 4시가 되어야 개방을 한단다.
시에스타 시간이 너무 길다.
아무래도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건 비효율적인 것 같아 지나는 이에게 다시 길을 물었더니..
이 길로 계속 직진하란다. 지도를 보니 이 길이 '비아 에밀리아 산 피에트로'.. 이 도시에서 가장 중심 대로이다.
직진하다가 '발레 노벰브레'와 마주치게 되면 왼쪽으로 턴하여 횡단보다 하나 건너면 역이다.
머리속에 길을 그리면서 올라가니, 이 길은 역시 중심대로답게 포스가 내려올때의 길과는 완전히 다르다.
여전히 거리가 한산하기는 하지만 음침하진 않다.
나름 거리의 예술가도 있고..
아는 척을 해주니 저 그릇에 돈을 넣을때까지 따라온다.
예술가도 밥은 먹어야 할테니..쩝
이런 저런 구경을 하며 걷는데 눈길을 끄는 것 하나..
하나같이 집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이 엄청나게 크다는 점이다.
회랑 왼편은 도로, 오른쪽은 팔랄쪼들이 들어서 있는데 들어가는 출입문이 거대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저 안으로 난 집이 얼마나 크면 출입문이 저렇게 클까..궁금하던 차에
어떤 부인이 한 건물로 들어간다. 따라서 기웃거려본다.
사람키와 문의 크기를 상대적으로 비교해보면 이 문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게다가 들어가는 출입구 천정에는 항상 거대한 램프가 메달려 있다. 이 문과 램프는 집집마다 다르다.
그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로 이 동네 건물에는 우아한 백색사람들이 드나든다.
그녀가 들어간 뒤를 따라 정원안쪽으로 머리를 깊게 들이밀어본다.
바깥쪽에서 보면 꼭닫힌 대문으로 인해 실내풍경이 완전히 차단되어서 안쪽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수가 없다.
그런데 그 큰문을 여는 순간 그야말로 안쪽은 대궐이다. 우물과 정원, 갖가지의 꽃들..
이렇게 멋진 중세건물에서 우아하게 사는 이태리인들이 같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너무 부럽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가진자들의 부에 부럽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내려갈 때 보았던 화교동네와 슬럼가가 오버랩되면서..완전히 유쾌하지는 않은 복잡한 느낌이 든다.
유색인종과 백색인종간의 경제적 분리, 문화적 분리, 공간적 분리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곳..
팔랄쪼 벽에 중세의 성화가 아직 붙어있기도 하다.
조금만 활기가 있으면 참 재미있을 거 같은 도시인데..
내가 보기를 기대했던 유치원은 비록 보지 못했다할지라도 레지오 에밀리아의 독특한 문화를 느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괜찮았던 도시이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갔더라면 더 좋은 여정이 되었을 터인데..하는 미련은 다소 남아있지만,
그 정도만 해도 나쁘진 않은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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