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구 장족 민속공연' 이 중국 3대 민속공연 중 하나라는데..
워낙 중국에는 범주별로 '3대 OO'가 많아서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기대이상으로 재밌게 본 공연중 하나입니다.
3대 공연 중 다른 하나는 '심천의 소수민족 공연'이라는데, 그 역시 이전에 홍콩가는 길에 들러서 봤더니
상당히 웅장하고 스펙타클할뿐만 아니라 극적 재미가 만만치 않아서 기억에 오래남았었는데.. 잘못된 라벨링은 아닌것 같으네요.
다른 하나는 어느 것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다음에 챙겨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저의 경우,
'심천의 소수민족공연' 이후로 중국여행에서는 반드시 '공연'으로 여행을 마무리하는 것이 당연한 것 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규모가 크건 작건 또는 극적 재미가 있건 없건..
각 지역별로 다루는 이런 공연들은
관광객들이 짧은 시간에 건성건성 뛰어넘으며 눈요기정도로 보는 관광수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역사속의 이야기들을 축약해서 정리를 해 주기 때문에
역사적 배경속에서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데는 상당히 좋은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날 '장족 민속촌'을 들러긴 했지만
한두시간으로 그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붕위로 휘날리는 울긋불긋한 '경번'과 '롱다'들, 그리고
구채구에서 티벳까지 그 먼거리를 오채투지하는 사람들의 행열을 보지만..
그 속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그 무엇? 그 무엇이 무엇인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녁에 이 공연을 보고나니 그들의 문화를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이해했다는 말은 아니고, 보기전보다는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는..뭐 그런뜻~^^**)
'구채구 장미(藏謎) 대극원' 전용극장입니다. 사람들이 무지 많습니다.
극장 현관의 기념품 코너입니다. 분위기가 상당히 불교적입니다
장족, 이들을 생각할 때는 '라마교'를 같이 생각해야 하나 봅니다.
벽에 걸린 도깨비 탈이 괴기스러워보이지만, 공연에 등장하는 저승사자들입니다.
장미 ('감출 藏'에 '수수께끼 謎'입니다) . 무슨 의미일까요..?
수수께끼처럼 감추어진 신비스러운 부족이란 뜻일까요..??
나팔수가 나팔을 부니 공연이 시작됩니다.
할머니 한분이 '소형 마니차'를 돌리고 있습니다. 이걸 한바퀴 돌리면 경전 한권을 다 읽은 거나 마찬가지라 했던가요..?
그런가하면 다른 단원들은 대형 마니차를 돌리면서 탑돌이 하듯이 돌기도 하고, 일부는 끊임없이 3보 1배로 오체투지합니다.
모두가 라마교와 관련된 의식이지요..
근데, 사실은 이런 의식은 불교가 들어오기 오래전부터 티벳원주민들이 숭배해 오던 민간신앙 뵌교에서 따온 것이라는 설명을
어디선가 본 것 같습니다.
즉, 티벳장족의 라마교는 정통적인 불교 교리와 양식에 그들의 민간신앙의 의식이 결합되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종파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이 노인이 극의 주인공입니다
이 극 '장미'는
한 노인이 구채구를 출발점으로 티벳까지 성지순례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장족들의 종교적 삶을 보여주고..
동시에
그녀가 순례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중국 서부지역의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특징들을 극으로 구성하여 재미있게 보여주면서
한 극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습니다.
중국 민속공연의 특징 중 하나가 등장인물이 무지 많다는 거지요^^
인구가 워낙 많으니 가능한 일이겠지요~, 그러다보니 극도 상당히 스케일이 커집니다. 우리처럼 소박하지 않습니다.ㅎ
그리고 무대 장치와 무대효과도 참 좋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들은 지역 대학과 공조하는 듯 했습니다.
또 다른 주인공은 할머니 앞에 도도히 서 있는 이 염소입니다.
라마교에서 염소는 상당히 중요한 동물이랍니다.
앞의 민속촌 사당 벽화에도 염소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성지순례를 할 때는 반드시 염소를 대동한답니다. 그리고 자신은 죽어도 염소를 죽여서는 안된답니다.
이 염소는 배우 염소라서 그런지 아주 잘 생겼습니다.
그리고 연기도 참 잘 합니다. 주인이 서면 같이서고, 주인이 가면 함께 가고..
드디어 할머니가 순례길에 나섰습니다.
부처님의 눈에서 레이저가 쏟아져 나오고..
이걸 '지혜의 눈'이라고 하죠 아마~
처음으로 등장하는 민족입니다. 이 민족은 어느 민족인지는 모르겠으나 '육현금(六弦琴)'을 즐기는 민족입니다.
남자배우들이 무더기로 나와서 육현금을 뜯어면서 가무를 보여주는데, 모두들 참 잘 생겼습니다.
소리도 아주 우렁차고..
남성배우들이 들어가고 나니 이번에는 여성배우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옵니다.
긴 소매자락을 휘날리며 자신들의 전통소리로 합창을 합니다.
소리의 첫음절이 어째 우리나라 '아리랑'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우리 아리랑 처럼 애처롭지는 않습니다.
아주 짜랑~짜랑~합니다. '아리~..어쩌구 저쩌구~' 제 귀에는 그렇게 들립니다.
의상도 우리나라 전통 한복의 오색 색동 무늬와 유사합니다.
'아리랑'과 유사한 소리와 '오색 색동'을 보니 갑자기 한가지 생각이 납니다.
고대 가락국 김수로왕의 왕비 허황옥의 출신지와 관련하여 설왕설래 많은 가설들이 오르내리고 있는데,
그런 가설 중 하나가 서남지역의 '아리'족 출신이라는 것이지요. 아마도 '강 평원'씨의 주장이지 싶습니다.
그의 주장 중 하나는 우리나라 '아리랑'이 허황후가 들어오면서 가져온 수입품이라는 것인데요~
이 날, 이 소리를 들으면서 강평원씨의 가설이 일리가 있겠다는 생각과
소매자락과 치마자락의 오색 색동이 그 가설에 더 확신을 가지게 합니다
아마도 모르긴 해도 이 팀이 아마도 '아리족'이 아닐까..혼자 많은 생각이 오고가는데..
확인할 길은 없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조선족 가이드에게 의문점을 넌지시 던졌더니
거기에 '아리랑'이 왜 나와요? 하고 되물으니..더 길게 얘기해봐야 도움될 것 없겠다 싶어 바로 '입 닥치고'..
이 춤의 제목은 'long-sleeve dance'랍니다. 한자를 모르니 간간이 영어로 주석이 달리면 얼른 메모해둡니다.
이렇게 긴 소매자락과 치마자락을 휘날리며 동네 아가씨들이 노래부르며 떼지어 놀고 있으니..
꽃이 있는 곳에 벌 나비가 날아들 듯이 당연히, 어디선가 동네 목동들이 떼거리로 나타납니다.
그리고는 한 명씩 짝을 지어 놀기 시작합니다.
목동들이 입고 나온 옷은 양털로 짠 아주 길고 두터운 까운 같습니다.
고산지대에 사는 소수민족들이라 이런 가운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소가 풀을 뜯고 있는 사이에 젊은 청춘 남녀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요렇게 예쁘게 놀고 있습니다.
어째, 요런 춤도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지 않습니까..?
유치원생들의 재롱잔치에 가면 감초처럼 끼여있는 전통무용..앞으로 보고, 뒤로 보고..
아리아리 동동..하고 놀더니 어느새 처자가 총각의 가운속으로 들어가 버렸네요
저 가운은 외투이면서 이불대용이군요~
언제라도 필요하면..
저러구 놀더니 갑자기 두 남녀가 가운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잠시후에 나올때면 아마도 세 명이 나오지 않을까요..ㅎㅎ
이 부족은 노래를 좋아하는 부족인가봐요~
노래 소리 너무 좋습니다. 끝나고 나니 모두들 휘파람에 기립박수에..야단났습니다.
할머니는 여전히 염소를 허리에 차고 열심히 오체투지하고 있습니다.
저녁 먹고 늦은 시간이라 모두들 졸리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대체로 이 시간에 다른 공연 가면 많이 졸거든요..
근데, 이 날 공연에는 모두들 무대에 빨려들어갈 듯이 구경하고 있습니다. 공연이 좋다는 뜻이겠지요~
이번에는 설산 쪽입니다.
이 부족은 '직녀족'인지(내가 지은 이름입니다^^) .. 어여쁜 처자가 길게 베를 짜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디에다 쓸까요..?
마을처자들이 실을 감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무대 뒤로 건장하고 잘 생긴 청년이 나타나더니
길게 늘어진 천의 끝을 잡습니다.
그러다니 자신의 허리에다 긴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아서는
그 베를 짠 처자에게로 다가갑니다.
둘이 만났습니다. 마음에 드나 봅니다. 이 부족은 이렇게 구애를 하나 봅니다.
그 다음 부족입니다. 머리에 쓴 모자들이 다양한 종탑모양입니다.
의상도 화려합니다.
고산지역 원주민들의 의상들은 대체로 그 사이즈가 엄청 큽니다. 뒷모습을 보면 거의 이부자리 한채씩을 덮고 다니는 느낌입니다.
필요에 따라 침구대용의 기능이 필요했던 거 같습니다.
'종탑지구 민간 무'라고 모니터에 뜹니다.
아마도 종탑을 숭배하는 부족인듯 합니다.
이건 무슨 상징인지 모르겠군요~
'the song of Mortar'라고 자막이 뜨긴 하는데..
뭔가로 절구처럼 계속 두드리고 찍고..하긴 하는데..저것이 어떤 의미의 제스추어인지는..??
여성들의 몸짓이 엄청 에너자이틱합니다.
뒷 배경을 보면 뭔가 건축과정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한데..
티벳의 포탈라 궁전같기도하고..
그래서 완성한 기쁨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한데..
한자 자막에 영어 잠깐 스치고 지나가니..
의미를 파악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이 부분이 압권입니다.
드디어 할머니 눈에 연화보살 현현합니다.
아니면 티벳불교에서 말하는 '연꽃 위에서 태어난 위대한 스승'인 지혜의 화신 '파드마삼바바'일까요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어쨋건, 아주 아름답습니다.
눈이 부십니다. 할머니 먼 발치서 꼼짝 못하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연꽃과 배우와의 멋진 조화도 감상해야 하고..
의미론적으로 연꽃 위 보살님의 동작도 이해해야 하고..바쁩니다.
그러나, 이 동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리 애쓰도 모릅니다.
그저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어느 한곳 소홀하지 않은 저 정교한 몸짓에 감탄사만 연발할 뿐이지요~
할머니도 그저 감격스러울뿐입니다.
연화보살로 현현하는 지혜의 빛과 모양을 그리고 소리를 먼 발치서 넋을 잃고 바라볼 뿐입니다.
그래도 연화보살님이 아무 눈에나 보이겠어요
그렇게 지극정성 자신을 낮추어 오체투지로 몇 만리 먼 길을 걸어온 할머니니까 보여지는거겠지요~
아마도 할머니 마음속의 깨달음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드디어 3년만에 할머니는 목적지에 도달했답니다. 온갖 악전고투끝에 마지막 1배를 합니다.
그러나, 할머니에게는 다시 일어날 기력이 없습니다. 할머니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 죽음을 마지합니다.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있던 저승사자들이 할머니의 영혼을 신체에서 분리시켜 하늘나라로 데리고 갑니다.
여러 신들 앞에서, 이제 곧 심판이 시작될 것입니다.
여러 저승신들이 모여 앉아서 할머니를 중간에 세워두고는
할머니의 업을 심판합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 북방불교에서 말하는 49제 기간인것 같습니다.
49제 기간은 티벳 라마들이 말하는 죽음과 환생 사이의 중간상태(中陰)에 있는 기간이라죠, 아마~
이 시기 동안 사자의 영혼은 윤회계로 들어가서 존재의 49정거장에 해당하는 진화와 퇴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환생에 대한 심판을 받는다죠~
불교와 힌두교에서는 죽음의 순간에 갖는 마지막 생각이 그 다음 환생의 성격을 결정짓는다고 합니다.
이 할머니는 앞 장면에서 죽을 때, 아주 행복한 마음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다 행복한 상태로 말하자면, 의식체가 좀 더 진화된 상태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윤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해탈의 상태 즉, 열반으로 들게 되겠지요
대체로, 일반인들이 바로 열반의 세계로 들지는 않는답니다.
끊임없는 윤회계에서 맴돌면서 낮은데서 높은데로 의식체가 진화되어가면서 궁극으로는 열반에 든다는군요~
(불교의 교리를 모르니 정확하게는 몰라도 근래에 읽은 '티벳 사자의 서'를 기초로 대충 그렇게 짐작해봅니다)
부처님 발밑에 사천왕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죽음과 환생의 중간상태'에 있는 동안 후손들이 '49제'를 지내는 듯 합니다.
티벳불교 또는 탄트라등 신비주의 불교에서는 죽음의 의식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자의 영혼을 서쪽 극락세계로 인도하기 위하여 신비한 염불과 다양한 경전들을 읽어줘야 한답니다.
위의 장면은 경전의 중요성을 표현하는 상징적 표현같은 거 같습니다.
티벳사람들은 극락정토로 가서 영원한 해탈을 하기 위하여 살아생전에 경전을 상징하는 이런 '경번'이나 '롱타'등을
집앞에 세우고 붙여서 삶에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무대에는 어린 꼬마가 할머니가 끌고 다니던 염소를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이 꼬마는 누구일까요~
네~ 할머니의 환생이지요..
이렇게 인간은 윤회계에서 끊임없이 환생하면서 연연세세 생명을 사는 것이지요
이것이 제가 이해한 이 공연의 개략적인 줄거리입니다
덤으로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삶과 의상, 구애방법 등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노래소리와 동작도 아주 짜랑짜랑한 것이 좋았었습니다.
(한자도 모르고, 티벳불교가 갖는 상징성에 대한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극을 이해하고자 하니 오류가 많을 수 있습니다.
극에 대한 이해는 순전히 제 개인의 몽매한 지식수준에서 이해한 것이니 오류가 있더라도 너그러이 용서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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