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지 버나드쇼가 그랬다 했던가..'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우물쭈물 한 것은 없지만..어쨋거나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내 이럴 줄 알았다'
아무래도 난 버나드쇼과 에 속하는지 그의 독설이 왜 이렇게 내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지..
살아가는데 전혀 도움되지 않는 온갖 잡다한 것들로 가득차 있는 머리속은
저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인식은 물론이고
자신의 감정조차 어떤 상태인지 적절히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마비되어 있다.
그저 뭔지는 몰라도 누구에겐가 화가 나있는 것 같기도 하고..
섭섭한 거 같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한 거 같고..
자신이 한심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그 감정이 뭔지를 도통 알 수가 없다.
마음이 갑갑해서인가
언젠가 가 보았던 조그마한..
내 id만한 조그만 섬 하나가 떠 오른다.
왠지 그곳이 그립다.
그 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당도해서 보게 될 섬의 크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상당히 넓고 길다.
섬에 도착하기까지 섬에 대한 많은 꿈을 꾸게 한다
도로 좌우는 간척지라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매립지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를 뻘 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뻘 밭 저편으로 볼록볼록 솟아있는 작은 바위섬들과 아스라이 실루엣으로 들어오는 다도해 섬들은
그 모습 자체로 손에 잡히지않는 그리움이다.
다른 편으로는 부산 신항만의 화려한 불빛이 또 다른 그리움으로..
이미 낙조도 떨어져 버리고
아는이하나 없는 이 낯선 곳이 갑자기 왜 그리도 그리웠을까..
해질녁 뻘밭의 고즈녁함이 자꾸만 발길을 붙잡고..그 이끌림에 나는 몇 바퀴 굴리지 못하고는 다시 자동차를 멈추곤 한다.
그렇게 그 섬에 도착했다. 정작 마을은 그 이름만큼 아름답진 않지만
마을 이름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水島
그곳은 별이 지상으로 내려올 때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바다냄새에 대한 표현법..'미역냄새가 난다'..
그것도 '고소한 미역냄새'
코로는 고소한 바다냄새가..
귀로는 가만히 바람에 부딪히는 닻소리가 들어온다
찌그덕 찌그덕..
삐그덕삐그덕..
그 잔잔한 리듬에 마음을 내주고 있노라면 어느샌가 내 마음에도 평화가 함께 들어온다.
10여호의 포장마차 밖에 없는 작은 어촌마을이지만
일삼아 이곳의 신선한 회를 맛보기 위하여 찾아오는 손들도 더러 있는 모양이다.
있겠지..나같이 먹지않아도 찾는 사람이 있는데..
통통배가 정박되어 있는 항만앞으로 포차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며 손님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항만쪽으로 내어놓은 노천 테이블 몇 곳은 이미 소주 몇잔으로 분위기를 익히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나는 무심히 그들 곁을 수쳐 지난다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채 방파제 주변을 한 동안 서성인다
비록 북적임도 없고, 역사도 없고, 음악과 흥겨움은 없지만
내 기억속에 작은 베니스로 기억될 수 있는 작은 섬 수도.
그곳에는 사람에 대한 원망같은 것을 남겨둘만한 공간이 없다.
싸안고 갔던 감정 일부는 남몰래 버리고 일부는 다시 싸안고
왔던 길을 되돌아나온다.
어두운 빗길에 익숙치않은 길은 결국 방향감을 상실하게 만들어 제자리를 몇번째 헛돌게 만든다
마치, 내 인생같다.
그러나 걱정않는다. 결국은 돌아와서 이곳에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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