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날 고향은 작은 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마을이 있었고
그곳을 건너가고자 하면 강마루에 작은 나룻배와 사공이 있어서
시간이 되면 사공이 알아서 건너마을까지 안전하게 이동해 주었다.
그 시절에 나는 어렸었지만 공간을 이동하는 것에 그렇게 불안함을 느끼지는 않았던 거 같다.
왜냐하면 사공이 날 안전하게 이동해 줄테니까..
어린날에는 보이지 않는 섭리가 날 보호해준다는 것에 대한 인식없이
그저 언제나 인간은 그렇게 편안하게 공간을 이동하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줄 알았다.
시간에 대한 개념을 그렇게 공간적 개념으로 설명해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아뭏든 그동안 내가 새해를 맞이하는 느낌도 그런 느낌이었다. 큰 기대감도 없이 때가 되면 누군가가 날 안전하게 옮겨다주겠지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시간이 되면 이 시간들이 편안하게 흘러가서 다음 시간에 도달해있겠지 하는..
그러나 올 한해는 사공이 없어진 듯한 해를 보내고 있다.
사공이 없는 강나루에 물결조차 거세고..
나는 반드시 그 거친 강을 스스로 노를 저어서라도 건너야 하는.
예측되지 않는 미래와 내가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 등..
그동안 한 동안 도도히 흘러내리던 삶의 물줄기가 갑자기 올초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니
나는 방향을 잡기가 어려워졌고..
스스로 배의 키를 잡고 이리저리 방향을 잡다가 내린 결론이 합천이라는 곳에 닻을 내리는 것이었다.
그동안 짧은 경험이지만
이곳저곳 돌아 다니며 낯선 땅에 대한 적응력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자신감에 기대어
이 물설고 낯설은 작은 산골마을에 괴나리 봇짐을 푼 지 딱 한 주가 되었지만..
역시 삶은 여행과는 확연히 다름을 이번 주 내내 뼈저리게 느끼고있는 중이다.
여행에서는 대도시도 좋고 예쁜 소도시는 더 좋지만
삶에서 소도시는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이고 외로움은 외로움이다.
무라까미식 인용으로 보트는 보트이고 섹스는 섹스이다.
여행에서의 외로움은 낭만이지만 삶에서의 외로움은 고통이다.
하나의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싱그러운 여름날 아침풍경속의 붉은 배롱꽃이
아침일찍부터 열심히 꿀을 따러다니는 꿀벌의 붕붕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내 삶에서 외로움이 아닌 일상성의 아이콘으로 하루빨리 전환되기를.. 오 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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