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1(토). 날씨: 매우 좋음
오랜만에 주말 오전 후배들 만나 미드의 그녀들처럼 수다스럽게 브런치 즐기고
오후 남은 시간은 역시 오랜만에 부산 들런김에 그동안 억제해왔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특히 근래 국도극장에는 그동안 눈팅만 해왔던 포스트들이 즐비해 있다.
그 중 하나가 달달한 느낌의 포스트 '미드나잇 인 파리'이다.
고흐의 수채화 같은 느낌의 스틸도 문화적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그것도 다른 도시도 아닌 파리래잖아~
파리..
직접 대면하면 그 근거없는 당당함에 짜증나기도 하지만
확실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도시인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알고보면
그 당당함이 전혀 근거없음이 아니라 사실은 근거있는 당당함이란걸 깨닫게 되고..
골수 뉴요커 우디알렌이 그런 파리로의 여행을 떠난다.
그는 파리를 어떻게 보고, 무엇을 얘기하는지 궁금했다.
후배들과 헤어지고는 국도로 향한다.
미드나잇 인 파리 (2012)
Midnight in Paris
8
- 감독
- 우디 앨런
- 출연
-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레이첼 맥아담스, 애드리언 브로디, 카를라 브루니
- 정보
- 코미디, 판타지, 로맨스/멜로 | 미국, 스페인 | 94 분 | 2012-07-05
시간을 잘 못 확인한 관계로 상영후 20여분이 지난 시점부터 볼 수 밖에 없었지만
메시지를 전달받는데는 큰 문제는 없는 영화이다.
내가 매표소에 들어서니 어디선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재즈 선율과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 등
축제의 분위기를 일으키는 소리가 왁자지껄 들려왔다.
바깥에서 듣고 있는 나는
내가 마치 파리의 한밤 어느 이름모를 뒷골목에 서서
인근의 까페나 살롱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리듬를 몰래 즐기는 것 같은 착각에 젖어든다.
20여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돌리지 못한 이유는 그 축제의 선율 때문이었다.
그렇게 1920년대 파리의 미드나이트는 음악과 사교와 아티스트들로 나날이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관람실로 들어서니
21세기의 옷을 입고 있는 소설가 지망생 Gill(오웬 윌슨 연기)이 '장꼭토의 파티'에 참석하여
꿈에서 만나길 염원하던 20세기초의 양복쟁이 F. 스콧&젤다 피츠제랄드 부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들은 다시 질을 헤밍웨이에게 안내하고..
이렇게 영화속의 Gill은 파리에 머무는 동안 밤마다 '타임슬립'을 타고 20세기 초 파리에서 활동했던
세기의 아티스트들을 차례로 만나는 초현실적인 경험을 한다.
Gill이 만나는 아티스트들은 파리의 황금시대였던 1920년대 당시 파리를 무대로 활동해왔던 아티스트들이다.
'위대한 개츠비'를 출판한 직후의 F. 스콧 피츠제럴드,
파리에 거주하면서 여행과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던 헤밍웨이,
파리를 동경하여 몽마르뜨 언덕으로 와 있었던 스페인의 천재화가 파블로 피카소,
그들을 이어주는 문화비평가이면서 그림 수집가인 거트루드 슈타인,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와 그의 친구 만 레이 등
그가 만나는 예술가들을 따라다니면서 관객들은 지적 산책을 함께 하게 되고..
피카소와 헤밍웨이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가상의 여인 '아드리안느'와 함께 하는 미드나잇 산책을 통하여
당시 파리의 뒷골목 분위기를 즐기기도한다.
이런 과거로의 여행은
Gill에게도 그렇고 관객에게도 그렇고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Gill이 만나는 과거의 사람들은 또 다시 자신들의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
2010년에 사는 Gill은 1920년대를 '골든에이지'라 생각하고 그 시절로 가고 싶어하지만,
1920년대에 사는 아드리안느는 로트렉, 고갱과 드가가 살았던 1890년대 즉, 벨에포크를 황금시대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드리안느가 돌아가서 살고 싶었던 그 시절에 살았던 고갱이나 드가는 진정한 골든에이지는 르네상스 시대라 한다
이제야 알게 된다. 우디알렌이 왜 이리 관객을 이리저리 끌고 다녔었는지..
실컷 파리구경 시켜서 잘 꼬셔놓고는 깨닫게 만든다.
아무리 황금시대라 할지라도 내가 그 곳에서 살게 되는 순간부터는 그것이 '현재'가 되며
현재는 언제나 시시하고 재미없고 불만스럽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재가 조금 불편하고 불만스러움이 있다하더라도
이 시대도 훗날에 어느 누군가에게는 그가 그리워하는 골든에이지가 되리라~
이 말은 영화속 Gill의 소설의 도입부에서 이미 암시되었었다.
'아무리 시시하고 사소한 물건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특별한 것이 된다.'
이는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늘 느끼게 되는 '사물에 미치는 시간성의 효과'와 같은 맥락의 의미이다.
사람들은 가끔 노스텔지어때문에 과거를 그리워하고 현재를 부정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현실부적응자들의 범하기 쉬운 오류임을 한번 더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가 아무리 현실을 부정하는 주적응자라 할지라도
'비오는 파리의 밤'이 아름답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영화의 장점은
첫째, 주제의 명료함
둘째,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낮과 밤, 그리고 맑은 날과 비오는 날의 파리를 모두 다~ 보여준다는 점
셋째, 감독이 외국인이라 나와같은 비파리지엔느의 입장이 되어서 파리의 대표적 랜드마크는 다 짚어준다는 점이 장점이다.
내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베르사이유 궁전, 샤크뢰퇴르 성당, 몽마르뜨 언덕, 뮤랑루즈, 노틀담 성당,
샹제리제 거리, 오르세이 미술관, 생제르맹, 세익스피어 & 컴퍼니, 세느강변, 알렉산드 3세 다리 등등..
내가 가 봤던 곳을 주인공이 거닐고
그래서 더 친숙해보이고, 더 쉽게 다가온다.
우디알렌 부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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