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7(월), 저녁
업무관련 해외 정책 연수에 참여하면서 런던, 파리를 체험하게 된다. 기간은 7박 9일,
거기다가 나의 사적 휴가 나흘을 더해서 꼬박 2주의 외유를 하게 된다.
출장이 되건 휴가가 되건 역시나 나의 여름 출타는 보수교육의 끝나는 지점과 맞물린다.
그런 점에서는 학교에 있으나 센터에 있으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다보니 늘 떠나는 준비가 바쁘고 미흡하다. 머리도 제대로 정리도 못하고 손톱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채..
그리고 옷들도 날씨에 따라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채 떠나게 된다.
그러나 그것들이 뭐 그리 대수랴~,
일상을 잠깐 떠날 수 있고 잊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ㅎ
그러나 일상을 떠나는 것이 마냥 행복하고 편안할 수 있는 것이 아무나에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님을 ..
기관장이 되고 보니,
아무리 먼 곳에 가 있더라도 일상으로부터 독립될 수가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도 좋다.
편안하게 여행만 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일을 핑계삼아서라도 이렇게 바깥바람을 쐬울 수 있으면
그나마도 일상에 밀착되어 있는것보다는 낫다. 나중에 업무가 배가 되더라도 당장은 좋다.
그러나, 점차 나에게 있어 여행이 그렇게 낭만적이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재 출장후유증을 너무 심하게 앓고 있다.;;
런던에서는 3박 4일을 머물게 되는데, 런던 시내에 속하는 켄징톤 클로스 호텔에서 계속 묵었다.
현지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한국인 관광객에게는 문이 다소 높은 호텔이라, 이번에 처음으로 드는 곳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묵었던 켄징톤 클로스는 런던중심부중에서 남서부권에 속하는 구역이다.
바로 인근에 유명한 하이드파크도 있고, 또 그 유명한 노팅힐도 있었다.
처음에는, 켄징톤?.. 이런 지역도 있구나~ 그러는 정도의 인식수준이었다가
나중에 내가 아는 지명이 나오고 하니 이 지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된다~
호텔의 첫인상은 다소 외진 골목에 위치해있는 것 같아 그닥 고급호텔처럼 느껴지지 않았지만
볼수록 안락하고 쾌적한 분위기의 퀄리티를 가진 중급규모의 호텔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집은 또 한가지,
아침뷔페가 좋기로 소문난 곳이란다. 그것은 이곳에서 나흘동안 있으면서 증명되었을뿐만 아니라
파리 머큐리 호텔에 묵으면서 상대적으로 더 절감하게 된 사실이기도 하다.
로비에 앉아서 런던의 첫인상을 살피는데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호텔 바깥에 있는 빨간 공중 전화박스이다.
무채색의 런던 날씨와 건물들 사이에서 이 빨간 공중전화박스와 시가지를 오가는 빨간색 더블데크(버스)는
런던의 인상을 경쾌하게 만들어주는 일등공신이다
앞으로 미래사회의 문화는 이미지이다.
공항에서 호텔로 들어오는 길에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왔으므로,
첵인을 하고 나니 이후시간에는 별다른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여장을 풀어놓고는 주변산책이나 해보자하고 로비로 내려온다.
맵을 하나 얻고자 하니 젊은 벨보이가 도움을 자처하고 나선다.
지도에 선을 그으가며 안내를 해준다.
"이곳으로 쭉~ 올라가면 노팅힐이 나온다.
현재 노팅힐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있으니 한번 가봐라"
아하 축제~
그래, 들은 적이 있었어. 8월말경이면 노팅힐에 축제가 있다는 말을..
오늘이 마지막 날이란다. 지금, 바로 지금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놓쳐서는 안되지~
걸어서 15분이면 갈 수 있다니
지도를 네비삼아 살살 올라가본다.
켄징톤 로드를 따라 북쪽으로 3분정도 올라가면 사거리를 만나면서
모퉁이에 오래된 건물이 운취있게 서 있고
그 교회를 끼고 버스길로 10여분 더 올라가면 노팅힐 게이트를 만나게 된다.
그곳까지 올라가는 동안에는 거리에 사람이 없어서
과연 이 지역에 축제가 있는 건 사실일까?라는 의심을 하면서 걷게 되는데..
막상
노팅힐 게이트역 주변으로 들어서니
그곳서부터는 지금까지 조용했던 주택가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무질서한 축제의 마지막 뒷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내가 그 지역에 도착할 즈음에는 어느듯 거리도 어둠에 저물고 하나둘 가로등 불빛이 들어오는 시간이 되었다.
거리에는 온갖 찌라시와 쓰레기들이 난무해 있고, 런던시내에서 보지 못했던 런던사람들이 이곳에 다 모여있는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내가 책에서 배웠던 앵글로 색슨족의 대표인 영국인의 이미지는 거의 없다.
너무나 다양한 다민족과 그리고 이민족의 얼굴이 많아서 처음에는 런더너의 축제가 맞는가? 살짝 혼란스러웠는데..
오늘날 사회가 다원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의 혼란스러움이 오히려 시대역행적인 반응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원래 노팅힐이라는 지역이 시작된 기원 부터도 영국으로 이민온 카리브인들이 모여살게 되면서 형성된 지역이었던 것이고, 그리고
이 지역의 8월 카니발이 시작된 것 역시 그들 이민족 노동자계급의 결속을 다지기 위하여 시작된 것이라 하니
다양한 이민족의 모습이 많이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이다.
사실 이 현장을 보기 전까지 내가 가지고 있었던 노팅힐에 대한 이미지는 이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영화를 통해 형성해온 노팅힐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영화 '노팅힐'이나 '브리짓 존스의 일기' 또는 '러브액추얼리'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전형적인 앵글로 색슨족의 서민충이 달달하게 살아가는
로맨틱한 공간으로의 이미지..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불과 1시간여의 여행을 통해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이 사실과 많은 차이가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짧은 시간동안 본 카니발의 주도집단은 언뜻 보기에도 소수의 이민족 집단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통의상과 전통악기로 공연을 하면서 거리 행진을 한다.
그다지 화려하지도 경건하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자신들을 드러내면서 행진한다.
어떤 젊은 무리는
코스프레에 가면을 쓰고 행진을 하고
어떤 젊은이는 가두간판을 들고 취한 채 맨발로 흔들거리며 행진을 하고..
한눈에 딱 봐도 소수 비주류집단들의 축제로 보여지고,
어쩌면 그렇게 단정하는 것도 나의 편견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뭏든 내 눈에는 그렇게 비쳐진다.
아주 광란이다.
광란의 도가니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공간이다.
첫날부터 영국인들의 축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게 되어서 행운이라 생각하고 내심 기대를 했으나
직접 맞닥뜨린 후 첫 소회는 '이것은 뭐 그저 젊은이들의 무질서한 사육제일 뿐'이라는 느낌었다.
그러나 당시점에서는 불편했었지만
지금생각해보면, 내가 직접 보지 않았으면 느낄 수 없었던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역시 여행이라는 기제가 갖는 장점을 재확인하게 된다
비록 내가 영화에서 쌓아왔던 노팅힐의 달달하고 로맨틱한 이미지는 하나도 경험할 순 없었지만
그 이면에 숨겨져 있었던 아픈 과거와 현실(그것이 의도이던 비의도이던)을
하루저녁 아니 한시간여만에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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