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새로운 가족의 개념에 도전한다. '에브리바디 올라잇~'

노코미스 2012. 11. 17. 14:17

 

 

 

 

 


에브리바디 올라잇 (2010)

The Kids Are All Right 
7.8
감독
리사 촐로덴코
출연
줄리안 무어, 아네트 베닝, 마크 러팔로, 미아 바시코브스카, 조쉬 허처슨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06 분 | 201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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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보고 묵혀두었던 영화 하나

 

당시에는 유럽영화에 빠져 있었던 때라 헐리웃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우선 스틸의 맑고 깨끗한 분위기와 전원적인 분위기가

지중해적이거나 토스카니적이라서 감각적으로 유럽영화로 착각하고 선택했던..ㅎ

 

물론,

주인공들이 내가 신뢰하는 아베트 베닝과 줄리안 무어라는 점도 선택 포인트 중 하나이지만.

 

시놉시스만 읽었을 때는 아베트 베닝과 줄리언 무어가 각자 싱글 맘으로서

서로 좋은 이웃으로 재미나게 살아가는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이 영화가 퀴어 영화라는 걸 알게 된다.

레즈비언 가족 이야기..

 

이게 뭐지..

단순히 레즈비언 이야기가 아니라 '레즈비언 가족'이야기이다.

 

이 영화가 그리는 상황에 적응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아니~,

 그렇다고 영화자체가 충격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나의 인지도식이 아직 이런 스토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것이 문제였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후기산업사회로 들어오면서 삶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많이 등장해 왔다. 

그 중 하나가, 우리와는 다른 성적소수자나 대안가족의 형태에 관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소수집단에 관한 이야기도 또한 주류라는것이 있어서 레즈비언이야기보다는 대체로 게이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다루어졌었다.  

 

그런 영화들 중에는 영화 매니아들의 기억에 오래 각인된 영화들이 많다.

장국영과 양조위가 열연한 '해피투게더'가 그랬고,

제이크 질렌헐과 히스 레저가 연기한 '브로크백 마운틴'이 그랬다.  

오다기리 조가 연기한 '메종 데 히미꼬',

우리나라 영화로서는 황 정민과 정찬이 연기한 '로드 무비'등이 그랬다.

호아킨 피닉스의 형인 리버 피닉스와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아이다호'역시 빠질 수 없고..

최근에는 안방에서 방영되는 주말 연속극(김수현 작, 인생은 아름다워~)에서조차 동성애를 다루는 상황에까지 오게 되었다.

 

그런거에 비하면,

 같은 성적 소수자일지라도 여성호모에 관한 이야기를 제1주제로 삼은 레즈비언 영화는

내 기억의 한도내에서는 그닥 많지 않았던 것 같아 보이는데..

이번 영화가 레즈비언 영화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지금까지 제작되었던 성적 소수집단에 대한 영화와는 차원이 좀 다르거나 복잡하다.

즉, 동성간의 사랑을 초월해서 사랑의 다음 단계인 가족형성단계로 훌쩍 뛰어넘고 있다.

 

지금까지 음지속에서 비주류로 숨어서 생활하던 성적 소수자들이

양지의 주류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자리잡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전 영화들보다 훨씬 진일보한 영화로 보인다.    

 

동성애를 다루었던 이전의 영화들이 그들의 삶을 주로 음지적이고 폐쇄적이고 비관적으로 다루었던 것에 비하여

이번 영화는 다르다.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삶의 양식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고 당당하고 양지적이다.

그리고  성적인 문제만 뺀다면 사회적으로도 주류집단에 속하는 인텔리켄차들이다.

 

동성부부로 나오는 아베트 베닝과 줄리언 무어

모두 사랑스럽다.

 

 

 

그들에게는 본인들이 각자 하나씩 직접 낳은 훈훈한 아들과 딸도 있다.

 

아들과 딸 모두, 두 엄마의 성적 취향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매우 착한 아이들이고..

 

딸은,

퍼펙트한 레즈비언 가족의 샘플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엄마의 신념을 지지하기 위하여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도 장학금을 받아서 들어갈 만큼 지적이고 스마트한,

그래서 엄마들의 자랑스러운 자식이고..

 

아들 역시 아직 좋은 친구를 가려서 사귈 정도의 분별력이 있을만큼 성숙하지는 않았지만

어쨋거나 친구들과 잘 놀고 스포츠를 즐기는 사춘기 훈남이다.

 

두 엄마는

 여느 일반 가정의 부부 이상으로 이 아이들이 정말 사회적으로 편견을 받지 않고 건전하게 잘 자라도록

늘 의논하고 대화하고 걱정하며 아이들을 양육한다

 

 

 

그러나, 엄마들의 성적 취향을 아무리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 치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두 엄마가 아빠 엄마의 역할을 분담하여 자신들에게 부족함 없는 생활을 제공해준다하더라도..

역시 그것으로는 부족한 것이 인간인가보다

 

늘 엉뚱한 짓으로 두 엄마를 긴장시키는 사춘기 아들 레이저는 어느날인가부터 자신의 뿌리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누나 조니에게 자기들을 이 세상에 나오게 한 사람이 누군지 찾아보자는 제안을 조심스럽게 하면서,

지금까지 퍼펙트 해 보였던 이 레즈비언들의 가정에 다소 혼돈이 찾아들게 되는데..

 

 

 

그 혼돈 또는 흔들림의 핵은 바로 그 아이들을 위하여 정자를 기증했던 도너인 폴(마크 러팔로 분)..

 

두 엄마들은 뒤늦게야 아이들이 자신들의 도너를 찾아간 사실을 알고는

 이렇게 된 바에야 공개적으로 터 놓고 만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판단하여 

기꺼이 그를 저녁식사에 초대를 했더니,

 

이 인간이 사고를 칠 줄이야..

 

 

 

결혼하면서 전업주부로 아이들키우고 살림사는것에 올인하면서 살아온 쥴스(줄리언 무어 분)가

갑자기 조경디자인을 하겠다며 선언하더니, 오늘 그 첫 고객을 만나게 되었다고 들떠있다.

 

알고 보니 폴이 자기집 정원을 손질해야 하는데 그 일을 쥴스에게 맡기기로 한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닉(아베트 베닝 분)의 눈길에 쥴스의 행동이 다소 의심스럽긴 하지만..

설마 괜찮겠지..

 

 

 

 

폴은 폴대로 갑자기 찾아온 핏줄과 이 새로운 인연이 싫지만은 아니하다

 

  젊어서야 정자를 팔아 학비를 만들어야할 만큼 가난했지만

지금이야 먹고 살만큼 성공도 하였고..

 

그러잖아도 지금까지 살아온 싱글의 자유분방한 삶에 살짝 실증도 날까말까하던 참에

이렇게 혼자서 멋지게 자라서 나타나준 아들에

사랑스러운 그의 엄마까지 덤으로..

저렇게 한 가족이 되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했겠지~

 

그래서

주기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면서 핏줄에 대한 애정을 지나치게 유감없이 발휘하는 폴.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서 내 가족의 내적 유대가 깨어질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던 이성적인 닉(아베트 베닝 분)은

폴이 나타나는 순간 다소 불안했었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그를 큰 가족의 울타리속에 넣기로 하고

그를 공식적으로 내 가족과 왕래하는 사람으로 인정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그 순간,

그가 내 가족을 하나씩 점령해가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닉(아베트 베닝)이 느끼는 절망감과 분노감은 말도 없이 커진다.

처음에는 아이들..

그러더니 내 평생의 동반자 쥴스까지..

 

드디어 폭발하고야 만다

 

"이 아이들은 내 가족이지 네 가족이 아니야!가족이 부러우면 너도 네 가족을 스스로 만들어, 남의 가족을 넘보지 말고.."

 

레즈비언 가정에 대한 모든 사회적 편견들에 하나씩 대응해가면서 내가 어떻게 지켜온 가정인데,

 도너라는 이유로 내 가족을 하나씩 뺏아가다니..

 

앞으로 이 집앞에 얼씬도 하지마~

나는 내 가족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어~

 

이 시점에서

연기자 아베트 베닝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내 머리속의 아베트 베닝의 이미지는 젊은 날 '러브 어페어'에서 보여준 청순하고 가장 여성스러운 모습.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비록 여성이긴하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책임성 강한 남성적 카리스마를 멋지게 연기한다.

 

 

 

 

한동안,

갑작스런 폴의 출현과 쥴스의 외도로 온 가족이 침체 분위기에 빠졌지만,

다행히

'Kids are all right"

 

아이들은

생물학적 뿌리에 대한 그리움도 커지만,

그러나 우리는 누가 뭐래도 '가족'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는

닉의 가족관에 무리없이 동조해준다 

 

 

 

이런 분위기에 쥴스는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고

폴과의 관계 및 감정을 스스로 정리하는 것으로 용서를 구하고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해피엔딩했지만..

생각은 많이 하도록 하는 영화이다.

 

가족을 지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