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reading/영화읽기

구관이 명관이다. 가끔은 구식이 좋을 때도 있지~ '007 스카이폴'

노코미스 2012. 11. 17. 14:38

 

 

 

 


007 스카이폴 (2012)

Skyfall 
6.9
감독
샘 멘데스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하비에르 바르뎀, 주디 덴치, 랄프 파인즈, 나오미 해리스
정보
액션 | 영국, 미국 | 143 분 | 2012-10-26

 

 

 

영화의 전 장면에 걸쳐 끊임없이 주장되는 논리는

'구관이 명관이다. 신식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가끔은 구식이 좋을 때도 있다'이다.

 

그 구관 또는 구식에는 M16,  제임스본드, 구식 무기(사냥용 장총, 칼 등), 구식 싸움법 등이 포함된다.

 

이 주장은

과연 너무 오래된 007 시리즈를 계속 찍어내어야 하나 어쩌나? 하는 영화제작자의 자기고민에 대한 답이라고 보인다.

 

 

 

벌써 007 시리즈가 출발한지 50년이 되었다하니

국민 오락용 영화로서 참 오랜시간 봉사해오기도 했지만

어쩌면 최근의 젊은 영화인들이 만들어내는 광범위한 과학적 주제나 새로운 신기술을 이용한 헐리웃 블럭버스터 영화들과 비교하면

이제 007의 내용은 너무나 식상하고, 뭔가 새로운 방향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해 봤을 법 하다.

 

더더욱 고민을 많이 한 영역은

냉전시대라는 국가적 구조속에서 탄생한 '스파이'라는 주제를

국가간의 냉전이 종식된 오늘날 사회에서 계속 존재해야 하는지 하는 부분에 대한 자가당착적인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말로리(랄프 파인즈 연기)가 이런 의문을 제기했을 때, M16의 수장인 M(주디 덴치 연기)의 대답으로

007의 존재 당위성은 해결된다.

"국가나 집단의 테러는 없어졌지만, 오늘날에는 개인이 국가를 공격한다"

 

그리고 M의 말이 사실임을 입증하기 위하여

이번 007 스카이폴에서는 '실바(하비에르 바르뎀 연기)'라고 하는 악당하나가 국가를 어떤 상태로 전복시키고

국민의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지를 보여준다.

 

 

 

 

 

 

M16뿐만 아니라  제임스본드(다니엘 크레이그 연기) 역시 이 영화에서는 똑같은 위기를 맞는다.

 

현장에서 뛰기에는 너무 늙어 버렸다고 생각했는지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쓰임새가 없어졌다고 생각했는지...

 

M은 열심히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제임스본드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이브로 하여금 그를 사격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결국 제임스 본드는 왼쪽 심장에 총을 맞고는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진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쏴 버려~"라는 소리를 기억하며..

 

M은 제임스 본드의 부고장을 모든 관련자들에게 날리고, 조직원으로서 그의 모든 특권과 흔적을 지워버린다.

 

 

 

 

지중해의 조용한 해안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해가던 제임스 본드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뭏든

 그가 느낀 배신감은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클터인데도 

그는 우리같은 소시민처럼 야비하게 표현하지는 않는다.

 

다시 일하기를 청하고, M은 어쩔 수 없이 허락하는 듯하다.

 

'원하면 몸만들기를 시작하고 그런다음 테스트에 통과하면 임무를 부여하겠다'

그러나 몸만들기도 예전처럼 쉽지아니하다. 금방 다리힘이 풀리고 숨고르기가 힘들다.

아직 총에 맞은 상처가 아물지 않아 철봉 메달리기도 쉽지 아니하고..

사격도 건건이 헛나간다. 쯧..

 

옆에서 보는 사람이 다 안타깝다. 저래서야 테스트에 통과나 하겠나..싶다.

 

몇 주후,

테스트 결과가 나오고 M으로부터 '간신히 통과했다'는 말을 듣고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러나 진실은 'faulse'이다.

 

M은 왜 그랬을까..?

 

현장요원으로서가 갖추어야 할 조건에 실패한 제임스 본드를 왜 투입하는 것일까..?

저렇게 사지로 내몰아서 스스로 자멸하도로 하는것? 그래서 자신의 죄과를 영원히 숨기기 위해서..?

아니면 정말 제임스 본드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영화내내 M의 표정은 포카페이스이다. 그녀의 명령과 판단이 진정 국가를 위한 것인지

자신의 개인적 목적 때문인지는 영화가 끝날 때 쯤이라야 판단된다.

 

 

 

많은 사람들이 의심할 때 유일하게 그를 응원해주는 이브(나오미 해리스 연기).

'구관이 명관'이라고 그를 격려해주고..

 

아마도 제임스본드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도 이브, 그녀의 덕분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M이 '쏴버려~'라고 명령했을 때

의도적으로 제임스 본드가 치명상을 입지 않도록 조준하지 않았을까..

 

 

 

아뭏든 007 스카이폴'의 후반전은

 

개인적으로 M에게 원한이 많은,

약간은 우주기생충같이 생기기도 한 괴상망측한 괴물같은 악당 '실바(하비에르 바르뎀 연기)'와의 전쟁이다.

그는 역대 M16의 천재적인 조직원이었기도 하다.

 

천재적인 두뇌로 다른 국가의 전산망에 들어가 사적인 목적으로 해킹을 하다가 M으로부터 버림받은 경력을 가지고 있고

절치부심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금까지 살아왔고 이제 그 준비가 끝났다. 

 

 

 

컴퓨터 하나로 제임스본드 당신이 하는 일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장담한 천재 물리학자 Q(벤 위쇼 연기)이기도 하지만

전산망을 활용한 전략은 실바가 한발 앞서 있다.

 

그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오히려 구식접근법이다.

 

 

 

 

 '스카이폴'에서의 싸움

단어 연상 테스트에서 '스카이폴'이라는 단어를 제시했을 때, 제임스본드의 답은 'done'이었다.

 

제임스본드는 실바와의 전쟁을 그의 고향 '스카이폴'에서 '끝'내고자 하였다.

그곳은 너무나 오래된 집이라서 생각하기조차 싫었던 곳이지만

언제나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자신을 키워준 곳이었다.

 

언제나 자신을 지켜주었던 아버지의 오래된 총과 비밀통로가 있는 곳이다.

늙은 관리인과 아버지의 오래된 사냥용 장총 하나가 자신을 도와줄 무기들이다.

거기에 하나 더, 싸움용 작은 칼 하나 던져주며 하는 관리인 아저씨..

"때로는 구식이 좋을 때도 있지~"

 

 

 

 

확실히 나 역시 구식이 좋다.

몸하나 까딱않고 손가락 하나로 단추하나 눌러면 뻥뻥 터지는 신식 전쟁보다는

몸을 굴르고 뒹굴고 하면서 구식 장총을 들고 이리뛰고 저리뛰는 액션감.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다다닥.. 하는 총소리와 빨간 불구멍

 그 모습에서 마치 실제로 화약냄새까지 맡고 있는 듯한 착각

 

오감을 만족시키는 재미는 오히려 구식접근법에 있다.

나 역시 구식이어서 그런지 확실히 신식보다는 구식이 좋다.

이 구식에는 서로를 믿어주는 제임스 본드의 M에 대한  '구식 의리'도 포함된다.

 

 

 

제임스 본드의 의리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M을 죽였다. 과거, 국가이익이라는 차원에서 개인을 희생시켰던

구태적인 M16의 비윤리성을 M하나 죽임으로써 상쇄하고자 하는 듯하다.

그리고 오래된 스카이폴의 고향집도 악당을 잡기 위하여 폭파시켜 버렸다.

다시 과거로는 돌아가지 않을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이 국회 청문회에서 주장한 것처럼

'여러분을 위험에 빠뜨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인물들이 아직도 도처에 깔려있다'는 점에서

M16의 존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새로운 수장이 제임스 본드를 부른다.

그 역시 역대 해군 중령출신의 마일드한 신사이다. M을 공격하는 듯이 보였으나 나중에는 M의 입장을 지지해주었던..

 

다음편에서도 역시 퇴물이 아닌 '명관'으로서  제임스 본드는 살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도 계속 그를 보기를 원한다.

특히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를 좀 더 보기를 원한다.

 

내가 아는 이전의 제임스 본드는 로저무어뿐이었다.

전설의 숀 코너리는 내가 너무 어릴때라서 알지 못했고..

 

내가 영화라는 걸 보기시작할 때는 이미 로저무어가 멋진비쥬얼과 정의로움으로 어린 여심을 사로잡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 버터스럽긴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그만한 매력을 지닌 남자도 없었다.

 

늘 포마드 기름 잔뜩 바르고 반질반질한 2대8 가르마의 단정함, 멋진 수트, 그리고 여심을 사로잡는

감미로운 눈빛과 점잖은 위트 등..

지금보면 전형적인 바람둥이의 필수 요건들이건만 당시에는 참으로 멋있었다.

 

그러다가 007의 세대도 교체되고, 후세대 007들은 무언가 설익은 듯한 느낌때문에

피어스 브루스넌만 몇 번 보다가 그만 끊고 말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어쩌다가 오랜만에 007 시리즈를 보게 되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이렇게 멋있는 사람인 줄 예전에 미처 몰랐었다.

보기보다 몸도 매우 탄탄하고, 꾹다문 입술이 스파이라는 직업과 관련하여 과묵할 것 같은,

 그러면서도

키스를 할 때는 매우 부드러울 것 같은..(너무 사심을 드러내는 문구인가..?)

 

더더욱 좋은 것은,

그의 눈빛이 이전의 제임스본드들보다 훨씬 외롭고 우수깊다는 점이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여야 일을 하는 스파이 역할을 하는 배우에게 이런 눈빛은

관객들에게 그의 역할에 대한 암묵적인 이해를 구하기에 매우 적합한 장치이다.

살인을 하고도 이해를 받을 수 있는 캐릭터를 캐스팅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인데

그런 점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를 제임스 본드로 캐스팅한 영화사는 그의 눈빛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본드로 나오는 한에는 007은 계속볼 것 같다.